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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굴착기가 강바닥 모래를 퍼내어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6일 오전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굴착기가 강바닥 모래를 퍼내어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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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 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으로 주요 건설노동자인 굴착기 노동자들의 수입은 얼마나 증가했고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고 한다.

실태조사 결과 '4대강 공사 등 대규모 국책공사 강행으로 주요 건설장비인 굴착기 노동자들의 수입이 높아지고 작업조건도 좋아졌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11월 7일까지 굴착기 노동자 900여명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굴착기 경력 평균 20여년, 부양가족 4명인 노동자의 순수입은 이것저것 제하고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노동자는 일을 할수록 적자가 나고, 부채가 1억 원이 넘는 노동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신용불량을 경험한 노동자도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불과 어음지급, 작업시간 미준수,  임대차계약서 미작성 등 건설기계노동자들을 울리는 불법들이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굴착기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 개선을 위한  범정부적 생존권 대책을 촉구하면서 오는 8일 오전 10시 과천정부청사를 비롯한 전국 광역시도청사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어 실상을 알릴 예정이다.

"굴착기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굴착기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전국건설노조는 전국 광역시도 굴착기 노동자 891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0년 9월1일~11월 7일 실태조사를 벌였다. 노조는 "개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과 비조합원 비율을 6대4 로 설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대상자의 굴착기 경력은 평균 20여년, 부양가족은 평균 4명이었다. 특히 대상자 중 30%는 신용불량경험이 있고 평균부채는 5880만 원. 부채가 1억 원이 넘는 노동자들도 10%가 넘었다.

고용불안도 심각했다. 69.8%가 "개인적 인맥을 통해서 일감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또 최근 3개월간 70%가 8시간 이상 근무를 했다고 답해 여전히 건설현장에서는 8시간 근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연장수당을 못받는 경우는 약 90%에 달했다.

건설노조가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해온 임대차계약서 미작성도 46.7%에 달했다. 또 어음을 지급하는 관행(42.8%)도 여전했으며 3~5개월 이내에 지급하는 경우는 51.7%, 6개월 이후에 지급하는 경우도 6.3%나 됐다.

여기다 현금 수령을 하더라도 월 마감후 30일 이내에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10%에 불과했다. 또 기성금 수령 후 15일(법에 정해진 기한) 이후에 지급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8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불도 심각해 임대료를 체불당한 경험이 84.1%에 달했고 임대료를 지급받기로 한 날짜에 지급받지 못한 경험은 92.7%나 됐다.

또한 임대료 체불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24.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고도 임대료를 전혀 받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여기다 안전사고 발생경험이 50%에 달할 만큼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에도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했다.
4대강 사업으로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었는데도 이렇듯 참여자인 굴착기 노동자의 삶이 더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체불, 어음발행, 임대차계약서 미작성 등 불법이 만행하면서 건설사들 배만 채우기 때문이다.

굴착기의 공급 과잉도 이를 한 몫 거들었다. 조사 대상 중 90.2%는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한 만큼 수급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요와 공급을 감안하지 않은 막무가내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전국건설노조 조사 결과 지난 2007년 10만7860대던 전국 굴착기 등록수는 2008년
11만 312대로 3339대가 늘었고, 2009년에는 11만3284대, 2010년에도 4022대가 늘어 11만7306에 달했다. 매년 수천 대씩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4대강 공사가 끝나면 더 절망적이다. 지난해 12월 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3년 연속 건설수주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11년에도 마이너스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불안은 여기에 기인한다. 23조 원에 달하는 4대강 공사가 올해 상반기에 끝나면 일감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국건설노조는 "4대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조사한 실태조사에서도 이렇게 밑바닥 조건인데 4대강 공사가 끝나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며 "밑바닥에서 더 벼랑 끝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4대강 공사 이전에도 굴착기 과잉공급이 문제가 되었는데 4대강 공사 이후 굴착기 과잉공급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것이며, 밑바닥 조건의 굴착기 노동자들의 분노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국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장현수 사무국장은 "굴착기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며 "굴착기 수급을 조절하고 체불 및 어음 근절, 작업시간 단축, 임대료 인상, 표준임대차계약서 의무작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사업 건설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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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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