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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하례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선생님들과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여서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식을 열었다. 이날 입학한 어린이는 병설유치원 원아와 초등학교 신입생이 각각 7명씩 총 14명이다.
▲ 입학식 3월 2일, 하례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선생님들과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여서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식을 열었다. 이날 입학한 어린이는 병설유치원 원아와 초등학교 신입생이 각각 7명씩 총 14명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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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식으로 초등학교 생활을 하는 게 우진이에겐 무척이나 설레는 눈치다. 입학 며칠 전부터 3월 2일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아이들에겐 설레는 입학식이 이 마을 주민들과 학교 선생님들에겐 여간 긴장되는 일이 아니다.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만 가는 처지라, 까딱하면 학교 존립에 문제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때문이다. 

지난 2월에 우진이가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하례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졸업할 당시, 함께 졸업한 원아들은 총 7명이었다. 하지만, 그 중 2명은 아쉽게도 가족들이 다른 마을에서 살게 되었고 함께 졸업한 원아들 중 5명만이 하례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병설유치원을 다닌 어린이들 외에도 마을에는 취학이 예정된 또 다른 여자 어린이가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취학 등록이 마감될 때까지는 입학할 어린이가 5명이 될 것인지, 6명이 될 것인지를 두고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여자 어린이는 끝내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3월 2일, 입학식이 열리기 20분전 난 우진이, 아내와 함께 학교에 도착했다.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을 함께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리가 배치되는 과정에서 아내와 난 의외의 상황을 목격했다. 병설유치원 신입생들이 앉을 의자 7석과 더불어 초등학교 신입생들에게도 7석의 의자가 마련되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우린 입학생이 5명일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녀 각각 한 명씩 신입생 2명이 더 늘어나게 된 사연을 졸업식이 열리기 직전 알게 되었다. 남자 어린이는 가족을 따라 서귀포에서 최근에 이사를 왔고, 여자 어린이는 지난주에서야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에서 하례리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특히, 경기도에서 온 아이의 아빠는 "좋은 학교와 좋은 마을을 찾아 제주도를 다 돌아봤는데,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 입학식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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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서 채종보 교장 선생님은 "하례초등학교에 부임한 지 4년째인데, 학생수가 1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55명이 남았다. 학생 수 감소가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그래도 우리 하례초등학교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다니는 아름다운 학교라는 사실을 주변에 자랑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입학식이 끝나고 모두가 안도하는 눈치였는데, 선생님들 못지않게 가슴을 크게 쓸어 내리는 학부모가 있었다. 자칫하다 남학생 4명 틈에서 홍일점이 될 뻔한 소정이의 부모님이다. 소정이는 입학일이 다가오자 남자 아이들 틈에서 혼자 생활할 수 없다며 부모님에게 다른 학교로 보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소정이 부모님은 여자 아이 한 명이 멀리서 찾아와 입학해준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행 교과부 지침은 두 학년의 학생 수 합계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복식수업(같은 시간에 같은 교실에서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진행하도록 정해졌다고 한다. 하례초등학교 입장에서는 만약, 금년 신입생이 7명 미만이고, 이후 전학을 가는 학생이 생겼을 경우는 복식수업도 불가피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크게 안도하는 것은 당장 학생이 부족해 복식수업하는 학교라는 '딱지'는 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끝난 자리에서 채종보 교장선생님은 "복식수업이 가지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습니다. 학교가 복식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학급수가 줄어들어 교육 예산도 대폭 삭감되고, 결국에 이르러서는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 모두가 기피하는 학교로 될 것입니다"라며, 최소 입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6년간 이 학교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험할 것이다.
▲ 우진이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6년간 이 학교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험할 것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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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4학년이 된 진주가 제주시내에서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학교의 처지에 대해선 우리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그저 자애로운 선생님 만나서 탈 없이 학교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다소 이기적이 기대만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치맛바람을 혐오했던 우리 부부도 지금 이곳에서는 학교를 걱정하고 학교의 위상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서 고생한다고 후회하는 건 절대 아니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문제에 서로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배우면서 커나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니 그저 흐뭇할 뿐이다.  


태그:#하례초등학교, #망장포,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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