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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 지역신문발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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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선택과 집중지원"
"380억원 외에 언론진흥기금 120억원 추가 지원"

큰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을 통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갑자기 받아 든 무거운 선물 보따리에 지역신문들이 지금도 어리둥절해한다.

'종이신문 종말론'이 제기될 정도로 인터넷 미디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요즈음, 지역마다 난립양상을 보이며 갈수록 작아지는 광고와 판매시장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신문들이다. 설상가상, 날로 거대화되는 서울 과점보수신문들과 힘겹게 싸우며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지탱하고 있는 지역신문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마침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정부는 달콤한 사탕으로 지역신문들을 유혹하기라도 하려는 듯 발표시기가 절묘했다.

최근 대통령 공약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전 지역 언론이 설 전후로 시끄럽다. 과학벨트가 기폭제가 됐지만, 충청권을 비롯한 각 지역 신문들은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잇달아 굵직한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격한 비판논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는 지역신문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등 전례 없는 지역언론 끌어안기 전략을 마련하고 나섰다.

과학벨트로 심기 사나워진 지역신문들 '끌어안기'용? 

인근 지자체는 물론 정부의 신경을 자극할 만하다. 이날 마침 전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를 열고, '전남도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수정 의결했다. 강성휘 의원(민주당·목포1) 등 12명은 조례안 발의를 통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4조에 따라 도내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조성해 지역여론을 다원화하고 지역 신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례안은 '9명 이내로 전남도 지역신문 발전위원회 구성', '지역신문 발전지원에 관한 주요 시책평가', '지원사업과 지원내용에 대한 연구' 포함, 전남에 등록된 지역신문과 전남을 주된 보급지역으로 하는 지역신문을 지원대상으로 한정했다. 지원금은 1차적으로 2016까지 연간 5억 원 규모지만, 전국적으로 이러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경남도가 조례제정(지원금 10억 원)을 완료했으며, 최근 경기도와 부산시에서는 입법예고를 마쳤다.

지역언론 지원기준을 마련한 이들 자치단체에 전국 자치단체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양태다. 이보다 더욱 적극적(?)인 시책을 들고 나선 지자체들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최근 "발행부수 5000부 미만의 언론사에 행정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한국ABC협회가 공개한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하루 5000부 미만 언론사에 대해서는 홍보효과가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행정광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성남시는 "이 같은 기준은 '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제6조(광고배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성남시 출입 언론사 가운데 지방지 13곳과 인터넷언론 10여 개 사가 행정광고를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또 5000부 이상 발행 언론사도 발행 부수에 따라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상남도와 양산시도 지역언론 지원기준을 마련했다. 양산시는 지난해 말 '시정 취재 언론사 출입과 운영기준'을 발표하고, ABC협회에서 공개한 발행 부수 1만 부 이상 언론사에 한해서 출입과 고시·공고료 등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허위 과장보도와 기자의 불법행위 등이 적발되면 시청출입과 예산지원을 중단한다는 게 골자다.     

지역신문지원 원칙 '로컬'보다 '글로벌·내셔널' 기준 적용은 모순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지역신문 지원계획에 관한 보도자료들.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지역신문 지원계획에 관한 보도자료들.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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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점에서 나온 정부의 '지역신문발전 지원계획'은 여러 해석을 가능케 한다. 1년짜리 단기 미봉책이 아닌 3년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길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5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해 추진돼 왔던 지역여론의 다양화와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이란 큰 축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업목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언론진흥기금을 제외한, 정부가 향후 3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38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은 지난 6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업으로 지역일간지 29개사, 지역주간지 62개사에 지원된 746억 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기간의 차이일 뿐 지난 6년간 지원된 전체 규모를 둘로 나누면 비슷하다. 이는 자칫 '조삼모사' 또는 '길들이기'식 정책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목이 드러났다.

이날 정부가 제3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운영방향 및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심사계획과 2011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계획을 함께 발표했지만 지원원칙과 선정기준에 있어서 '로컬'보다는 오히려 '글로벌'과 '내셔널'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이 수상하다. 게다가 모호한 ' 매칭펀드 방식'의 '대응기금 지원' 또한 지역신문지원기금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지역신문지원특별법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법적·사업적 취지와는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이번 3개년 지원계획에서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지원되기 시작한 6년 전에도 누차 강조된 표현이다. 새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스마트 저널리즘 분야를 강화해 지원한다'는 이번 계획은 디지털 시대에 대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인쇄비와 인건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지역신문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혜대상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다시 말하면 '로컬'을 소중히 여기며 '로컬'을 지향해야 할 지역신문들에게 '내셔널', 또는 '글로벌' 기준을 더 많이 적용하려는 건 모순이라는 얘기다. 엄격한 기준 적용은 필요하지만, 열악한 경제력을 가진 많은 지역신문들에게 글로벌과 내셔널 기준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제도의 지속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중단위기', '퍼붓기 논란'... MB정부 지역신문 지원정책 '오락가락'

2009년 6월 30일 <부산일보>에 실린 지역신문 공동대응 기사. 사실상 지역신문의 지면파업을 알리는 기사였다.
 2009년 6월 30일 <부산일보>에 실린 지역신문 공동대응 기사. 사실상 지역신문의 지면파업을 알리는 기사였다.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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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MB정부가 취해온 행태가 증명해 준다. 이번 지역신문발전 지원계획 수립은 지난해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의 존속시한이 2010년 9월에서 2016년 12월까지로 6년 연장되고 제3기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됐지만 사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양화와 민주주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온 지역신문발전기금은 MB정부 들어서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역신문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부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두어 기금 대상사를 선정하고 지원해 왔다.

