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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안이 진통 끝에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광고 축소 없는 인상안'에 반발한 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위원들이 KBS '광고 축소'를 '구속력 있는' 조건으로 내걸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000원 인상하되 '상업 재원' 축소 바람직"... '재허가 조건' 압박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내부 검토 의견서를 여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24일 KBS 이사회가 제출한 인상안대로 1000원을 인상하되, 인상분을 KBS가 제시한 공적 책무 확대 뿐 아니라 '상업 재원 축소' 등에 쓰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결국 2TV 상업 광고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광고 유지하는 1000원 인상'이라는 KBS 이사회 안과 정면 배치된다. 

 

방통위는 이날 의견서에서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재원 구조 정상화를 통한 공영성 강화나 콘텐츠 질 향상에 미흡하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특히 KBS가 2014년까지 디지털 전환, 난시청 해소 등 10대 공적 책무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9389억 원 적자를 수신료 인상 근거로 제시했지만 방통위는 예산 삭감 등을 통해 6284억 원 적자로 재산정했다. 방통위는 그 차액이 30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상업 광고를 축소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방통위는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과 KBS 이사회 합의 의결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하되 인상분은 타당성이 인정된 공적 책무 확대 방안의 성실한 시행과 프로그램 제작비 확대 및 상업 재원 축소 등에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번 의견서가 구속력은 없지만 KBS 방송사업 재허가 조건에 수신료 인상 시 방통위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한 시행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돼 있다"고 밝혀 사실상 KBS 재허가를 앞세운 '조건부 동의'임을 분명히 했다. 

 

인상 근거 부족하다며 '조건부 동의'... 결국 '조중동 방송' 살리기? 

 

결국 방통위가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근거에 큰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광고 축소'를 조건으로 내걸고 통과시켜준 셈이다. 그동안 언론시민단체에선 현 정부의 수신료 인상 목적이 결국 KBS 2TV 광고를 없애거나 줄여 '조중동 종편' 등 신규 채널 사업자 '광고 시장'을 확보해 주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실제 여당 추천 위원들은 KBS 공영성 강화를 앞세워 광고 유지하는 수신료 인상안에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날 방통위에서도 수신료 인상안과 '광고 축소'를 '빅딜'하는 조건부 동의를 놓고 여야 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검토 의견서는 야당 위원 2명이 반대 의견을 밝히거나 퇴장한 가운데 여당 위원 3명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은 퇴장에 앞서 "수신료 인상 근거가 미흡하다면 KBS가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춘 완벽한 인상안을 다시 제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게 맞다"면서 "인상 근거를 부정해 놓고 인상하게 하는 건 논리적으로 충돌한다"고 모순을 지적했다.

 

이경자 부위원장 역시 "앞에서는 수신료 인상 근거가 부정확하고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수용해서 1000원 인상안을 인정한다는 논리 전개가 느닷없다"면서 "(수신료 인상 없이) 지금과 같이 가도 흑자 구조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면 현 재원 구조 유지하면서 먼저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한 뒤 수신료 인상안도 같이 검토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한 상업 재원 축소 조건에 대해서도 이 부위원장은 "상업 재원 축소는 광고는 두고 1000원 인상하겠다는 KBS 이사회 결정에 대해 월권 아닌가"라면서 "KBS 재허가 조건에 (수신료 사용) 시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해 KBS 사장은 상업 재원 축소 의무 갖게 되는데 KBS 이사회 결정과 충돌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따졌다.

 

양 위원 역시 "공적 책무 강화와 상업 재원 축소는 병렬 관계에 놓일 수 없다"면서 "수신료 인상 목적은 KBS 총예산을 확대해 공적 책무와 방송의 질 높이는 데 쓰자는 건데 수신료 올리고 광고 재원 비율을 낮추면 결국 KBS 예산은 똑같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통위를 통과한 검토 의견서는 KBS 이사회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다음 주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KBS 이사회에서 어렵게 이뤄진 '여야 합의' 정신이 방통위에서 깨지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


태그:#수신료, #KBS, #방통위, #종편,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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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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