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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이 지난달 26일 여론조사를 한다며 사전에 보낸 문자메시지. 여론조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하루만 실시되었다.
 태안군이 지난달 26일 여론조사를 한다며 사전에 보낸 문자메시지. 여론조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하루만 실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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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태안군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자유게시판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이하 생략)"

지난달 26일 ARS 설문조사를 위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태안군청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유게시판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ARS조사였다.

설문조사에서는 ''자유게시판' 운영과 관련해 최근 정치적, 비난성 글이 증가하여 게시판 본래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이를 개선하기 위해 누리꾼의 소중한 의견을 듣고자 시행하게 되었다'는 안내멘트와 함께 곧바로 최근 자유게시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누리꾼 중 태안군민만을 추려 총 23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의 응답율은 불과 16.8%에 지나지 않았다. 398명만이 설문에 응한 것.

특히, 군청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군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최근 자유게시판을 읽어보지 못한 누리꾼들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11문항에 이르는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하기란 관심있는 몇 몇 군민 이외에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설문의 내용 중에는 서비스 일시 중지, 운영폐쇄 등 극단적인 대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포함되어 있어 문항의 적정성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또한 타인명의 도용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인증제 도입'이라는 한가지 대안만을 제시한 채 적절성 여부를 물어, '일방적인 설문조사 아니나'는 지적도 일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26일 단 하루만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요즘 다른 때보다 자유게시판에 정치성, 비난성 글이 많이 올라와 군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 뒤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의사표현 막는 행위 비난여론 확산

휴대폰 인증제 사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75.5%에 이르는 182명이 적절하다고 답했지만 전체참여율 16.8%를 대상으로 나온 결과여서 신뢰성문제와 이를 바탕으로 인증제 시행 발표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휴대폰 인증제 도입 '적절하다'는 대답이 많지만... 휴대폰 인증제 사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75.5%에 이르는 182명이 적절하다고 답했지만 전체참여율 16.8%를 대상으로 나온 결과여서 신뢰성문제와 이를 바탕으로 인증제 시행 발표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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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실시 5일 후인 지난달 31일 마침내 설문조사 분석결과가 여론조사를 담당한 모노리서치로부터 통보되었다.

결과는 휴대폰 인증제 사용여부에 대해 적절하다는 의견이 75.5%인 것으로 나왔다.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자 태안군은 곧바로 2월 1일자로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휴대폰 본인 인증제 시행안내'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 26일 시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태안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2월 14일부터 휴대폰 인증제를 추가한 실명 인증제가 시행됩니다"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문제는 신뢰성. 설문조사 대상 중 16.8%에 지나지 않는 응답율을 기초로 산출된 설문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등 군민들의 입에서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희권 시민연대 의장은 익명→닉네임→실명으로 변화된 자유게시판의 흐름을 설명하면서 "태안군이 이번 설문조사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 진정 군민을 생각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이 일을 편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ARS 설문조사 이전에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치거나 군 홈페이지에 먼저 공지를 해 놓고 일정기간을 두고 추진했다면 비난의 목소리도 없었을 테고, 더 좋은 아이디어도 제시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덧붙여 강 의장은 "차단이 아닌 군민들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설문참여율도 저조한데 설문조사 결과가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공표하는 것도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차라리 4년 전처럼 닉네임을 사용하게 해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태안읍의 한 주민은 "자유게시판은 말그대로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인증을 받고 올리라니 기가 찬다"며 "인증제 하려면 시스템 구축에 또 주민혈세가 들어갈 거 아니냐, 이래저래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태안군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몇몇 누리꾼들이 자유게시판을 상대를 비난하거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글들로 도배를 하면서 비롯됐다. 자유게시판이 본래 기능을 잃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그들만의)별도의 토론공간을 만들어 주든가 관리자의 권한으로 과감히 삭제해 버리든가 과함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위한 절차와 신뢰성을 잃은 설문조사에 따른 일방적인 휴대폰 인증제 도입 등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 또한 긍정적이진 않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태그:#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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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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