그런데 MB정부는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혼선과 갈등을 불러일으켜 왔다. 특히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산하에 둔 문체부는 지난해 돌연 ▲지역신문 지원 대상 언론사 선정 기준 완화 ▲지역신전기금 운용 실태 감사 ▲지역신문발전법 시행령 개정 시도 등으로 인해 지역언론, 언론 현업단체, 시민사회단체 등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존 지역신문발전위의 기능을 축소하는 한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우선지원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쪽으로 초점이 모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주장이 팽배했다. 이러한 징후는 이에 앞선 지난 2009년에도 수차례 목격됐다. 정부에 불만을 품은 지역신문들은 초유의 '지면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 문제를 들고 일어섰다. 지난해 언론노조는 "문체부가 추진 중인 '우선지원제도'폐지 정책은 지역신문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줄곧 비판했다. '퍼붓기' 논란도 나왔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문체부는 우선지원대상사를 일간지 40곳, 주간지 70곳 안팎으로 선정하겠다고 한다"며 "법적인 기본요건만 충족시키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퍼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호적 여론조성'용 지적 불구, "정부 우릴 위해 쏜다?"... 호들갑

지역신문지원기금이 어떤 돈인가. 해마다 문체부가 국회로부터 예산안을 심의받아 편성된 국민의 혈세다. 이러한 혈세를 떡 주무르듯 하면서 지역신문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지원하는 정부의 태도에선 "편집권을 소유·경영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이비 신문', 다른 업권 보호를 위해 신문을 활용하며 지역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치는 '독버섯 같은 신문'에 어떻게 국민의 혈세를 퍼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비판여론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가뜩이나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원안 수정과 4대강 사업 강행에 이어 최근 과학벨트 등 대통령 공약 미이행 문제를 놓고 전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해당 지역신문의 우호적 여론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당근을 제시하면서 지역신문을 길들이려는 꼼수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지역신문들이 이번 정부의 지원의도와 배경 등을 잘 읽어야만 제도가 올바로 정착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지역신문 지면파업'을 왜 벌여야 했던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역신문들은 정부가 지역신문 지원계획을 내놓기 무섭게 기대감에 젖어 환성을 지르고 있다. 14일 인터넷신문과 15일자 지면의 제목에서 묻어났다. 

'정부, 지역신문 자생 380억 쏜다' 
'지역신문에 3년간 500억 투자한다'
'정부, "저널리즘 강화, 뉴미디어 기반 구축 지원키로"'

마치 어려운 형국에 구원투수가 나타나 '다행'이라는 투다. 과연 그런가. 정부는 지난 6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업으로 지역일간지 29개사, 지역주간지 62개사에 746억 원을 투입했다. 물론 지역신문의 경영여건 개선, 콘텐츠 품질 제고 측면에서 많은 성과도 있었다. 특히 저널리즘 분야에서 보도의 정확성, 공정성 등 지역언론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는 신문사 난립과 경영역량의 부재, 심지어 사주의 방패막이 용 전락 등으로 지역민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2005년 첫 지원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06년 3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지역신문 구독자 조사'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역신문 구독률 50%까지 끌어올리겠다"... <조중동> 가만있을까?

지역신문 구독률은 제주 19%, 부산․울산․경남 16.6%, 대구․경북 13.2%, 광주․전남 6.7%, 강원 6.3%, 충북 4.6%, 전북 3.7%, 대전․충남 3.4%, 경기․인천 1% 등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1일 한국광고주협회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0 한국광고주대회' 10주년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한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밝혀졌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전국 만 18~79세 성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각 지방에서 서울지역 종합일간지보다는 가구 구독률이 높게 나타난 지방 신문사는 <강원일보>(7.5%), <부산일보>(9.3%), <제주일보>(9.1%) 등 3곳이 유일했다.

문체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14일 <기호일보>가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 '정부, 지역신문 자생 380억 쏜다'란 제목의 기사 중 "박선규 문광부 제2차관은 '지역신문의 구독률을 현재 20%에서 앞으로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두고 볼 일이다. 3기 위원회가 과연 지역신문들의 실질적인 자립기반을 구축하는 '발전기'로 삼겠다고 한 내용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지역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의 기세가 판매시장에서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006년 지발위가 조사한 '신문 구독자 조사' 결과, 점유율에서 <조선>(25.8%), <중앙>(21.2%), <동아>(19.1%) 등 세 신문이 66.1%를 차지했다. 게다가 최근 종편채널 사업권을 획득해 지역신문들 중 일부는 이들 신문의 눈치를 보며 짝짓기(MOU 체결 등 정보교류 협약)에 한창이다. 

더욱이 정부는 지역신문 지원을 효과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선택과 집중 지원' 외에 전액지원 방식을 탈피해 매칭펀드(대응기금)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는 신문사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구노력의 도출이라는 긍정적 취지 이면에  지역신문 길들이기용이라는 냄새가 오히려 짙게 풍긴다.

자본이 풍부한 지역신문들이 정부가 제시한 도덕적 잣대나 세무기준 등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매칭펀드를 지원 받을 리 만무하다. 문제는 영세한 대부분 지역신문들이 너도나도 지원받으려는 심리를 정부가 이용해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바로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입맛에 맞는다고 호들갑부터 떨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태그:#지역신문, #지면파업, #지역신문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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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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