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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를 맞아 양고기에 맥주와 소주 막걸리를 마시며 향수를 달래는 외국인 노동자들
 설날 연휴를 맞아 양고기에 맥주와 소주 막걸리를 마시며 향수를 달래는 외국인 노동자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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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부터 4일까지는 설 연휴다. 그러나 토요일인 5일과 6일을 포함하면 사실상 5일의 황금연휴기간이다. 마음씨 좋은(?) 직장상사를 만난 사람은 1월 29일부터 9일 동안 쉴 수도 있는 찬스다. 그 기간동안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뭘 할까?

여수노동자 센터에는 설 연휴를 맞아 딱히 갈 곳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 20여 명이 모였다. 그들에게 자기 나라의 설은 언제이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물었다.

몽고에서 시집 온 델 게르마씨는 남편인 정남균씨와 세 명의 아이를 낳아 식구가 5명이다. 몽고의 설은 우리나라와 같은 음력 1월 1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떡국을 먹지만 몽고에서는 양을 닭백숙처럼 만들어 상에 올린다. 떡국 대신 만두를 먹으며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몽고 출신의 델게르마씨 가족. 왼쪽이 델게르마씨의 남편 정남균씨
 몽고 출신의 델게르마씨 가족. 왼쪽이 델게르마씨의 남편 정남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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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밥 먹기 전 해뜰 때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린다. 우리처럼 큰절을 하는 게 아니라 불전에서 기도하는 것처럼 양손으로 윗사람을 받들며 포옹한다. 보통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젊은이들이 나이 든 어른들에게 돈을 드리며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용돈을 모아 어른들에게 드린단다.

남편인 정남균씨는 "몽고는 가난하지만 우리나라의 60~70년대처럼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자랑했다. 풍습도 비슷해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 게 아니라 양을 잡는다.

노동자센터에서 아시아마트를 책임지고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며 물건을 파는 부인을 어떻게 생갹하냐는 질문에 "저를 위해서 사는 사람인데 저야 과분할 따름이죠"라고 답했다.

네팔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가 알킬
 네팔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가 알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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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일을 하는 외국인노동자가 물에 젖지 않도록 돈을 비닐에 꽁꽁 싸서 보관하고 있다
 뱃일을 하는 외국인노동자가 물에 젖지 않도록 돈을 비닐에 꽁꽁 싸서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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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알킬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양고기 요리를 하고 있다
 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알킬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양고기 요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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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온 알킬은 한국에 온 지 1년 반이 됐다. 돌산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하는 게 엄청 힘들지만 참고 일해 고국에 버스를 마련했고, 현재는 친척이 관리하고 있다.

대출금을 다 갚으면 사장이 될 꿈을 꾸며 일하는 그는 요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밤 7시가 넘은 시간에 밥을 굶고 도착한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양고기로 요리를 하느라 바쁘다. 네팔 설날은 4월 15일이다. 그날은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러간단다. 

방글라데시 설날은 특정한 날짜로 고정돼 있지 않고 매년 달라진다고 한다. 5~10일간의 긴 설날연휴기간에 여자들은 사리를 입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압둘라웊은 방글라데시 출신노동자이다. 39세인데 50세도 훨씬 넘어 보인다. 1남 2녀로 18세인 첫 딸이 벌써 시집을 갔다고 자랑이다. 보기보다 늙어 보인다고 하니 사연을 얘기해준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압둘라웊(왼쪽)과 압둘러임(오른쪽). 압둘아웊은 염산테러를 당해 화상을 입은 아내의 수술비를 벌어야 한다고. 3개월 후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시켜줄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압둘라웊(왼쪽)과 압둘러임(오른쪽). 압둘아웊은 염산테러를 당해 화상을 입은 아내의 수술비를 벌어야 한다고. 3개월 후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시켜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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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방글라데시에서 나무를 심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마약근절과 금주 운동을 하는 NGO멤버 중 하나였어요. 어느 날 길바닥에 있던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는 데 나쁜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 염산테러를 했어요. 놀라 피했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맞아 화상을 입었어요. 제가 돈을 벌어 성형수술을 해 줄 예정입니다. 3개월 후에 한국에 와서 수술할 예정이에요"

우즈베키스탄의 설날은 3월 21일이다. 설날에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논다. 한국 군고구마가 맛있다며 사 들고 와 각국에서 온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딜무는 아주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 맨 왼쪽부터 딜무 존(중앙) 노딜(오른쪽)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 맨 왼쪽부터 딜무 존(중앙) 노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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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인 존과 함께 번 돈의 대부분을 모아 한국에서  중고 덤프트럭을 사서 고향에 보냈다.  아버지는 형제들이 보낸 돈과 덤프트럭을 운영해 모은 돈을 착실하게 저금해 돈을 불리고 있다. 코리안 드림으로 희망에 부풀어서 일까 그냥 싱글벙글이다. 아주 재미있는 친구라는 설명을 듣고 사진촬영을 한 후 대화를 나눴다.

"딜무, 일이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 뵈는데 장가는 갔어요?"
"힘들 때도 있고 힘 안들 때도 있어요. 그리고 장가 안 갔어요. 맘에 드는 여자가 없었어요. 사진 찍었으니까 돈 줘요 하하하. 그리고 애인 소개해줘요. 그러면 내가 선물 줄 테니까요."

이들과 가까워지고 한국말이 익숙해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피부색과  얼굴 형태만 다르지 우리와 똑같다. 이들에게서 6~70년대 광부와 간호사 건설노동자로 외국에서 돈을 벌어왔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본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문화촌뉴스' 및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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