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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2부작으로 기획된 MBC월화드라마 <짝패>(2월7일 첫방송)가 방송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어요. 사실 드라마 <짝패>에서 다룬 내용은 이전에 나온 한국드라마 소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죠. 이유는 초반 근간을 이루는 주된 이야기가 출생의 비밀이기 때문이에요.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출생에 관련된 비밀은 한국드라마에서 제법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이런 진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1, 2회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큰 힘이 되었어요.

 

물론 진부한 소재를 빠른 속도로 전개시킨 PD의 연출력도 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단지 몇 회만 가지고 이 드라마 전체의 PD 연출력을 가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은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더 그렇죠.

 

특히 초반에 실제 주연인 성인배우 천정명(천둥 역), 이상윤(귀동 역), 한지혜(동녀 역), 서현진(달이 역) 등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호평을 받은 것은, 아역들과 조연들의 연기때문이었죠. 그래서 아직 전체적인 결과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아역들이 나왔을 때 호평 받았던 드라마가 성인연기자로 교체되고 나서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경우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죠.

 

아직 정확한 판세를 가늠할 수 없지만 초반 <짝패>의 선전은 이채로운 것이 사실이에요.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짝패> 1회가 10.2%, 2회가 12.8%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시청률이 상승했어요. <짝패>가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경쟁자인 KBS의 <드림하이>, SBS의 <아테나 : 전쟁의 여신>와 함께 삼각구도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죠. 

 

<짝패>가 이렇게 좋은 스타트를 끊었던 것은 우선 중견배우들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이문식, 윤유선, 정인기, 안연홍 등이 탄탄하게 연기력으로 극을 받쳐주면서 아역들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죠. 특히 극에 출생의 비밀을 가져오는 막순 역의 윤유선씨 연기가 돋보였죠. 자신의 아들만은 노비의 자식으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모성애가 악역으로 탄생하는 아이러니가 되었어요. 막순의 아들 귀동이 양반의 아들 천둥과 처지가 바뀌게 되는 모티브를 제공하는 인물이죠.

 

여기에다 이문식은 거지패 우두머리 장꼭지 역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코믹한 이미지를 이 작품에서는 전혀 볼 수 없어요. 기본적인 연기가 얼마나 탄탄한 배우인지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죠. 여기에다 별 대사 없이 거지 싱크로율 100%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개그맨 김경진의 모습 또 한 초반 큰 사랑을 받았어요.

 

물론 아역들의 연기는 예상을 웃돌 만큼 너무 좋았기 때문에 특별한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예요.

 

성인연기자들이 나오는 시점이 진짜 승부수!

 

 

<짝패>가 초반 좋은 바람을 타고 있지만 32부작이란 제법 긴 호흡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초반 몇 회를 보고 명품 사극이 될 것이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죠. 사실 이 드라마에도 몇 가지 불안요소는 있어요. 초반 조연과 아역들의 연기로 매우기는 했지만 출생의 비밀이란 주제 자체는 크게 눈길을 끌 별 다른 요소가 없어요.

 

만약 앞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원래 취지인, 조선시대 소외된 계층의 삶과 사랑을 통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정의로운 포도부장과 의적을 통한 탐관오리 척결 같은 것이 아니라,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의 주가 되어버린다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죠. 아직 초반부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죠. 드라마 기획의도대로만 간다면 초반의 상승세는 확실히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만약 배가 산으로 가는 이야기가 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분명 있어요. 익숙하거나 식상한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기 때문이에요.

 

또 아역에서 성인배우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어떤 폭발력을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드라마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어요. 아역들과 조연들이 아무리 초반에 멋진 길을 열어주어도 결국 32부작이란 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것은 성인연기자인 천정명, 한지혜, 이상윤, 서현진 등이에요. 이들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아역들이 만들어놓은 캐릭터의 장점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에 따라서 초반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분명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한지혜를 제외하면 제대로 사극을 경험해본 주연들이 거의 없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분명 현대극과 사극은 많은 배우들이 이야기하듯이 대사 처리나 연기 방법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죠. 아무리 퓨전화 된 사극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얼개는 시대적인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런데 <짝패>는 처음 시작부터 퓨전이 아니라 전통사극을 표방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극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배우들의 경우 드라마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을 가능성도 다분하죠.

 

따라서 천정명, 이상윤, 서현진 등이 초반에 얼마나 제대로 사극에 적응하는지에 따라서 드라마의 승패가 갈릴 가능성도 있어요. 물론 기본적인 연기가 잘 뒷받침 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예측 역시 많이 있죠. 사극에서는 연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너무나 어색한 캐릭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배우들의 출연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주연 배우들에게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단 의미가 될 것 같아요.

 

최근 사극 열풍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짝패>의 출연은 분명 신선하죠. 타방송사 드라마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는 것은 분명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단 것이겠죠.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힘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과연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짝패>가 32부작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짝패, #천정명, #한지혜,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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