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스틸컷

▲ 컨트롤러 스틸컷 ⓒ UPI 코리아

필립 K. 딕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스크리머스>, <마이너리티 리포트>, <임포스터>, <페이첵>, <스캐너 다클리>, <넥스트>까지 상당히 많다. 그의 작품들에서 대부분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미래 기술이 인간에게 낙관적인 행복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컨트롤러> 역시 필립 K. 딕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영화로 옮겼다는 것만으로도 <컨트롤러>를 기대한 관객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작품이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얼마나 제대로 옮겼을까 하는 기대감일 것이다.

 

우선 원작소설을 혹시라도 읽은 분들이라면 기대감을 조금 낮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컨트롤러>는 원작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내용 중에 '조정국'이란 모티브를 가져와서 두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액션이나 미래 기술의 부정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빗(맷 데이먼)과 엘리스(에밀리 블런트)가 서로 사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완벽한 로맨스 장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데이빗은 정치인이다. 그는 한참 잘나가던 인물이었지만 선거 막판 과거 추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선거에서 패배하고 만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결국 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낙담할 수밖에 없는 데이빗은 우연히 엘리스란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헤어졌던 데이빗은 엘리스와 버스에서 재회하게 되면서 운명 같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던 데이빗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한다. 조정국이란 곳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가 엘리스와 만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그들은 데이빗이 장차 대통령이 될 인물로서 엘리스를 만나면 대통령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여태껏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조정국을 통해서 벌어진 것임을 알게 된다. 이제 그가 조정국으로부터 벗어나서 엘리스와 함께 하는 길은 스스로 미래를 바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광고 때문에 기대치가 더 높아진 영화의 약점

 

컨트롤러 스틸컷

▲ 컨트롤러 스틸컷 ⓒ UPI 코리아

<컨트롤러>는 볼 만한 팝콘무비 정도는 된다. 로맨스 부분이 생각보다 잘 살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로맨스에 액션과 스릴러를 무리하게 넣으면서 좋았던 장점이 일정 부분 소멸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봐도 <컨트롤러>에 나온 액션과 스릴러는 화끈하거나 오밀조밀하지 않다. 오히려 없어도 될 장면들이 삽입되어서 영화 밸런스를 무너트려 관객들에게 헛웃음을 나오게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만큼 영화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부분과 장면들이 다수 있단 의미다. 이런 부분들은 무리하게 로맨스에 여러 장르를 넣으려고 하면서 발생한 문제라 아쉽다.

 

여기에다 또 다른 문제로 이 영화의 광고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본 시리즈와 인셉션의 만남"이란 문구다. 두 작품 모두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연히 이 광고 문구를 본 관객들이라면 <컨트롤러>가 두 영화의 장점을 일정부분 수용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컨트롤러>는 거의 로맨스 영화에 가깝다. 다른 부분들은 전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영화의 광고 문구를 본 관객들에게 <컨트롤러>의 약점은 명확해진다.

 

단지 조정국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설계하고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정하고 바꾸는 영화 <인셉션>과 크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컨트롤러>의 액션은 결코 <본>시리즈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많이 부족하다. 광고 문구를 보고 화끈한 아날로그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분명히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부분에서도 두 영화와 크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를 언급해서 큰 기대를 관객들이 가지게 만들면서 영화의 볼만한 로맨스부분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할 가능성이 있다.

 

<컨트롤러>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자신들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가 영화 전반을 채우고 있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 위에 곁가지로 액션과 스릴러가 작동하는 영화다. 따라서 주객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컨트롤러>를 선택한 관객들이라면 작품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결코 "본 시리즈와 인셉션의 만남"이 아니다. 오히려 SF를 가장한 멜로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1년 3월3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04 10:1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3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컨트롤러 맷 데이먼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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