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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는 오늘(2월 22일)로 창간 11돌을 맞았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와 함께 시민참여저널리즘을 일궈왔던 독자, 시민기자,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1살 생일 날, 시민기자들의 소회를 모아 기사로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세상에 잉크를 적신 후, 대안 언론의 펜을 꾸준히 이어온 <오마이뉴스>. 1년, 2년… 그리고 장장 11년이란 세월을 견뎌오며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다한 모습은 대단하고 놀라웠습니다. <오마이뉴스> 창간 11주년인 2011년 2월 22일은 그렇기에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지난 밤(22일), 유명 시민기자들이 쓴 창간 11주년 관련 기사들을 봤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시민기자'들의 열정은 글을 읽던 필자의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공무원이면서 글을 쓰는 시민기자', '교사면서 축구관련 기사를 송고하는 이'들의 모습은 제게 적잖은 자극을 줬습니다.

과연 나도 저런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반성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특히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10년 동안 글을 송고'한 한 시민기자의 묵묵한 신념은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오늘까지만 하자'고 생각했던 제게, 그들의 열정은 따끔한 회초리가 됐습니다

2011년 2월 22일. 그 특별한 하루에 '여기까지'가 아닌 '이제부터'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갖고,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섰습니다.

2011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11주년과 내 대학생활의 끝맺음

2011년 2월 22일, 제게도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학구열을 불태웠던 대학의 졸업식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 입학한 이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늦게 한 졸업식이었기에 후련 섭섭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나쁘지 않은 학점, 근사한 사회활동, 괜찮은 수상경력이 있었음에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왜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마지막이라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그런 졸업식 날이 <오마이뉴스> 창간 11주년과 날짜가 겹친 것은, 제게 애틋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저의 긴 대학 생활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2월22일, 내 대학생활의 끝맺음. 졸업식
 2011년 2월22일, 내 대학생활의 끝맺음. 졸업식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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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한다는 핑계로 학과 생활을 하지 않고,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못했기에 어떻게 보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은 제게 학생회였고, 동아리였습니다. 취재를 하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마냥 취재하는 게 좋았던 한 대학생에게,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가진 <오마이뉴스>의 존재는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2003년 첫 기사를 쓴 이후,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들은 저의 즐거움과 자부심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활의 중요한 순간에 항상 <오마이뉴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빛나는 사람들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만나 인터뷰했던 것이 좋았습니다.

MBC 김주하 아나운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나얼 작가, 국립발레단 이동훈 발레리노, 김리회 발레리나, 스포츠 클라이밍 세계 챔피언 김자인 선수, MBC SPORTS+ 김민아 아나운서, 장대높이 뛰기 국가대표 임은지 선수, 토니 유 세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새겼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친구, 지인이 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성격 좋은 인터뷰 원들은 흥미로운 취재 정보를 많이 알려주기도 했고, 또 좋은 취재원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그들과의 특별한 인연은 저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8년여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인터뷰했다
 8년여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인터뷰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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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한 2, 3, 4회 '전국대학생기자상'에서 우수상, 최우수상, 특별상을 탔던 것도 기분 좋은 추억입니다. 그 전까지, 기사를 써서 상을 탔던 기억이라곤 '대학생 기획, 탐사보도 공모전'(<중앙일보>) 밖에 없었는데, <오마이뉴스>의 기사 공모전이 기사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줬던 것 같습니다.

잠시 펜을 놓아야 할 순간, 지금?

