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춘천역 앞에 만들어진 화천 농산물 판매장을 찾았습니다
 춘천역 앞에 만들어진 화천 농산물 판매장을 찾았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설명절 연휴를 맞아 춘천역에 만들어졌다는 화천 농산물 판매장을 찾았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참여하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됨에 따라 축제장에서의 판매를 위해 준비한 화천 농산물을 춘천역 앞에서 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들어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화천에서 40여 분 걸려 춘천역까지 가는 동안 매장에 고객은 없고 농산물 판매를 위해 나오신 농민들, 농협직원분들 그리고 농업인 단체에서 오신 분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매장에는 화천 농산물 구매를 위해 많은 고객분들이 찾았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매장에는 화천 농산물 구매를 위해 많은 고객분들이 찾았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기우(杞憂)였구나!

저녁 7시경. 춘천역 옆에 설치된 '화천 농산물 판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화천 농산물 판매장에 구름같이 모인 고객들. 옆에 마련된 인근 시군 농산물 코너는 일찍 문을 닫았다는 데 반해 화천 농산물 코너는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지 궁금했습니다.

첫째, 산천어축제 취소로 화천군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접하고(2011년1월19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 화천 산천어축제 사랑하는 분들...도와주세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11439&PAGE_CD= ) 일부러 화천 농산물 구입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셨다는 분들이 대다수라는 것입니다.

1월19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내용입니다
 1월19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내용입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는 인근 시군 농산물 판매코너의 몽골텐트 판매장과는 다르게 50평 남짓한 규모의 별도 특판장을 만들고 난방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쉼터로도 활용한 아이디어인 듯합니다. 몸을 녹이기 위해 판매장에 들른 관광객들은 미안한 마음에서 땅콩 한 봉지를 들고 나가시는 분들이 쉽게 눈에 띄였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농민들 그래서 찾는 고객들...

조심스럽게 카운터에서 열심히 포장과 계산을 하시는 농민 한 분에게 "기대하셨던 것보다 어떠세요?"라고 묻자 이내 밝은 표정을 보이시는 것으로 보아 기대 이상인 듯싶었습니다.
옆에 계신 농협에서 오신 듯한 분께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묻기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신분을 밝혔더니, 친절하게 장부를 보여주십니다.

화천 농산물을 구입하신 분들은 계산을 하기 위해 하루종일 줄을 서야 했습니다
 화천 농산물을 구입하신 분들은 계산을 하기 위해 하루종일 줄을 서야 했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곳에 전시된 농산물은 33개 품목에 116종을 진열을 했는데, 많은 농민들이 연휴 때 누가 농산물을 사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런데 연휴 첫날인 2월2일에 450만원어치가 팔렸고, 다음날 설날에도 4백만 원의 판매액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판매액은 1천2백만 원 이상인 것으로 보아 설연휴가 끝나는 6일까지 4천만원이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판매장을 돌아보다 땅콩과 고구마를 사가지고 나오는 화천에서 오셨다는 김현숙씨를 만나 물었습니다.

"화천에도 농산물이 있을텐데, 어떻게 여기까지?"라는 질문에 춘천에 가족들과 영화 보러 왔다가 화천에 있는 판매장은 문을 닫을 시각인 것 같아 들렀다고 합니다. 또 매장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찾는지 화천군민 입장에서 궁금하기도 해서였답니다.

화천에서 오셨다는 김현숙 고객님을 만나 물었습니다
 화천에서 오셨다는 김현숙 고객님을 만나 물었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구입한 농산물을 잠깐 보자고 했습니다. 땅콩 봉지와 고구마 포장지에 찍힌 농산물 생산자 표시가 보였습니다. 땅콩 생산자는 화천군 간동면 병풍마을 정연경씨. 밤고구마는 화천군 하남면 용암리 이선빈씨. 모두 자신이 납품한 농산물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교환을 위해 전화번호까지 찍어 놓으셨습니다.

