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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의 조사를 앞두고 경북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만족도가 높다"고 대답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학교 정문에 내건 현수막도 그런 조치의 일부이다.
▲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지면 교육재정이 늘어나 학생에게 혜택이 갑니다" 교과부의 조사를 앞두고 경북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만족도가 높다"고 대답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학교 정문에 내건 현수막도 그런 조치의 일부이다.
ⓒ 전교조대구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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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 사이에 전국의 초·중·고 학부모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경북교육청이 최근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부모들이 설문조사에 '대체로 만족한다' 이상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 하도록 해 말썽이 일고 있다.

경북도 교육청은 지난 2월 8일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2011년도 시도교육청 평가 대비 고객(학부모) 만족도 제고 기관별 추진 방안'이란 공문을 통해 휴대전화 문자메세지, 안내장, 소식지, 현수막, 학교 홈페이지 팝업창, 학부모회 등을 활용해 "만족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하라고 지시하고 지역별 홍보실적과 조사 참여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공문에는 기관별 세부 추진 계획으로 "공문 상단에 '선생님의 칭찬 한마다가 학생과 학부모를 행복하게 합니다"를 표시하고, 기관 입구와 담벼락 등에 현수막을 게시하며, 입간판과 전광판 등을 통한 홍보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학교의 추진사항으로 "담임선생님의 학부모 전화 걸기, 학교장 훈화 시 고객만족도 조사 홍보, 학교운영위 예산 편성 안건 심의 전 적극 홍보"할 것을 요구하고 학부모에 대한 전화통화시 예시와 학교장의 훈시 내용 예시를 첨부했다.

예시에는 "2010년도 교육과학기술부 공직윤리 및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도단위 1위의 성적을 올렸다"며 "그 결과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도 도단위 최우수를 기록하여 전국에서 최고 많은 109억원의 제정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북지부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위해 교육활동을 해야 할 현장의 많은 교사들을 교육청의 1등 욕구와 상금벌이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교사들의 업무를 과중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학부모 만족도를 조작하는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현장 지원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기보다는 전시행정에 몰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공문을 접하고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는 한 초등학교의 교사는 "학교 운영비도 모자라 전기도 아끼는 판인데 쓸데없는 현수막을 걸도록 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도록 종용해 학기 초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비판했다.

경북 경산의 한 학부모도 "이런 학교통지문을 받고 황당해서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 왜 이런 걸 강요하느냐?고 따졌다"며 "그럴 시간에 아이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해마다 학력향상, 인성교육, 방과후 교육활동 등 10개 항목에 대해 전국의 초·중·고 학부모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학부모 만족도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경북지역은 500여 명이 설문조사 대상이다.

경북교육청은 학부모에게 보낼 학교장 서신의 예문까지 만들어서 각급 학교로 내려보냈다. 내용을 보면 작년에도 경북교육청은 교과부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앞두고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 경북교육청이 작성한 학교장 서신 예문 경북교육청은 학부모에게 보낼 학교장 서신의 예문까지 만들어서 각급 학교로 내려보냈다. 내용을 보면 작년에도 경북교육청은 교과부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앞두고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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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부속건물의 벽에 전광판까지 달았다
 교육청 부속건물의 벽에 전광판까지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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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부모만족도 조사, #경북도 교육청, #전교조 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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