그런 고마움과 애틋함이 남아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생활, 하지만 2011년 2월 22일 졸업식을 끝으로 '대학생'이 아닌 '취업 준비생'이 된 전, 잠시 펜을 놓을 생각이었습니다. '언론고시'라 불리는 힘든 언론 시험 준비를 앞두고 이게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대학 초년 땐, 현실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쓰고 난 후, '나 혹시 천재 아냐?'라고 자뻑(?)에 빠졌던 적도 있습니다. 훌륭한 멘토 밑에서 인턴 기자 생활을 하고, 대학 생활 중에 한 언론사에서 3번이나 대학생 인턴생활을 했기에, 그리고 기사 공모전에서 상도 꽤 탔기에 그런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습니다. 기자도 대충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신문 스크랩 스터디
 신문 스크랩 스터디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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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당연히) 낙방을 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웬만한 노력 없이 기자가 될 수 없겠다, 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목표로 하는 언론사의 엄청난 경쟁률에 심한 압박감을 받는 중입니다. 그런 이유로 점점 조급해지던 찰나, 같이 공부하던 후배의 한마디가 제 마음을 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론 입사 준비만 해야 해요. 기사 쓴답시고 취재에 많이 시간을 할애하면 안 돼요. 지금 중요한 것은 언론사에 입사하는 것이잖아요? 입사하고도 기사는 쓸 수 있으니까, 기사쓰는 것은 잠시 멈추고 합격 때까 같이 공부에 전념해요"

같이 공부하는 후배의 조언은, 제 대학 생활의 전부였을지 모를 '취재 생활'을 잠시 멈추라는 말이었습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높은 경쟁률의 현실을 알기에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제 제 위치가 대학생이 아닌, '취업 준비생'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2011년 2월 22일 졸업식을 끝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생활은 잠시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기사를 쓰며 행복한 그 마음으로, 다시 '이제부터'

하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생활에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월 22일. 대학교 졸업 전까지, 열심히 기사를 써서 기분좋은 마무리를 짓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2011년 2월은 <오마이뉴스> 8년 여의 시민기자 생활동안 가장 많은 기사를 쓴 한 달이 됐습니다.

잠을 줄여가며 기사를 쓰는 '자체 야근'까지 하며 쓰고 싶은 기사를 맘껏 썼습니다. 그렇게 송고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올라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분 좋은 평가들이 마음을 들뜨게 했습니다.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면, 빼놓지 않고 '너, 포털에 기사 떴더라? 기사 좋던데'라는 말은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습니다. 진심을 담아 정성껏 쓴 기사, 그런 기사에 선물처럼 달린 선플에 표정이 밝아지곤 했습니다. 그 기분좋음을 위해 가열차게 달렸던 2월, 그 21일동안 쓴 35개의 기사는 제게 행복을 주는 기사들이었습니다.

2월동안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들
 2월동안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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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 왜 8년 동안이나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지?'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습니다 '사회정의?', '국익을 위해?'. 그런 거창한 것들보다는 지난 8년동안 <오마이뉴스>에 기사쓰기를 썼던 원동력은 행복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쓴 기사가 다른 이들에게 읽혀진다는 것. 내가 바라본 문제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조금이나마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 그래서 행복함을 느낀 한 대학생은, 그 즐거움을 만끽하려 졸업생이 될 때까지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던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 많은 기사도, 그리 유명하지 않을 기사였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지금 이 순간 기사쓰기를 포기하면 행복할까?'

2011년 2월 22일. 졸업식을 끝내고, 나온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지 질문의 답은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습니다. <오마이뉴스>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른 시민기자들이 쓴 글에서 해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10년동안 글을 보낸 한 시민기자'의 열정에서, 공무원이란 부담을 누르고 기사를 쓰는 어떤 시민기자의 용기에서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기사를 세상에 선보이는 수많은 시민기자들의 그 믿음을 보며, 제 고민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깨닫고 반성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잣대를 들이밀기 보다 '이제부터'라는 확신을 갖고 더욱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제 '대학생'이 아닌, 언론사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공부'라는 녀석에 밀리지 않고, 언론 지망생의 자부심으로 멋진 기사를 써나갈 생각입니다.

창간 11주년이란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왔던 <오마이뉴스>도 '이제부터'란 마음가짐으로 더욱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2011년 2월22일은 끝을 축하하는 날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니까 준비하는 날이니까 말입니다. 그 새로운 시작에도 잘 부탁합니다.


태그:#기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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