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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교조냐 교총이냐가 아닙니다. 교육 환경이 낙후된 곳에서 평교사 출신 교장이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겁니다.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일인데 지금 이것이 이념적으로 비춰지는 게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16일 오전 9시 50분경 정부중앙청사 후문에 모인 약 20여 명의 영림중학교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그리고 학부모들은 교과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들이 추천한 교장을 신속히 임용제청하라"며 "교총이 기득권 유지와 이념 대립 구도를 만들기 위해 학교를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일부 절차상 민원이 들어온 서울 상원초등학교와 영림중학교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교장) 임명제청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은 이 사안에 대한 감사를 통해 문제 없다고 했고 지난 15일에는 서울시 38개 초·중·고등학교의 최종임용후보자를 선정했다고 밝혀 교과부와 갈등을 보이는 상황이다.

 

영림중의 교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심사를 맡았던 김경숙 심사위원장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전체 학부모의 76%가 찬성해 진행된 것이다, 일부 서너 명의 사람들이 마치 학부모 대표인 양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행동하게 되었다"며 집회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영림중은 교장공모제를 지지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로 양분된 상태다.

 

집회 후 이들은 교과부 장관 면담 신청을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제지해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측은 "신고된 집회가 아니고 지금의 행동도 시위의 연장선이기에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막아섰고 위원들과 학부모들은 "민원을 내러 가는데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항의했다.

 

"절차상 문제 있으니 무효" VS "내부형 교장 공모 방해 말라"

 

특히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같은 장소에서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전 10시 30분경 교총 소속 50여 명의 집회 참석자들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맞은편에선 전교조 소속 20여 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공모제의 정당성과 함께 교총의 방해 활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같은 장소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악!"하는 해병대식 구호를 외치며 진행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집회를 진행하던 교총과 달리 전교조 측은 준비된 연사들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개인 발언을 하는 모습이었다. 

 

교총의 이호준 정책국 추진차장은 "문제가 있으니까 학부모들(학부모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이의를 제기한 게 아니겠는가"라며 "공모제 진행한 4개 학교 중 교육감이 특정 학교를 지정해 평교사 후보가 나오도록 시행 규칙을 바꾸는 등 여러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지난 14일과 15일에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교장 추천 후보자 선정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반면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서울 교육청) 감사에서 이미 절차상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교총이 절차를 문제 삼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내부형 공모제를 반대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혁신학교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사건은 현재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개입하고 있는 등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입수한 교총의 문건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건엔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대응하는 활동계획이 상세히 나와 있었고 홍보방안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에 협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부모들, 양 진영에서 서로를 향해 '진실 공방'

 

"우리가 교장을 뽑는다는 생각으로 뿌듯한 마음으로 투표하고 입학식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학부모 대표라는 몇 사람이 나와 절차의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투표한 우리들은 무엇이 되나요? 왜 학부들에게 진실을 호도하는 겁니까? 학부모가 원하는 교장을 돌려주십시오."

 

영림중학교 내부자 공모에 응한 사람은 모두 14명이었다. 심사위원회에서 9명의 후보로 압축하기 위해 서류 전형을 통해 5명을 탈락시켰으나 이후 문제가 제기되어 다시 14명 심사 방침을 학교운영위에서 결정했다. 그러나 탈락자 중 3명은 전형에 참여하지 않았다.

 

학부모 대표이자 운영위원회 소속인 윤정득씨는 "우리가 추천한 교장 후보들을 모두 예정에 없었던 서류에서 탈락시키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탈락시킨 사람들을 다시 불러 심사를 했다"면서 "절차 문제가 없다면 왜 다시 포함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후 진행된 경영설명회 및 심층면접 과정에 학부모 참관도 17명밖에 없었다, 이는 학부모들께서 교장 후보자들이 모두 전교조 출신이기에 안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경숙 심사위원장은 "서류 전형은 타 학교에서도 선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방안이었고 영림중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해 서류전형을 진행하기로 합의 본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경영설명회 참석자가 17명이라 공정성을 의심한다면 서너 명의 인원들이 반대 현수막을 만들고 학부모 일동이라고 하며 민원을 넣는 활동 역시 의심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학부모 대표라는 분은 자신이 심사위원 선정에서 탈락하자 절차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라며 "나도 떨어진 사람이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고민한다면 하루속히 임명제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주호 장관도 이전엔 교장 공모제를 한다고 했는데 교총의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 지금은 입장이 바뀐 것 같다, 안 그래도 교총이 장악하다시피 했는데 새로운 인물들도 나올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지금까지 교육청에서 추천한 교장 후보를 정부 당국이 제청 거부를 한 사례는 없었다.

 

한편, 전교조 측의 기자회견은 11시경 종료됐고 교총의 규탄 집회는 오후 1시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전교조 측을 향해 '미신고 집회'라며 경고 방송을 했고 이 과정에서 집회 참석자 일부는 경찰을 향해 항의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선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내부형 교장 공모제, #교총, #전교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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