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황제' 이승훈이 10000m에서도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5000m와 매스 스타트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은 5일 아스타나 실내 빙상 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10000m 경기에서 13분  09초 78 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생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3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고 있다.

5000m-매스 스타트에서 금 사냥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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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 이승훈이 4관왕을 노리겠다고 목표를 밝혔을 때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제 아무리 올림픽 챔피언이라 해도 생애 처음으로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4종목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는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승훈은 1월 31일, 5000m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종목인 만큼 별다른 위기나 변수 없이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문제는 2일 열린 매스 스타트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없는 이 생소한 종목은 레인 구분 없이 12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는 경기다. 쇼트트랙처럼 추월과 몸싸움이 허용되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게다가 스피드 스케이팅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0000m를 능가하는 35바퀴, 14000m라는 거리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승훈은 완벽한 전략으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경기 중반까지 중하위권에서 천천히 레이스를 펼치며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무서운 스퍼트를 시작했다. 이승훈의 갑작스런 스퍼트에 드미트리 바벤코(카자흐스탄)나 히라코 히라키(일본) 같은 경쟁자들은 이승훈을 포기하고 2위 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2년 전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던 이승훈의 순간 스피드는 장거리에 익숙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고, 여유 있게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걱정했던 이변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10000m까지 석권하며 명실상부한 '장거리 황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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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의 세 번째 종목은 10000m. 지난 벤쿠버 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종목으로 오늘의 '장거리 황제' 이승훈을 있게 한 주종목이다.

이승훈이 벤쿠버에서 세운 기록은 12분 58초 55. 이승훈이 작년 1월 일본에서 세운 아시아 기록(13분 21초 04)보다 20초 이상 앞서 있다(아시아 기록은 아시아 선수들끼리 레이스를 펼친 대회의 기록만 인정한다).

이번 대회 아스타나 실내 빙상 경기장의 빙질 상태가 최상이라고 할 수 없어 선수들의 기록이 썩 좋지 않지만, 이승훈은 그 모든 변수를 뛰어 넘을 만한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다.

9명이 참가한 10000m에서 이승훈은 4조에 배정돼 중국의 리바이린과 레이스를 펼쳤다. 리바이린은 매스 스타트에서 7위에 오른 선수로 5000m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승훈은 경기 초반부터 리바이린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체제를 갖췄다. 랩 타임을 꾸준히 31초대로 유지하던 이승훈은 경기 중반 32초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속도를 올리며 랩타임을 31초대로 맞추는  여유를 보였다.

이승훈은 최종 기록 13분 09초78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벤쿠버 올림픽때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과는 10초 이상 차이가 있었지만, 아시아 기록을 경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5조에 포함된 바벤코는 홈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레이스를 펼쳤지만, 13분30 초28 로 들어오면서 끝내 이승훈의 기록을 능가하진 못했다.

이로써 이승훈은 대회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0m는 잠시나마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종목과는 달리 여유 있는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치열한 경쟁이라기 보다는 마치 이승훈의 '아시아 황제 즉위식'을 보는 듯 했다.

이승훈은 동계 아시안게임이 폐막하는 오는 6일, 팀 추월 경기에 출전해 목표했던 4관왕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팀 추월은 이규혁과 모태범도 엔트리에 포함돼 '개인전 노골드'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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