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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아이의 미소, 죽음을 말하는 붉은 텍스트, 현실을 몸으로 살아야하는 할아버지. 이 풍경은 지상의 천국을 지향하는 우리의 현재입니다.
 천진한 아이의 미소, 죽음을 말하는 붉은 텍스트, 현실을 몸으로 살아야하는 할아버지. 이 풍경은 지상의 천국을 지향하는 우리의 현재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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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아이들이 천국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이해관계'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꾸며 말하거나 과장되게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말과 행위에는 '숨겨진 의도'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잘 웃고, 잘 울고, 샐쭉 토라지고 그리고 금방 표정을 바꾸어 화해합니다.

어른들은 웃고 싶을 때도, 그 웃음을 참아야 하기도 합니다. 울고 싶을 때도 함부로 울 수가 없습니다. 그 웃음 많던 아이들이, 수시로 울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풍부한 표정을 잃어버리고 포커페이스로 변해가는 모습은 안타까움입니다.

이윤을 위해 갖은 변칙도 불사하는 기업들도, 당선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관을 팽개치고 대중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는 정치인들도, 모두가 '한국의 대표도시'임을 자처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어린이의 이미지를 광고로 활용합니다. 그들이 겨냥하는 바는 하나같이 어린이의 순수함 뒤에 숨어 자신들만이 희망의 대안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 2월 26일, 안과 진료를 위해 금촌에 나갔다가 금촌역앞 번화가에 새로이 대형빌딩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공사는 중단되어있고 입구에는 '유치권 행사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공사장 가림막에 걸린 웃는 어린이 사진아래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요구들이 분출되어있었습니다.

어린이의 이미지로 감추려고 했던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었습니다.

무구한 어린이는 미소 짓고, 빨간 페인트의 텍스트는 죽음을 말하고, 그러나 패지와 빈 종이박스를 수집하는 할아버지는 현실을 몸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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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거대한 게시판, 공사장 가림막
건설현장의 위험을 방지하고 어수선한 모습을 가리기 위한 공사현장 가림막, 일부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는 그 가림막에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걸어서 가림막이 도시미관을 헤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세칭 아트펜스Art fence입니다. 잘 활용하면 공공미술의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이나 공공공사에서는 시정을 알리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요.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매장을 비노베이션하면서 자사의 제품을 확대한 이미지를 활용한 가림막은 제품의 홍보를 극대화하는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기능했습니다. 관광객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외신은 각국으로 그 이미지를 전송함으로서 루이비통은 산정 불가능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중절모를 쓴 신사가 하늘에서 빗방울처럼 내리는 듯한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골콘다Golconda'를 이미지로 활용했습니다. 그림 저작권료가 1억, 가림막 제작비로 2억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신세계백화점의 가림막 이미지도 국내 언론들의 보도 대상이 되었고 공사장이 기업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가림막이 불만을 분출하는 배설구의 거대한 빌보드billboard가 되기도 합니다.

상기 공사장은 그 가림막이 오히려 자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무엇보다도 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건물의 분양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이 이미지를 개선하기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천국, #공사장가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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