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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의 야권연대 협상이 본격 닻을 올렸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시민정치운동단체들과 함께 4·27 재보선 선거연합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6·2 지방선거 이후 소강상태에 빠졌던 '반MB 야권연대'가 4·27 재보선을 기점으로 다시 출발하게 됐다.

 

6·2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판'은 시민사회가 먼저 깔았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대표, 이해찬 시민주권 상임대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본부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원로 6명은 지난 21일 야4당에 공문을 보내 선거연합 테이블 구성 의사를 타진했고, 각 정당이 적극 응하면서 자리가 마련됐다.  

 

시민사회와 야4당은 이날 "이명박 독주를 심판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와 민생안정,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4·27 재보선부터 선거연합을 시작한다"는 합의 원칙을 발표하고, 바로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 일자리·교육·복지·환경·평화 등에 있어 미래지향적 공동의 대안을 중심으로 한 정책연합과 상호 호혜존중의 원칙의 선거연합을 포괄해 4·27 재보선 야권연합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희망과 대안' 등 시민정치운동조직들은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해 협상 성사에 협력하고 각 당의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실제 협상엔 야4당과 함께 '희망과 대안', '한국진보연대', '시민주권', '민주통합시민행동' 등이 참여, 이른바 '4+4 협상'이 가동될 예정이다.

 

백낙청 "국지적 재보선부터 '야권연합' 훈련 시작해야"

 

야4당 대표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시민사회 원로들은 2012년 총·대선 이후 큰 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했다. 각 야당이 작은 승리에 집착해 큰 승리와 변화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요지였다.

 

백낙청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가 원(願)을 크게 세울 필요가 있다"며 "크게 이기고 크게 세상을 바꿀 열정 없이는 작게도 못 이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촉구했다. 야권이 4·27 재보선 혹은 2012년 총·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넘어 우리 사회의 획기적 변화를 꿈꾸고 그에 따른 구체적 설계를 하지 않는 이상, 앞서 목표했던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였다.

 

백 교수는 또 "국지적 재보선부터 우리의 준비와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며 "재보선이라는 비교적 작은 일에도 헌신적으로 임하는 것이야말로 원을 크게 세운 사람들의 당연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시대적 소명의 실현에 가장 비중이 큰 정당답게 연합정치 진전에 능동성을 발휘하라"며 "민주당의 그러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부진할 경우 시민사회는 촉진자이자 감시자의 위치에서 그 누구의 책임에도 눈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민사회 원로들도 미리 배포된 '공동초청인 인사말'을 통해 백 교수와 같은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해찬 상임대표는 "이번 4·27 재보선은 이기면 좋고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 선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재보선에서 더욱 강한 연대의 틀을 쌓고 통합의 정신으로 승리해야 내년 총선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며 "그래야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정말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근 상임대표도 "각 당의 득(得)을 잠시 내려놓아 달라, 각 당 간 불가피한 경쟁을, 그것이 비록 정당하다 하더라도 잠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야권이)MB식 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서장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각 대표들은)혹 당원들에게 몰매를 맞게 된다 하더라도 기어코 이 일을 이뤄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눈앞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걷겠다"

 

각 당 대표들은 시민사회 원로들의 호소에 적극 부응했다. 지난 20일 '통큰 양보론'을 펼쳐 야권연합 논의의 전기를 마련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기득권 포기를 천명했다.

 

그는 "제1야당 대표로서 여러 사회 각계각층 원로 어르신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여러분 앞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눈앞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큰 걸음으로 나갈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합쳐라! 힘을 모아라!'가 국민들께서 저희에게 이길 수 있는 비결로 알려주신 말씀"이라며 "이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모난 것이 있으면 깎을 것이고 좁은 것이 있다면 넓힐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2011년을 2012년의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한 통합과 연대의 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당장 4·27 재보선 야권연합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이날 꾸려진 선거연합 테이블을 2012년 총·대선 선거연합 테이블로 확장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4·27 재보선에서 연대·연합을 이루기 위해선 더 큰 틀에서 (야권의)과제를 생각하고 합의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서로 역사적 책임감을 나눠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승수 "가치연대·호혜존중 원칙 지켜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판단할 수도"

 

다만,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6·2 지방선거 당시 '5+4 협상'이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지목하며 "야권연대가 가야할 원칙과 기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신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패배였지만 그 과정에서는 원칙이 실종됐고 호혜존중이 작동하지 않아 최종적인 실패였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의 논의는 가치연대가 가장 1순위의 합의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어, "가치연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간에 쫓겨 정치공학과 힘의 크기에 이끌려 다닐 수 있다"며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고용서비스활성화법(직업안정법)'을 2월 국회에서 상정키로 합의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진보신당은 진정성 있게 대화에 임할 것"이라면서도 "가치연대와 호혜존중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진보신당은 또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4.27 재보선, #야권연대, #선거연합, #손학규, #조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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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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