우리는 농산물이 아닌 농민의 양심을 팝니다

산천어축제 납품을 위해 생산한 농산물이 축제장에서 판매를 했을 때와 이곳 춘천역 판매장에서의 판매 차이가 궁금해 현장에서 이선빈씨와 정연경씨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땅콩은 지난해 축제장 매장과 같이 1kg 단위 8천원을 받는데, 150개(150kg) 모두 판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500kg)는 판매시기를 놓쳐 마을 노인회관과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공짜로 다 드렸어요 라는 정연경씨의 말에 시골 농민들의 때 묻지 않은 인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화천군 간동면 병풍마을 정연경씨가 생산한 땅콩입니다
 화천군 간동면 병풍마을 정연경씨가 생산한 땅콩입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밤고구마를 납품한 이선빈씨는 2kg 단위 단고구마(5000원)가 지지난해 축제장에서 1000개(2000kg)가 판매되었는데요. 고구마는 관리를 조금만 잘못해도 망가지잖아요. 그래서 그때보다 더 많은 고구마를 심었지만, 좋은 것만 골라서 138박스(276kg)를 만들었어요 라며 역시 자신의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자신 있는 것만 납품했다는 순박함이 엿보입니다.

화천군 하남면 용암리 이선빈씨가 생산한 밤고구마입니다
 화천군 하남면 용암리 이선빈씨가 생산한 밤고구마입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맛이 있으시면 사가세요. 맛없으면 그냥 가시구요

농산물 판매장 외곽을 둘러보니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 촌장이신 이외수 선생님도 한몫 단단히 하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지난번 자신의 트위터 56만 팔로워들에게 '화천 단호박찐빵'을 소개하며, "이외수 빵장사로 나섰습니다"라는 것도 모자라 판매장 포스터에 본인의 커다란 사진도 빌려 주셨습니다.

감성마을 촌장이신 이외수 선생도 화천 농산물 판매에 나섰습니다
 감성마을 촌장이신 이외수 선생도 화천 농산물 판매에 나섰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판매장 입구에 마련된 조그만 천막 코너에는 농민들이 연신 옥수수를 굽고 계신 분들이 보였습니다. "이거 한 개에 얼마예요?"라고 물었더니, 일단 맛을 보시고 맛이 있으면 사가랍니다. 맛 보고 안 사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또한 농민들이 자신의 순박함을 이용한 때 묻지 않은 상술인 듯해 웃음이 나왔습니다.

드셔보시고 맛없으면 안사가셔도 됩니다. 근데,맛있으면 옥수수 하나에 1500원 내셔야 해요
 드셔보시고 맛없으면 안사가셔도 됩니다. 근데,맛있으면 옥수수 하나에 1500원 내셔야 해요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런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이 농산물은 산골에 사는 할머니께서 직접 농사를 지으신 잡곡"이라며 농ㆍ특산물 홍보에 열을 올리는 화천군청 유통계장인 길상면씨에게 어떤 농산물이 인기가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글쎄요. 산나물류, 잡곡류, 한과, 건과류(땅콩,은행)가 잘나갑니다 라고 말하고는 명절 아침 차례를 제외하고 연휴 내내 이곳 매장에 출근을 했다는 말이 긴 설 연휴 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닌 보람을 말하는 듯했습니다.

화천 무공해 한과는 이미 설명절 전에 품절이랍니다
 화천 무공해 한과는 이미 설명절 전에 품절이랍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어디에서 온 듯한 전화를 받습니다. 네, 어제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라는 전화 통화 내용에 어디서 온 전화냐고 물었더니, "군수님이에요" 매일 이곳 판매장에 나오다가 오늘 손님이 오셔서 못 나와 오늘 농산물이 얼마나 팔렸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하셨답니다.

이어 묻지도 않았는데, 화천 농민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 어려분들께 엎드려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구요. 특히 이곳 매장을 허락해 준 춘천시장님 그리고 춘천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소감을 들었습니다. 농산물 구입을 위해 찾아주신 고객님들, 그리고 이분들을 따뜻하게 섬기는 농민들... 이런 분들로 인해 세상이 아직 따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오늘입니다.


태그:#화천농산물, #춘천역화천농산물판매장, #화천군, #화천농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