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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었던 여행지 서 티베트로 출발하다
▲ 서 티베트 여행을 출발하다. 가고 싶었던 여행지 서 티베트로 출발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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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로 가득찬 작은 이 방에서 어떻게 밤을 보냈을까? 조명하나 없는 티베트 작은 마을 올드 팅그리 작은 방에서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밤새도록 문을 흔들어 대던 히말라야의 차가운 환영인사와 두려움으로 침낭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지난 밤. 문 밖에서 짖어 대는 강아지들의 소리가 낯선 공간에서 누워 잠을 청하려는 나를 안심시켜 주었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몇 해 전 처음 티베트를 방문했을 때 지구의 중심, 지구의 배꼽이자 신이 살고 있다는 성산 카일라스의 사진을 보았다. 불교의 삶을 사는 티베트인들에게 영혼과도 같은 산 카일라스.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산의 모습은 내 가슴속의 무언가를 깨우는 데 충분했다.

'언젠가 그 곳에 서겠다' 생각을 한 지 6년이 지나 드디어 꿈에 그리던 카일라스로 향하게 됐다. 돈이 있어도 시간이 있어도 카일라스가 불러주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과 정신은 행복으로 넘쳐 났다. (지난 2010년 2월, 일본에서 함께 지내던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신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나는 꼭 카일라스 그곳에 가야 했다.)

서 티베트 여행 여정. 카일라스로 향한다.
 서 티베트 여행 여정. 카일라스로 향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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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 자동차로 5일을 꼬박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카일라스. 라체에서 카일라스로 가는 도로가 지도상에는 표시되어 있지만, 도로 유실이 심하고, 고도가 높아 오랜 시간 공사를 해도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내 생각으로는 더 오래 공사를 해도 도로가 완성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도로가 좋지 않아 외국 여행자는 반드시 사륜구동 자동차를 이용해 군사 허가증 및 허가증을 만들어 이동을 해야 한다. 날씨의 변화가 빠르고 무엇보다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서 티베트. 6년 동안 이곳을 꿈꾸었지만 자유여행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 몇 번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한 여행 커뮤니티에서 서티베트 여행 출발이 확정된 사실을 알게 되어 일부 구간만 함께 차량을 이용하기로 하고, 카일라스로 출발하였다.

서 티베트로 가는 길. 오프로드가 시작 된다
 서 티베트로 가는 길. 오프로드가 시작 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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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티베트를 진압한 중국 정부는 50년 동안 구석 구석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네팔을 연결하는 우정공로와 관광 수입으로 도로 공사 이상의 이윤을 낼 수 있는 서티베트까지의 도로 연결 공사로 서 티베트로 가는 길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진 속처럼 비포장도로(오프로드)를 달려야 한다.

올드 팅그리를 출발하여 2시간 정도 포장 도로인 우정공로를 달린 지프차는 길이라곤 보이지 않는 서쪽 오프로드로 방향을 튼다. 머리가 자동차 천장에 닿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자동차 안에서는 고통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히말라야에서 흘러 내린 물로 막혀 버린 도로
 히말라야에서 흘러 내린 물로 막혀 버린 도로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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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30분이 되지 않아 잘 달리던 지프차가 멈추어 섰다.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린 물로 막혀 버린 길. 우회 길을 찾아보려 주변을 돌아봐도, 히말라야 끝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흘러 내린 물로 돌아갈 길을 찾아볼 수 없다. 자연의 길을 사람의 힘으로 바꾸려 해서일까? 경계선을 만들 듯 우리 앞을 가로막은 이 물줄기가 서 티베트로 향하는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히말라야가 만든 경계선을 넘는 지프차
 히말라야가 만든 경계선을 넘는 지프차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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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출발한 트럭이 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지프차인 우리가 먼저 그 경계선을 넘기로 하였다. 그렇게 깊지 않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아 몇 번이고 멈추어선 지프차. 사륜구동의 장점인 기아변속으로도 쉽지 않은 길.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경계선을 넘어 올 수 있었다. 히말라야가 우리의 의지를 확인해 본 것일까? 쉽지 않은 길인 줄 알았지만, 출발부터 물길을 넘어야 하는 이 상황이 앞으로의 힘든 시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경계선을 넘는 지프차
 자연의 경계선을 넘는 지프차
ⓒ 자유여행가 오상용(배낭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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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을 넘어 카일라스로 가는 길.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너무 다른 모습의 티베트가 조금은 낯설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고는 높이 올라온 고봉이 전부인 이곳. 사람은 물론 벽돌 건물 조차 찾아볼 수 없다.

운전기사가 이끄는 데로만 가야하는 이곳. 이들이 어떻게 길을 알고 찾아가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문명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 서 티베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일라스 여행 정보.
카일라스가 위치한 서 티베트는 일부 군사 지역으로 구별이 되어 있어 허가증 외에도 군사허가증이 필요로 하다. 외국인 자유 여행을 금지하고 있는 티베트는 전용 차량를 이용하고 가이드와 동행 한다는 조건으로 허가증을 발급받고 여행이 가능하다. 인원에 따라 차량비가 달라지지만 4인승 차량으로도 힘든 길이기 때문에 최고 4명이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카일라스 버스 정보
시가체 – 샤카, 시가체 – 아리 행 버스가 운행 중에 있지만, 외국인 여행자 탑승을 금지하고 있다. 간혹 운전 시가가 돈을 더 받고 태워주는 경우가 있지만 중간에 군인 검문소가 있어 버스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서티베트 여행은 2010년 7월~9월에 다녀왔습니다.



태그:#티베트여행, #티벳여행, #티베트, #카일라스, #배낭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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