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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외국인 마을에서
 안산 외국인 마을에서
ⓒ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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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물놀이. 신들린 듯 장구나 북, 꽹과리를 쳐대는 풍물패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을 터. 한 발 더 나아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을 누구나 한번쯤 먹어 보았음 직하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 놓기는 쉽지 않은 법.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처럼 어려워 보이고, 어디를 찾아가야 제대로 배울 수 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 아닐까. 3월 2일 오후 7시, 용감하게 풍물 세계를 노크한 사람들을 만났다. '안양어울림 풍물 예술단(http://cafe.daum.net/ayawoolim)' 신입 회원 환영식 자리였다.

어울림은 창단한 지 올해 20주년을 맞는 안양지역 풍물패의 맏형이다. 지난 91년 창단, 올해 20기 신입회원 40명을 맞이했다.

이상필 회장
 이상필 회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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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이 하는 농악은 호남좌도 임실필봉농악(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마호)이다. 지난 2010년 8월 29일, 꾸준히 임실필봉 농악을 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안양지부' 로 인증 받았다. 이상필 회장한테 '임실필봉농악'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풍물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소리가 그 소리 같겠지만 풍물 맛을 본 사람들이 들으면 다릅니다. 좌도...음~서울에서 보았을 때 좌측에 있는 게 좌도입니다. 우측에 있으면 우도 이지요. 우도가 잔가락이 많은데 비해, 좌도는 잔가락이 없는 대신 매우 씩씩합니다. 꽹과리 같은 쇠가락의 맺고 끊음이 분명하여 가락이 힘차고 씩씩하지요. 그리고 개개인의 기교보다 단체의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상필 회장 직업은 한의사다.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삼성 한의원' 원장이다. 7년 전 아는 사람 소개로 발을 들여 놓게 됐고, 풍물이 주는 흥에 취해 신나게 두드리다 보니 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맡게 됐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도 좋았느냐고 묻자.

"하하 우선 우리 것이라 좋고요. 두드리며 춤추다 보면 신나잖아요. 스트레스는 멀리 도망가 버리죠, 또 건강에 아주 좋아요. 사물은 4명이 앉아서 하는 것이고 풍물은 많은 사람이 서서 하는 놀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이 아주 많아요"

한남석 직전회장
 한남석 직전회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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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에서 후배 기수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미숙씨는 한눈에 봐도 타고난 '꾼' 이다. 몸 곳곳에서 신명이 넘친다.  고모님이 장구 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덕에 풍물 소리에 익숙했고, 그 소리가 그리워 성인이 돼서는 스스로 장구채를 잡았다고 한다. 풍물 자랑을 해보라고 하니.

"성격이 변했어요. 소극적인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지요. 갱년기 우울증도 풍물 덕에 겪지 않았어요. 내가 즐겁게 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본 남편도 풍물 홍보 대사가 됐어요. 이곳은 일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 오는 곳이에요. 신나게 놀다보면 보람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풍물꾼이 되는 환상적인 곳이죠. 하지만 쉬는 곳은 아니에요. 노는 것과 쉬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아시죠?"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나 돌아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다.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정확한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남석(안양시 공무원) 씨는 어울림 12기다. 공연을 하기 위해 연가를 낼 정도로 열성파다. 12년 전, 우리 것이 좋아서 살리고 보존해야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어울림 문을 두드렸다.

"재미있어서 힘든 줄을 모르고 했어요. 겨울에도 에어콘 틀어 놓고 연습 할 정도로 후끈 거리죠. 여러 사람과 함께 호흡을 맞춰서 한다는 게 좋은 점이에요.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두드리고 춤추다 보면 어느새 하나가 돼 있어요. 그 기분 아시죠?"

시범공연
 시범공연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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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문강희(여, 49세) 씨는 20기 신입 회원이다. 아는 사람 소개를 받고 올까말까 주저주저 하다가 용감하게 어울림 문턱을 넘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풍물 소리가 좋았어요. 장구, 꽹과리 다 치고 싶어요.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자에는 일가견이 있거든요. 리듬감도 있고...타고난 신명도 있다고 생각해요."

윤완섭(남, 49)씨는 20기 신입회원이지만 초짜는 아니다. 동네에서는 꽤 소문난 풍물꾼이다. 어울림을 발전시키려는 의욕이 넘치는 이상필 회장 제안으로 입단했다. 안양시 호계동에서 '서천 해물탕' 이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안양 문화원에서 좀 배웠어요. 풍물은 나도 즐거우면서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하는 놀이라서 참 좋아요. 좋은 취미죠. 웬만한 취미는 자기만 즐겁잖아요."

시범공연
 시범공연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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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김혜경(간호사) 씨. 어울림 창단 멤버다. 혜경 씨는 사람이 그리워서 풍물을 시작했다.

"성당 다니면서 풍물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고향이 안동이라서 안양에 처음 왔을 때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재미도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죠." 

신입회원 환영식의 백미는 선배들이 펼치는 시범 공연이었다. 방음이 잘 돼있는 공간이었지만 꽹과리, 북, 장구, 징이 한꺼번에 울리자 장내가 떠날 갈 듯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저 시끄러운 소리는 아니다. 나름대로 규칙이 있고 유심히 살펴보니 지휘자도 있다. 바로 '상쇠' 다. 꽹과리를 들고 있는 '상쇠' 가 풍물패를 지휘하고 있었다.

김혜경(창단멤버)
 김혜경(창단멤버)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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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는 것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일이다. 지난 2005년 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각설이가 북을 치는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다. 그때 이후, 난 신나게 두드리는 모습만 보면 묘한 흥분을 느낀다. 이날 풍물 시범 공연을 보면서 난 성남 모란 시장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내 몸 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신명이 깨어나려는 찰나에 북소리가 멈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 두드리고 춤추면서 하나가 될 때의 느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해답을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해답은 풍물패에 뛰어들어 북 치고 장구 치며 실컷 놀아 보고 난 후에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안양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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