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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이 9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유신시절 행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 줄곧 빈민운동을 해온 인물. 그의 남편 정명기 목사는 유신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세 차례 옥살이를 한 전력이 있다.

 

강 의원 본인과 동료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의총 4번째 발언자로 나선 그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과거 개발독재시대부터 경제개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35년 동안 판자촌 등지에서 정말 빈곤한 아동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죽을 고생을 다해 일했다.

 

아동복지, 빈곤문제 이런 게 다 복지인데 유신정권은 경제개발에만 신경쓰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을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저에게 빚을 졌다. 경제발전의 뒤안길에 해 결 안된  빈민 문제를 내가 뒤치다꺼리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개발독재 시절 청와대에서 잘 먹고 잘 지내지 않았나?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지난 35년을 보상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는 아동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라도 개헌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헌법 34조4항은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있는데 아동 얘기는 쏙 빠졌다.

 

그런데 이른바 친박 의원들은 어제 의총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전 대표도 의총에 나와 개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맞춤형 복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해야하고, 그래야 그 빚이 자동적으로 갚아진다."

 

강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친박 의원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항의했고,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이학재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반론을 폈다.

 

이 의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으로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강 의원의 발언은 마치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계획으로 자기 가족을 부양한 것처럼 들린다"고 항의했다.

 

이 의원은 "설령 상대방에게 결점이나 약점이 있다고 해도 같은 당끼리 서로 안고 가는 것이 화합이고 상생"이라며 "팩트도 아닌 걸 가지고 마치 팩트인 것처럼 말을 만들어 내면 되겠냐"고 다그쳤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무성 원내대표가 "강 의원은 좋은 뜻으로 한 얘기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수습에 나섰고, 상당수 의원들도 "강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농담으로 한 얘기 아니다, 내 말 받아준 이학재 의원에도 감사"

 

그러나 강 의원은 의총 말미에 얻은 신상 발언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 의원은 "내 발언을 자꾸 오해하고 계신다"며 기구한 개인사를 끄집어냈다.

 

"결혼 전 옥살이를 한 남편은 결혼 6개월 만에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하다가 또 10년 징역을 받았다. 작년에 유신헌법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서 다시 무죄를 받았다. 박 전 대표랑 나랑 동갑(1952년생)이다. 나는 이화여대, 박 전 대표는 서강대를 같은 해에 졸업했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개헌 논의에 나오라는 얘기다."

 

강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발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절대로 농담으로 한 얘기 아니다. 진지하게 한 얘기다. 이해가 안 가나? 잘못된 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남편은 35년간 마음을 졸이며 살았다. 잃어버린 35년을 어디 가서 보상 받나? 내가 그 얘길 안 할 테니 박 전 대표도 아동복지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거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도 친박들은 가만히 있으니까..."

 

- 친박 의원들이 서운해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여태껏 상임위(보건복지위)에서 계속 해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내 사정 아는 의원들은 이해해줄 것이다.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되지. (무시하지 않고) 내 말을 받아준 이학재 의원에게도 감사한다."

 

- 친이 의원들도 '강 의원이 발언 수위 조절을 못했다'고 걱정하더라.

"자꾸 친박과 친이의 싸움으로 몰아가지 마라. 나는 어제도 하느님께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고 하나가 될 수 있냐'고 기도한 사람이다. 그래도 친이만 얘기하다가 오늘은 친박도 얘기를 했으니 어제보다 분위기는 좋아지지 않았나?"

 

그러나 강 의원의 생각과 달리 친박 진영에서는 "야당 의원이나 할 소리"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면서 개헌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으로 몰고 가는 것은 개헌 논의의 또 다른 의도를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강명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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