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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활기가 넘쳐난다."

 

오리들이 활발하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그 수를 셀 수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오리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그 몸짓이 어찌나 활기가 넘쳐나는지, 바라보는 사람조차 힘이 솟는다. 주둥이를 물속으로 집어넣는 놈도 있고, 재빠른 동작으로 앞으로 헤엄을 치는 놈도 있다. 천이 좁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종횡무진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힘이 솟는다. 봄기운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청둥오리들이 놀고 있는 천은 삼천이다. 삼천은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전주시 삼천동을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내이다. 이물은 모아져서 만경강을 이루고 결국은 서해로 들어가는 강줄기이다. 삼천을 따라 봄이 전해지고 있다. 봄기운을 전달받게 되니, 만물이 힘을 낸다. 봄의 활기를 받은 청둥오리들은 북쪽으로 날아가기 위하여 힘을 축적하고 있다. 먼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주하게 먹이 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청둥오리들의 몸짓.

색깔도 아름다운 깃털로 무장한 오리들은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오리가 있는가 하면, 지그재그로 헤엄을 치는 오리도 있다. 그들의 모습에 걸림은 없다. 자유로운 행동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었다. 일상에 구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내 영혼에 작은 빛이 되어준다. 오리들이 움직이고 난 자리에는 환한 봄꽃이 피어나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된다. 오리들이 톡 건드릴 때마다 고운 봄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천변에는 봄꽃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고운 바람 한 필 끊어다가 이불을 만들어 덮게 되니, 청순한 꽃이 피어난 것이다. 겨우내 혹독하였던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간직하고 있던 따뜻한 마음으로 맑은 꽃을 피워낸 것이다. 그 꽃이 어찌나 맑고 고운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맑아지는 것 같다. 비록 풀꽃이 작고 앙증맞지만 어찌나 빛나는지, 눈이 부시다. 풀꽃을 통해 봄 세상을 둘러보니, 꽃은 한 송이만 피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겨울 뒤에 숨어서 수줍은 얼굴을 하고서 수도 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풀꽃을 따라 수많은 봄꽃들이 줄줄이 잠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노란 민들레를 비롯하여 냉이 꽃 별 꽃 등 수많은 봄꽃들이 꼬리를 물고 연이어 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피어난 봄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맑은 물이 흘러가고 있는 삼천이 좁다고 활개 치며 움직이는 청둥오리들은 정녕 봄을 전하는 전령이 분명하다. 북쪽으로 날아가면서 중간 중간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것이 분명하다. 오리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곳마다 봄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花信.

청둥오리는 봄꽃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사다. 청둥오리들이 전해주는 꽃소식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묵은 때를 털어버리게 한다.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겨울의 먼지를 말끔하게 털어버리게 한다. 세진이 사라지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날아갈 것만 같다. 봄꽃처럼 화사하게 달라진다. 무거운 몸과 마음을 떨쳐버리고 가볍고 활기 넘치는 마음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게 된다.

 

봄꽃 하나는 작다. 그러나 그 작은 봄꽃 하나하나가 모여서 아름다운 봄 세상을 만든다. 작은 일 하나하나가 모여서 위대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무시하여야 하는 사소한 일은 없다. 사소한 일이 모여서 중요한 일이 되고 중요한 일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 그러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소한 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봄도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니 청둥오리의 몸짓 하나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청둥오리의 몸짓을 바라보면서 봄을 즐긴다. 오리가 전해주는 봄 세상을 마음껏 누린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다가온 봄이지 않은가? 봄을 보고 즐기면 되는 일이다. 누구라도 붙잡고 봄을 함께 노래하자고 하고 싶다. 누구라도 붙잡고 봄을 찬양하자고 하고 싶다. 야! 즐거움 봄이다. 활기가 넘쳐나는 봄이다. 시선 닿는 곳마다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앙증맞고 고운 봄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피어나는 봄꽃의 향에 취한다.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내 영혼을 깨어내 아름다운 봄꽃을 피워낸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총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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