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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니?"
"아빠는? 이제 고 3이잖아요."

밤 11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아이에게 물으니, 눈이 동그래진다. 아빠가 되어가지고 그 것도 모르고 있느냐는 표정이다.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 3이 되려면 새 학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새 학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새 학년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란다. 졸업식이 끝났으니, 그날로 고 3이 되었다는 것이다. 봄방학이란 말이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의
▲ 여정 인생의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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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대학 입시를 결정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해서는 안 된다. 대학 입시가 전쟁이 된 지는 오래다. 시대의 흐름에 무심한 나도 그런 사실 정도는 잘 이해하고 있다.

대학 입시라는 경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인생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대학 입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고3 시절이 아주 중요하다. 그 시절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그 중요성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다.

새 학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고3이라는 굴레를 쓰게 하는 것은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정식으로 고3이 되면 당연히 다 알아서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학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고3이라고 멍에를 씌어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봄 방학을 완전히 반납하고 공부에 매진하도록 몰아가는 것은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밤 11시까지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는 막내가 안쓰럽기만 하다.

산사를 이루는 요소들
▲ 모두가 소중해 산사를 이루는 요소들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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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들지 않니?"
"이제 시작인데요."

씩씩하게 대답하는 막내가 대견스럽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서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고 3이라는 과정을 성실하게 채워갈 때 그 인생에서 환한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삶의 과정은 그래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건성으로 넘겼을 때 그 후유증이 틀림없이 나타난다. 새 학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고 3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는 막내가 힘을 내기를 기원해본다.

행복해
▲ 알차게 채워가야 행복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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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에게 있어서 고 3이라는 시절은 한번뿐이다. 인생은 그렇게 모두 다 한번뿐이기에 소중하고 중요하다. 추운 겨울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 나름대로의 맛도 있고 멋도 있다. 겨울의 추위를 마이너스 요인으로만 생각하면 보내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추위의 다른 면 즉 겨울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겨울은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인생은 모두 다 소중하다. 어느 순간이나 모두 다 똑 같이 한번 뿐이다. 그 순간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막내 파이팅!<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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