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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뒤에서 리모콘으로 (용역업체를) 열심히 조종하고 있습니다."

영하 10도씨의 매서운 추위 속에 이숙희 공공노조 홍익대분회장의 말은 떨렸다. 31일 오후 1시 30분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홍익대 공동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미화 부문에 선정된 용역업체가 최저 입찰가를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홍익대 노조원들의 처지에서 '최저가 입찰' 소식은 여전히 '홍익대 사태'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홍익대가 사실상 사태해결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공식 출범한 '집단해고 철회, 생활임금 쟁취, 민주노조 사수, 홍익대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홍익대 공동대책위)에는 공공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부지구협, 서부노련, 전국학생행진, 한국대학생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퇴직한 소장이 전화 걸어 "새 업체에서 월급 더 주기로 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홍익대 경비 노동자 매서운 추위에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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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로 농성 29일째를 맞은 홍익대 노동조합은 "24일에 용역업체가 선정되면 사태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학교 측의 말을 믿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는 약속과 달리 며칠 동안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27일이 되어서야 우선협상 대상자만을 밝혔다.

오히려 예전 2개 업체에서 직종당 한 개씩(미화부문, 시설관리 부문, 경비 부문) 3개 업체로 그 수가 늘어났다. 노동조합은 이 같은 처사가 "조합원들을 찢어놓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세 개 업체가 학교에 최저임금과 고용인원 감축을 반영한 낙찰가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대용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미화 부문에 선정된 업체는 저가입찰로 유명한 회사이며 이번 입찰에서도 최저가를 제안했다"라고 주장했다.

경비직에서는 10명 정도의 인원이 감축됐으며, 시설관리 부문 선정 업체의 경우 과거 홍익대 건물관리를 맡았을 당시 임금을 체불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차장은 "학교가 용역 업체를 종용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재는 퇴사한 관리소장이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새로운 업체에서 일하자'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 저녁 예전 소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는 한 노동자는 "휴대전화가 꺼진 사이 집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며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새로 입찰한 업체에서 월급을 더 주기로 했다'며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전화를 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동조합은 학교로부터 제공받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농성 조합원의 개인 연락처로 전화가 왔다는 점과 우선협상대상자는 말 그대로 협상 자격일뿐인데도 불구하고 업체가 나서서 조합원들을 집요하게 회유하는 점을 들어 "그 배후에 홍익대학교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강의실' 표지판 붙은 대학 총무과... 아고라 서명운동에 '1만명' 참여

노동자들 뒤 편으로 우뚝 솟은 홍익대학교 건물이 보인다.
▲ 홍익대 노동조합 집회 노동자들 뒤 편으로 우뚝 솟은 홍익대학교 건물이 보인다.
ⓒ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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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문관으로 이사한 총무과를 항의 방문했다. 이숙희 분회장에 따르면 총무과는 본래 문헌관 1층에 위치했으나, 조합원들이 문헌관에서 농성을 시작한 뒤부터 자리를 옮겨 업무를 보고 있다. 총무과로 쓰이고 있다는 홍문관 307호에는 '대학원 강의실'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조합원들이 총문관 307호를 방문했을 때 강의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조합원들은 문 앞에 청소노동자 집단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지가 담긴 봉투를 붙여놓고 자리를 해산했다. 서명은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캠페인단이 다음 아고라에서 지난 4일 시작했다. 이 서명에는 31일 현재까지 총 10,208명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는 '홍익대 장영태 총장이 이번 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는 내용의 서신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전국 76개 대학에서 224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5시 홍익대 총장실을 방문하고, 이어 홍대 노동자 문화제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홍익대,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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