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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상 거리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북한과 가까운 임진강 이북이 그렇다. 가볼 수 없는 곳은 늘 그리움이 크다. 그동안 임진강 건너편의 판문점과 땅굴을 견학했고, 개성에도 다녀올 기회가 있었지만 북쪽은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땅이다.

 

보훈교육연구원에서 나라사랑 선양 직무연수를 받는 초등교사 25명이 1월 27일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로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연구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한강변의 올림픽대로와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로를 달려 임진각국민관광지에 도착했다.

 

ⓒ 변종만

임진각국민관광지는 비극적인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장소다.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약 7km 거리이고,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북쪽 한계선이 가까워 지리적으로도 국방상 요지이다.

 

주변에 반공전시관, 철도종단점, 평화의 종각, 임진강역이 있어 실향민들이 자주 찾는다. 자유의 다리 초입에 전시중인 증기기관차는 북쪽으로 달리고 싶은 애환을 달래느라 수시로 경적을 울려댄다.

 

임진강을 건너려면 임진각관광안내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관광셔틀버스를 타야한다. 군인들의 검문을 받은 후 차가 소떼교로 불리는 통일대교에 들어선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씨가 1998년 6월 통일소 500마리와 함께 고향을 찾아갈 때 이곳을 건너 판문점을 통과했다. 다리를 건너며 신의주까지 이어진 국도 1호선을 자가용으로 쌩쌩 달릴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민통선은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다. 민통선으로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방호벽과 비행금지구역 표지판이 보인다. 길가에 늘어선 CCTV는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통행할 수 없는 곳임을 알린다. 그래도 공항과 같이 남북을 연결하는 남북출입관리사무소와 군 초소 앞 '밝은 마음 환한 미소' 구호가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제3땅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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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만

서울에서 불과 50여km 거리의 제3땅굴에 도착했다. DMZ 영상관에서 20여개로 추정되는 땅굴 중 현재 발견된 4개의 땅굴에 관한 영상물을 시청했다. 상대를 감시해야 하는 군인들과 달리 DMZ 안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은 자유롭고 평화롭다.

 

1975년에 발견된 제3땅굴의 지하 갱도는 DMZ 관광안내소와 연결된 도보관람로 끝에서 만난다. 1시간에 3만 명의 병력과 야포 등 중화기를 통과시킬 수 있는 폭 2m, 높이 2m, 총길이 1.6㎞의 제3땅굴은 귀순자의 첩보를 근거로 발견되었다. 광장에 남북 사람들 6명이 반쪽으로 갈라진 지구본을 합쳐 남북지도를 완성하고 철길을 여는 조형물이 있다.

 

땅굴을 나와 북한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로 갔다. 이곳에서 개성은 불과 12km의 거리이다. 시야가 좋은 날씨라 맨눈으로도 휴전선에서 남북으로 2㎞ 거리의 비무장지대(DMZ), 개성공단, 송악산,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망원경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 넣으면 개성 외곽의 아파트촌, 대형인공기 아래편의 작은 아파트 3채, 철조망 위를 유유히 날며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까지 자세히 볼 수 있다. 나뭇잎이 떨어진 한겨울에도 나무가 있고 없음에 따라 남북이 뚜렷이 구별될 만큼 산천이 벌거벗어 연평도 사건 등 이념에 따른 증오심은 잠시 내려놓고 헐벗은 북한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도라산은 해발 156m의 낮은 산이지만 이곳을 차지하는 편이 국경선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전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였다. 그래서 1952년 3월 17일부터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776명이 조국의 수호신이 된 해병 제1연대와 인해전술로 맞선 중공군이 치열하게 싸운 전적지였다. 이날은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적었지만 도라전망대는 중국인 70%, 외국인 20%, 한국인 10% 비율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가 치열했던 전투 때문이라니 역사는 아이러니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회가 북한의 권력층이다. 남북의 기차운행 여부도 김정일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도라산역은 2002년 옛 장단역이 있던 장소에서 남으로 1km 지점에 세워졌다. 6·25 때 끊겼던 경의선 철도를 개성까지 다시 이어 한때 화물 열차가 운행되었기에 도라산역에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 게 아쉽다. 개성공단으로 연결된 송전탑들이 북쪽으로 이어진 모습을 보며 관광객을 가득 태운 열차들이 철로 위를 달리고, 공단에서 생산한 물품을 운반하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 날을 기대해본다.

 

민통선 안에서 실향민과 1사단 제대 장병들 90여세대가 살고 있는 통일촌으로 갔다. 철새와 고라니들을 길옆에서 만날 수 있고, 대문과 도둑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임진강 건너편에서 재배되는 개성인삼이 외국에서 인기가 있어 마을 주변에 인삼밭이 많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 서리태는 물론 햅쌀, 현미, 삼겹살, 한우 등 생산하는 농축산물의 종류가 다양하다.

 

통일촌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살기 좋은 마을이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휴게소에서 두부를 안주로 동동주를 마시고 오두산전망대 입구에서 설렁탕으로 뒤늦은 점심을 먹었다. 현장견학을 마무리하며 '남북분단의 현장을 보려고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임진각국민관광지를 찾고, 안보관광이 상품화 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생각했다. 한편 보훈교육연구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나라사랑 선양교육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태그:#임진각국민관광지, #임진강,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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