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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했다. 매몰지를 덮어놓은 비닐 안에는 흘러나온 핏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두 번이나 작업해서 보강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흘러나오는 핏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경남 김해의 한 마을 구제역 매몰 현장을 살펴본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2600마리의 돼지를 묻은 김해시 매몰지 10여 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지난 1일~3일 사이 벌었다.

경남 김해의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나온 돼지의 핏물이 구덩이에 모여 있다.
 경남 김해의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나온 돼지의 핏물이 구덩이에 모여 있다.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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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로, 파놓은 둔덕을 따라 핏물이 물과 함께 흘러내려가고 있다.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로, 파놓은 둔덕을 따라 핏물이 물과 함께 흘러내려가고 있다.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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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무국장은 "물이 많이 차는 논이어서 주민들은 반대를 했다고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했다고 한다"며 "논 아래로는 마을이 있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까지 있는 곳이었기에 주민들은 대체 부지를 찾겠다고 했고, 실재 찾고 있는 와중에 급하게 묻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며칠 전 이곳에서 엄청난 악취가 나 묻은 돼지를 파내고 보강작업을 해서 묻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강작업을 한 효과는 없었다. 두 번이나 작업을 했지만, 사체에서 나온 핏물이 고여 있었던 것이다. 임 사무국장은 "사체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논에서 나오는 물과 만나 긴 둔덕을 따라 흘러 밖으로 유출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마을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전역 10여곳에 마구잡이로 가축을 매몰함으로써 생명수인 지하수에 대한 오염 불안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면서 "마구잡이식 살처분과 매몰은 이제 시민과 주민들에게 지하수오염이라는 불안과 악취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하수 오염, 대책 마련 시급"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김해시 구제역 매몰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낸 성명서를 통해 "주민의 식수원인 지하수 오염, 대책 마련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매몰지 9곳이 있는 김해 주촌면 대리마을에 대해, 경남환경연합은 "매몰지가 너무나 부실하게 조성된 탓에 대리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수 오염은 물론이고, 낙동강 오염까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의 한 작은 마을 입구 논에는 2600마리의 돼지가 매몰돼 있다.
 경남 김해의 한 작은 마을 입구 논에는 2600마리의 돼지가 매몰돼 있다.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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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는 "주민 150여 명은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동안 지하수가 풍부하여 물 걱정 없이 살았다"며 "그런데 구제역이 발생하고 긴급하게 마을 곳곳에 매몰지가 조성되면서 매몰된 가축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달랠 겨를도 없이 당장 식수 오염의 위기에 노출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현장조사를 벌인 이 단체는 "동네 한가운데 조성된 매몰지에는 야생고양이들과 까마귀 떼가 달려들고 있어 주민들이 집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무서워졌다"면서 "하천과 계곡 인근에 조성된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우선 주민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여야 한다"면서 "매몰지가 조성된 마을에 대해서 안정적으로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우선 긴급하게 급수차량을 통해서라도 식수를 공급하여야 하고, 지하수 이용은 중단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로, 비닐 안에 시뻘건 핏물이 고여있다.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로, 비닐 안에 시뻘건 핏물이 고여있다.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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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 경고문.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 있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 경고문.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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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은 "매몰지를 이전, 재조성 해야 한다"면서 "이미 조성된 매몰지라도 적합하지 않으면 이전시켜야 한다, 구제역이 확산될까봐 수습하는데 급급하여 매몰지 조성이 완벽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제시했다.

경남환경연합은 "마을의 지형과 지질 상태, 지하수의 흐름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안전한 매몰지 조성을 검토하고 추진하여야 한다"며 "그래야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3차 환경오염과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갖가지의 위험한 가능성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구제역, #매몰지, #마창진환경연합, #경남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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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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