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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희망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던 박원순 변호사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오마이뉴스는 '희망열차'에 몸을 싣고 다시 길을 나선 박 변호사의 여정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 길은 새로운 꿈을 찾고, 함께 꿈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말]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 파도가 일 때 치솟는 물결의 꼭대기를 의미한다. 특히 방과 마당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안과 밖은 물론 안과 안이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어린이들이 마루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와 우리를 만나 소통하고 함께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마루'라는 도서관 이름을 짓게 됐다."(김경희 관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희망열차' 전국투어 둘째 날인 7일 오후 방문한 전북 전주시 송천동 소재 '전주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이 꿈꾸는 도서관의 모습은 그 이름에서 묻어난다.

첫날 찾은 전북 부안군 변산공동체학교가 살림공동체라면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도서관과 책 읽기 운동을 매개로 한 도서관운동을 통해 지역공동체 문화 운동을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동네 슈퍼보다 더 친숙한 도서관"... 책동무 맺기 등 프로그램 다양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모둠 활동, 한 온 책동아리 활동 등 책 읽기 프로그램과 책마루 영화방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영유아모둠 '1기 일곱빛깔나무' 친구들이 돌멩이국 책을 읽고 난 후 팥죽에 넣을  새알심을 부모들과 함께 만들어 팥죽을 쑤어 나눠 먹는 행사.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모둠 활동, 한 온 책동아리 활동 등 책 읽기 프로그램과 책마루 영화방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영유아모둠 '1기 일곱빛깔나무' 친구들이 돌멩이국 책을 읽고 난 후 팥죽에 넣을 새알심을 부모들과 함께 만들어 팥죽을 쑤어 나눠 먹는 행사.
ⓒ 전주 책마루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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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전문도서관이라는 것은 도서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도에는 도서관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그림이며 이야기판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고 도서관 공간과 비품 등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졌다.

'기적의 도서관', '작은 도서관' 등으로 상징되는 지역의 도서관 운동은 책만 빌려주는 도서관을 탈피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책 읽기 운동 등을 벌이며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고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실정에 따라 다양한 규모, 운영 방식과 특화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도서관 운동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전주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지난 2009년 7월 전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지역 사회 주민들이 중심이 돼 운영해 지역의 소중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마루'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꿈꾸고 있다.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롯데마트 송천점이 990여㎡ 규모의 도서관 공간과 2100여㎡에 이르는 놀이터와 공원을 전주시에 무상임대해 책 읽어주기와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진행자 등이 중심이 돼 결성한 전주 '도서관사랑모임'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전문도서관답게 총 도서 2만 2000여 권 중 어린이 도서는 1만 7800여 권(일반도서 47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상근 인력인 사서 2명이 일주일에 3시간 이상 활동하는 10여 명의 주민 자원봉사자들과 1개월에 1∼2회 정도 도와주는 20여 명의 청소년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으로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다.

김경희 책마루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책마루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원활동가 중심의 도서관으로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아이들과 주민들의 책 놀이방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그런 도서관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원활동가 중심의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매달 정기적으로 기금을 후원하는 '살림동무'와 도서관 청소와 도서 정리, 도서 보수 등을 도와줄 자원봉사자인 '활동동무' 등 '책마루 동무' 모집 활동을 통해 130여 명에 이르는 회원이 후원을 하고 있다.

개관 3년째를 맞은 현재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은 평일에는 150여 명이 이용하고 있고 주말에는 250∼300여 명이 도서관과 도서관이 진행하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 관장은 "전주의 경우 시립도서관 등이 있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시설과 공간이 없었다.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해 어린이들의 책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책을 평생 친구로 사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어린이들과 함께 가족 책 읽어주기 등을 통해 가족들이 함께 하는 일종의 '가족 문화 운동'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부모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추진하면서 이용객이 늘어나고 부모들의 참여도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영유아 모둠 활동,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어른들과 함께 그림책 읽어내기, 주말 가족영화 상영, 도서관 이용 어린이들의 책동무 맺어주기 프로그램, 100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한 '한 온 책 동아리' 등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과 주민들의 발길을 도서관으로 이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영유아를 둔 주민 130여 명은 8명씩을 묶어 한 모둠을 구성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책놀이(독서 프로그램과 토론 등)를 자발적으로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았는데 모둠 활동을 통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독서운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지면서 이 분들 중 일부는 인근 초등학교 등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는 등 아직은 미흡하지만 독서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책마루어린이도서관의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전주시립도서관 1층 전체를 아동을 위한 도서관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고 전주시 효자동에 홈플러스가 후원하는 어린이전문도서관 개관이 추진되는 등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다.

그는 "어떤 어머니가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아이를 매일 도서관에 데려다 놓고 일을 가는데 도서관을 이용하는 부모님들이 이 아이가 책을 보고 난후 책 쪽지를 대신 써주기도 했다. 지금은 이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고 스스로 책 쪽지를 쓰고 있다"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 아이의 언니 2명은 처음에는 동생 때문에 도서관을 방과후에 왔지만 지금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책과 친구를 맺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미있는 성과도 있지만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고 토로했다.

가정 형편때문에 도서관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이유로 도서관에 오지 않는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는 것이나,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예산 문제와 상근 인력 부족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는 "지역 아이들이 동네 슈퍼마켓보다 더 친숙하고 친구가 되는 도서관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운영되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희망열차, 9일부터 광주 전남지역 투어 시작

희망열차 전국투어 이틀 째인 7일 오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전북 전주 송천동 소재 책마루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강연 이후 김경희 도서관장(사진 왼쪽 위) 등 도서관 관계자 등과 함께 도서관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희망열차 전국투어 이틀 째인 7일 오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전북 전주 송천동 소재 책마루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강연 이후 김경희 도서관장(사진 왼쪽 위) 등 도서관 관계자 등과 함께 도서관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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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도서관학교' 운영을 제안했다.

그는 "자원봉사자와 후원회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학교를 개설해 일정 기간 교육을 시킨 후 도서관이 인증하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을 주면 또 다른 의미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주민들이 참여하는 도서관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서관을 어린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학습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이사는 7일 오후 책마루어린이도서관에서 '시민이 함께하는 도서관에서 희망만들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자신의 독서법과 메모 습관 등을 소개하며 평생학습, 인문학,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주민자치센터의 교육프로그램 사례를 들며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강습을 보면 스포츠댄스, 한문, 수지침 등 2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는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슷한 강좌를 하고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광명평생학습센터에서 경찰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를 했는데 처음에는 꺼렸지만 꾸준히 강좌를 하면서 경찰관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범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생학습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도서관은 단순하게 책을 빌려주고 읽는 곳만이 아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초중고 시절에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 하는데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문대를 입학하고 사법고시 합격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어느 순간 추락할 수 있다"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원순 상임이사는 이날 오전 부안누에타운과 부안독립신문사 등을 방문하고 지역신문의 실정, 지역 대안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지자체와 지역신문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부안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부안발전아카데미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지역의 향토적 자산을 활용한 지역 대안경제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강연을 벌이기도 했다.

희망열차는 8일 전북대와 전북 완주군청 강연을 끝으로 전북지역 투어를 마무리하고, 9일 부터 광주와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태그:#박원순, #희망열차, #전주 책마루어린이도서관,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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