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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 늙었다고, 정신까지 늙진 않았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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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그려야할까~♪.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써야만하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들 사랑의 이야기. 이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든 인생이야기.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채워야하나~♬"

익히 들어봤음직한 노래가사. 젊은이에게 줄곧 불리는 이 노래가 오윤원(73세·군산시 월명동) 할아버지의 노래방 18번이다. 사실 할아버지라는 호칭도 실례일 수 있다. 젊음의 노트에 무얼 채워야 할지 모르는 그는 언제나 자신이 젊다고 자칭하기 때문이다.

그의 첫 인상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바리코트에 분홍색 넥타이. 짙은 갈색의 중절모는 젊은 신사 같았다. 이 의상을 보고 누가 73세 어르신이라 하겠는가. 의상만으로도 그의 젊은 감각과 평소 생활을 알 수 있었다.

"암, 젊게 살아야죠. 전 제가 늙었다고 생각해 본적 없습니다. 아직도 제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누구 말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겁니다. 인생에 있어 정년퇴임이란 게 뭐 있겠어요. 마음이 젊다고 생각하니 옷, 노래, 생각 등이 밝고 경쾌해 지는 것 같아요."

 매사 젊음 패션감각을 유지하며 대학생활 하는 오윤원씨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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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학생을 자칭하는 그는 올해 군산 소재 대학 실용음악과 새내기다. 이 대학에서만 벌써 세 번째 입학이다. 2007년 케어사회복지과, 2009년 부동산컨설팅과를 입학하고, 2011년 실용음악과까지 섭렵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취득한 자격증도 수두룩하다. 사회복지사 2급, 케어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레크리에이션 2급, 웃음치료사 1급 등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배움에 충실했다. 그러면서 그의 나이 70세 때는 소리 내기도 어렵다는 색소폰에 도전했다. 2년 정도를 매일 같이 배우고 연습한 결과, 이제는 어느 봉사처를 가도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의 연주 실력을 갖추게 됐다.

"배움이란 뭐랄까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한한 도전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받아드려야 하지요. 배움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또 제가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진짜(?) 젊은 시절도 배움의 연속선상이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까지 마친 그는 국가의 부름에 따라 군에 가게 됐다. 군에서도 장교출신으로 월남전까지 참전한 그는 10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을 다시 다녔다. 1972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생활을 하게 된 그는 기독교학교인 군산 소재 고등학교의 교목 제의를 받고, 이곳에서 22년간 교목이자, 영어교사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교사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활동과 봉사활동으로 활용했다. 군산초등학교, 늘빛지역아동센터, 1318 해피죤, 유레카지역아동센터, 임마누엘지역아동센터, 군산노인종합복지관 등지에서 노소(老少) 관계없이 영어를 가르쳤다. 또 색소폰 연주, 웃음치료사 등의 재능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그는 요양원, 병원, 축제 행사 등 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음악과 웃음을 선물했다.

 70세 때 배운 색소폰으로 요양원에서 연주봉사를 하고 있는 오윤원씨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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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해보니깐 알겠더라고요. 봉사는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는 거란 걸. 봉사는 한마디로 저에게 '행복'입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를 웃고 감동받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지 모릅니다."

그의 봉사대상은 갈수록 다양해졌다. 작년 초, 새터민 전문상담 양성 교육까지 수료한 그는 군산 신노인 문화센터(2011년 1월 3일 발족) 문화예술 팀장을 맡으며 봉사의 영역을 확대했다. 3월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 전공 공부와 함께 클라리넷, 오카리나, 해금 등을 배울 계획이다. 이렇게 배운 악기 연주는 고스란히 봉사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는 이제 '배움'과 '봉사'를 하나로 보고 더 많은 것들을 '젊음의 노트'에 채워나갈 것이다.

그는 말한다. 육체가 늙었다고, 정신까지 늙진 않았다고.


태그:#오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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