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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 대표들과 각 정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야권연대 추진기구를 오는 3~4월까지 결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시민주권'이 16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민주진보개혁진영 집권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다.

 

기조 발제를 맡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내년 총·대선까지의 현실적 시간을 감안할 때 총·대선 야권연대의 수준은 일단 선거연합에 그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중앙 및 16개 시·도, 지역 단위별로 야권연대 추진기구를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중앙 차원에서 민주당의 불출마 지역구 수를 정하고 16개 시·도의 추진기구에서 불출마 지역구를 협의를 통해 결정짓는 방법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선거연합 방안 중 가장 구체화된 안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참여당 등 야4당 대표선수들은 연대·연합 수준과 방법에 뚜렷한 인식차를 보이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총선 승리가 대선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 총선 승리를 위해선 5당으로 분립된 야권이 하나의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공감했지만 여전히 자당의 입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내년 총·대선의 '야권연대' 성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인 4·27 재보선에서 쉽게 손을 맞잡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속사정이 그대로 노출됐다.

 

[민주당] "언제까지 지분 할애하는 방식으로 연합할 것인가, 통합하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야5당이 힘을 합쳐 굉장히 중요한 성과를 이뤘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연합공천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많이 양보하지 못해 선거연합을 더 높은 수준에서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는 연합공천이 그만큼 어려운 사실을 방증한다"며 "(연합공천을 했던) 지난해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점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짚었다.

 

각기 다른 정당이 하나의 후보를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운데다 선거 시기 각 당의 총력이 모이는 것도 만만치 않단 얘기였다. 귀결점은 '통합'이었다.

 

그는 "각각 다른 정당이 연합공천을 할 땐 자신이 앉을 의자가 2개 밖에 없지만 통합된 정당이 공천할 땐 자신이 앉을 의자가 7개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보다 '통합'이 더 안정적인 선거구도를 만들 수 있단 주장이다. 

 

이 최고위원은 "연합공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섣부르다"며 "일정하게 각 정당이 통합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기초와 사상·이념적 기초가 마련된 만큼 연합 못지 않게 통합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 교수가 제안한 '민주당 무공천'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연합공천이 지속될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지분을 다른 정당에 할애하는 방식의 연합이 지속됐을 때 국민에게 감동과 신선함을 계속 안길 수 있겠나"라며 "통합이야말로 총·대선을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 "비현실적인 통합론, 진정성 의심돼"

 

진보정당은 이인영 최고위원의 '통합론'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장원섭 민노당 사무총장은 "낮은 단계이지만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완성시키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현 상황에서 모든 세력을 하나로 통합하겠단 주장은 진보진영 입장에서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6·2 지방선거 때처럼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민심에 복무하는 것이 민노당의 정치철학"이라고 밝힌 그는 "후보단일화와 같은 낮은 단계부터 성과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어, "당장 불가능한 일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진정성이 없거나 뭔가 다른 의도를 갖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경계심도 드러냈다. 현재 민노당·진보신당 등 다양한 진보정치세력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지금, 민주당의 '통합론'이 자칫 진보진영 통합을 경계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단 지적이다.

 

이 최고위원이 '지분 할애'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나누지 않고 연대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후보단일화를 하든, 나눠먹기를 하든 상대 당의 실력을 인정하는 게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장 사무총장은 6월 지방선거 당시 민노당이 야권연대에 적극 협조하며 시의원을 한 명도 내지 못했던 점을 들며 민주당만이 '연합정치' 과정에서 희생하는 게 아니란 점을 들었다.

 

그는 또 "4·27 재보선의 순천이나 김해을이 연합정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이긴 하나 전체적인 총선 판을 결정짓진 않을 것"이라며 "승부가 난다면 수도권일텐데 누가 대승적으로 결단할 수 있는지 그런 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상당수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양보'해야 총선에서의 선거연합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도 "진보진영이 (민주당 등을 향해)더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진보신당이 '가치연대'·'호혜연대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총선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금 당장 100% 손을 잡기엔 미심쩍단 반응이다.

 

그는 "민주당이 변화한다면 이른바, '정치적 양보'와 '용인'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와 작은 정당들의 작은 가치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직도 지역주의 정치질서가 내재된 민주당이 변화하는데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박 부대표는 또 "민주진보진영이 구체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혹은 비례대표 수 확대 등 소수 정당의 법적인 고민을 같이 하는 게 '연합정치'의 핵심적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민참여당] "4·27 재보선부터 연합공천 해야... 제1야당 태도가 관건"

 

4·27 김해을 재보궐선거를 놓고 민주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경우, 제1야당 민주당의 태도를 연합정치의 관건으로 제시했다.

 

천호선 최고위원은 "각 정당이 통합이 아니라 연합을 하려고 해도 목적이 동일하고 일정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현 4·27 재보선 상황을 짚었다. 민주당이 작년 7·28 재보선 당시 야3당(민주당·민노당·국민참여당) 대표가 서명했던 "7·28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에 대해서는 향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낼 수 있도록 우선 배려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위반하고 있단 비판이었다.

 

그는 "선거연합보단 좀 더 높은 수준의 정치연합으로 가야 한다"며 선거 막판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천 최고위원은 각 당의 지지율을 근거로 '지분'을 인정하고 당선가능성의 높고 낮음과 권역별 균형 등을 조절해 야5당이 '연합공천'에 나서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천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며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통 큰 결단'을 내릴 것도 주문했다. 그는 "세계정치에서 연합정치가 성사되느냐 여부는 제1야당의 태도에 달려 있었다"며 "민주당이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야권연대, #연합정치, #4.27 재보선, #시민정치운동,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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