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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했던 장쩌민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가 당정군의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 2004년 9월 16일자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 15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했던 장쩌민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가 당정군의 최고지도자로 올라섰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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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향신문사가 2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 국가주석(胡錦濤, 후진타오)과 총리(溫家寶, 원자바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학생이 35명(17.5%)에 그쳤다는 보도를 접하며 중국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바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줄줄이 외우는 학생들도 중국의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모르쇠'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덩샤오핑(鄧小平)과 후진타오 사이에 중국의 국가주석을 지낸 장쩌민을 아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테지만, 그는 아직도 중국군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가 주창한 '3개 대표론'은 중국 헌법에 명시되어 중국정치인들의 연설이나 회의석상에서 경전처럼 되뇌어지고 있다.

중국 헌법은 맑스-레닌주의의 이념을 근저로 하며 역대 주석들의 주요 사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창당과 중국 건국에 지대한 공헌을 한 마오쩌둥(毛澤東),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을 부강하게 만든 덩샤오핑, 3개 대표론의 장쩌민,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후진타오 사상들이 포함되었다.

"중국 각 민족, 모든 인민들은 중국공산당의 영도 아래 맑스-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의 인도 하에 공업, 농업, 국방, 과학기술의 현대화를 점진적으로 실현하며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진한다."

2000년 2월 20일,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이었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연상시키는 광둥(廣東)성 시찰을 시작하며 '3개 대표론'을 들고 나섰다.

3개 대표론은 중국공산당이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요구(先進社會生産力的發展要求, 사영기업가), 선진문화의 발전 방향(先進文化的前進方向, 지식인), 광범위한 인민의 근본 이익(最廣大人民的根本利益,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3개 대표론의 핵심은 중국공산당이 노동자와 농민의 프롤레타리아 무산계산만의 이익이 아닌 자본가와 지식인의 이익도 대변하고 그들을 품안에 끌어안는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변화된 상황에 맞춰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서 시대의 흐름에 너무 앞서지도, 뒤지지도 말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자(與時俱進)는 것이다. 즉 기존의 공산당 교리나 강령에 묶여 변화하는 시대상이나 선진문화를 도외시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덩샤오핑이 중국을 부강의 길에 들어서게 했고 장쩌민이 3개 대표론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요소를 중국공산당 강령에 추가하여 부의 축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셈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게 된 노동자 농민들을 위해 현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는 '허셰(和諧, 조화로운 발전)'를 통해 부의 분배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양상이다.

장쩌민은 2002년 당 총서기, 2003년 국가주석, 2004년 당 중앙군사위 주석, 2005년 5월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후진타오에게 물려주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러나 측근 인물들의 비리와 장쩌민의 장남인 장몐헝(江綿恒)과 차남 장몐캉(江綿康)의 사업 특혜문제 등으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그가 주창한 3개 대표론이 헌법과 당론에 들어가면서 선임자에 대한 예우를 받은 셈이 되었다.

중국인들에게 그다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이 언제까지 중국 헌법과 당론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계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금까지는 아직 3개 대표론이 유효하며 건재하다.


태그:#장쩌민, #3개 대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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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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