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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입니다. 2월 22일 시상식에 꼭 참석 바랍니다."

 

저는 제 사는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더러 <오마이뉴스> 시상식에 참석하라 했습니다. 1월 사전 모임엔 여러 형편이 어울려 못가보았지만 뜻깊은 오마이뉴스 시상식엔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21일 월요일 오전,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이왕 가는 거 서울 조계사에 들러 거기서 하룻밤 지내고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시상식에 가면 될 듯 했습니다. 서울 조계사 한 모퉁이에 우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이상수 지회장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이 난 후 비정규직 지회는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해 요구해 왔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2010년 11월 15일 시트사업부 정리해고가 터지면서 1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1공장 점거파업에 돌입 했었습니다. 12월 9일까지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을 시도 했으나 불법파견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점거농성에 나섰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현대차는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그나마 간섭하던 현대자동차 노조마저 발 빼겠다고 비정규직 노조에 통보하면서 현대차 사쪽의 강경한 입장이 더 해졌습니다.

 

"도대체 재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를 걸쳐 지방법원, 고법,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내일이면 끝납니다. 하지만 사측은 또다시 위헌 신청을 내었습니다. 그 위원신청이라는 것이 같은 사건인 아산 사내하청 지회 사건에서 이미 기각된 것을 다시 진행한다는 일반적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의 혼자만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나머지 같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대표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을 처음부터 하자고 현대자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착취한 돈으로 한국최대의 로펌회사와 계약하여 법을 바꾸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만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무모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다시금 2차 파업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자본의 사과를 받아 낼 것이고 자본주의 노예제도인 비정규직을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없애는 투쟁에 당당히 나설 것입니다.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 드립니다."

 

이상수 지회장은 단식에 돌입하는 이유를 노조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 후 현장은 현대차 쪽의 강경입장으로 돌변했습니다. 각 업체마다 징계 한다는 내용이 조합원에게 문자로 전달되었고 출입문 안에서 늘상 하던 아침 출근시간 집단 시위도 못하게 했습니다. 저는 21일 월요일 아침 7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구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했습니다. 밖에서 간판 하나 세우고 1인 시위 중이었는데 갑자기 공장 안이 떠들석 해서 보았습니다.

 

공장안에는 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수막과 간판을 들고 서있었습니다. 잠시후 100여명의 현대차 관리자가 우르르 달려 들어 불법파견 항의 시위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내기 시작 했습니다. 발버둥 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서너명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잡고 들어 출입문 밖으로 끌어 냈습니다. 들고 있던 간판은 마구 짓밟아 부숴 버렸습니다. 문 밖에 강제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세게 항의 했으나 20여명이 100여명의 관리자를 당할수 없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여서 답답한지 담배만 뻑뻑 피워 물었습니다.

 

이상수 지회장 단식 14일차

 

21일 월요일 단식 13일차 오후에 조계사에 도착했습니다. 울산에서 아침 1인 시위 끝내고 집에 갔다가 서울 출발 고속버스를 탄게 오전 11시경이었습니다. 오후 4시쯤 도착하니 이상수 지회장과 세 분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심상찮은 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뭔 일 있느냐 분위기 왜 이러냐고 한 간부에게 물었더니 말했습니다.

 

"큰 일이 하나 터져서요. 좀 심각 하네요."

 

그 간부는 저에게 인터넷 되는 휴대폰 전화기로 뭔가를 하나 보여 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비정규직 노조 이름으로 낸 게시판에 올라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20일) 박민호 법규부장에게서 19일 조합원 총회의 투쟁기금, 후원주점 재정보고를 준비하는 도중 조합비 1580만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정민 전 사무국장을 수소문 끝에 만났습니다. 최정민 전 사무국장은 "노덕우 전 수석부지회장이 조합비 1400만원, 이상수 지회장 70만원, 정대세 25만원, 총 1495만원이 유용"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이상수 지회장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조계사로 박민호 법규부장을 보냈으며, 정대세 조합원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85만원에 대해서는 최정민 전 사무국장이 제출한 내역서를 보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후라 그런지 모두 힘들어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입장은 어떻게 정리할 거냐고 비정규직 노조 이상수 지회장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우선 제 불찰 이기도 하니까요. 책임을 지고 수습을 해야죠. 곧 임시대대를 소집하고, 거기서 사퇴의사를 밝힐 겁니다. 그리고 경찰에 자진 출두해야죠"

 

의료연대 의료진 건강검진 오다

 

저녁 7시경 의료연대 의료진이 도착했습니다. 단식 13일차 몸 상태가 어떤지 간단하게 검진을 했습니다. 혈압을 재고 피를 조금 뽑아 혈당 검사를 했습니다. 혈압은 정상이고 혈당도 좀 낮은 편이긴 하지만 괜찮다고 했습니다. 지회장도 햇살 날 때 일어나 걸으면 좀 어지럽긴 하지만 아직 괜찮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은 지회장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의료진이 돌아가고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만 뻑뻑 피워 댔습니다. 참 안쓰러운 광경이었습니다.

 

21일 밤 이상수 지회장은 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는데 갑자기 조합비 유용 사태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면 조합원이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 했는지 사퇴하고 새 집행부 구성해서 다시 불법파견 투쟁 해 나가는게 좋겠다고 판단 했는지 마음의 결단을 내린거 같았습니다.

 

21일 밤 이상수 지회장을 지키는 한 비정규직 간부는 조계사 내에 있던 의자를 붙이더니 그 위에 침낭을 몇 개 펼치고는 거기서 침낭 덮고 잠을 청했습니다. 밤이 되자 낮과 달리 많이 추워 졌습니다. 저도 그 옆에 침낭 하나 펴서 누워 잠을 청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이 얼음덩이처럼 변했습니다. 도무지 추워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에서 가까운 찜질방을 찾아가 쉬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조계사로 가보니 어제보다 더 맥없이 지회장이 나와 앉아 있었습니다. 한 지회 간부는 서울 단체에서 빌린 천막을 돌려 주려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습니다. 한 간부가 지회 게시판에 뜬 내용을 보여주며 "지회장님 보세요. 지회장님 사퇴하지 마세요 라고 하잖아요" 라고 응원 했지만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마음의 결정을 이미 내린거 같았습니다. 언제 고쳤는지 지회장 단식 13일에서 14일로 날자가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답답해 하다가 오후 1시 넘어 저는 <오마이뉴스> 사무실이 있는 상암동으로 출발 했습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노동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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