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의 은퇴를 알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호나우두의 은퇴를 알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 FIFA


세계최강 브라질 축구를 이끌던 '황제' 호나우두가 화려하고도 굴곡 많았던 축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브라질 SC 코린티안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나우두는 14일 현지 언론을 통해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며 아쉬움과 함께 "이제 때가 온 것 같다"고 은퇴를 밝혔다.

비록 전성기는 훌쩍 지났지만 축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막상 은퇴를 발표하자 축구팬들도 호나우두의 활약을 떠올리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펠레의 후계자' 이름값을 하다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지 리마라는 긴 이름과 함께 남미의 여느 축구스타들처럼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1993년 브라질 크루제이루를 입단하며 프로선수의 꿈을 이뤘고 이듬해 17살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1994 미국월드컵에 참가했다.

호마리우, 베베토 등 당시 최고 스트라이커들의 그늘에 가려 벤치에 앉아 브라질의 우승을 지켜보며 큰 꿈을 꾸게 된 호나우두는 그해 '유망주의 산실'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하며 유럽무대에 진출했다.

이미 '펠레의 후계자'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호나우두는 네덜란드리그 득점왕에 오르고 2년 만에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로 옮기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스페인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한 호나우두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개최국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함께 마침내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루었다.

2006 독일월드컵에도 참가한 호나우두는 개인 통산 월드컵무대에서 15골을 터뜨리며 70년대 독일의 '득점기계'로 불리던 게르트 뮐러(14골)의 월드컵 본선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브라질이 8강전에서 프랑스에 패하며 호나우두의 월드컵 역사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호나우두는 클럽 축구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 인터 밀란을 거쳐 드디어 2002년 '호화군단'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고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등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 황제'를 괴롭힌 치명적 약점은?

 이탈리아 AC 밀란에서 활약할 당시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호나우두

이탈리아 AC 밀란에서 활약할 당시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호나우두 ⓒ AC Milan


스트라이커로서 완벽해보이던 호나우두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무릎이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호나우두의 축구인생을 괴롭혔고 그는 수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갑상선 질환까지 겹치며 그라운드에 나서는 일이 줄어들었고 체중 조절에 실패한 그를 축구팬들과 언론은 '게으른 천재'라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축구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뒤 2007년 이탈리아 AC 밀란에 입단했지만 2008년 방출되어 1년 동안 떠돌이 신세가 되는 등 축구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호나우두는 2009년 지금의 코린티안스에 입단해 고향 브라질로 돌아갔다.

코린티안스의 브라질리안컵 우승에 힘을 보태며 관록을 과시했지만 올 시즌 다시 부진에 빠진 호나우두는 결국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호나우두, 그가 최고인 이유

 호나우두

호나우두 ⓒ FIFA

비록 많은 굴곡을 겪었고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명예로운 은퇴는 하지 못했지만 호나우두는 수많은 전설들을 남겼다.

단순히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3회(1996, 1997, 2002)나 수상했고,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이 상을 차지했다는 기록들을 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2002~2003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이끌고 상대편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스트라이커는 호나우두 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유럽 언론들은 엄청난 활약을 펼친 호나우두와 상대편일지라도 축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중들에게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축구팬들'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또한 2004년 라이벌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신들린 드리블을 뽐내며 혼자서 세 차례나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모두 성공시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도 호나우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명장면들을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나우두는 34살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며 '진짜'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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