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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건설노동자들이 건설현장 체불로 신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가 체불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 체불실태는 여전하다. 건설노조 39개 지부는 잇따라 발생하는 체불 때문에 밤낮 없이 건설현장과 건설사를 드나들고 있다.

 

경기도 성남 판교 연구원 시설 공사현장 노동자들은 지난 28일부터 원청 사무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체불 때문이다. 이 현장 건설노동자 20여 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일한 90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건설사를 찾아가도 소용이 없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의 일부는 포기하라"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 군부대 시설 공사를 하던 노동자 400여 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일한 임금 11억60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원청인 요진건설산업을 찾아가 밀린 돈을 달라고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 혹한의 날씨에 전국 건설현장에서 손발 터져가며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해 극한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LH공사 현장에서도 연이어 '체불'

 

건설노조가 설을 앞두고 취합한 체불 현황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은 2010년 일한 임금을 거의 못 받다시피 했다. 10월부터 일한 임금, 더 멀게는 6월에 일한 임금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건설노조는 체불의 대부분이 유보임금에서 비롯된다며 건설현장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시행돼 온 유보임금 근절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노조는 지난해 9월 건설노동자들이 임금을 두 세 달씩 밀려 받고 있는 일명 '유보임금'(속칭 쓰메키리임금) 실태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유보임금이란 건설현장에서 보통 30일, 길게는 60일 정도까지 임금 기간을 '깔아 놓는' 것을 뜻한다. 60일을 깔아놓는 경우 6월에 일한 임금을 9월에나 받게 된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해 '월 단위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근로개시 후 1월 이내 임금을 지급토록 지침을 시달하며 이행지도하고, 미이행시 법 위반으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거두절미하고 건설노조가 최근 취합한 실태자료에서 드러난 사례들은 모두 법 위반 대상이다.

 

한국도로공사 현장에서 줄줄이 체불이 터졌다. 강원 권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한국도로공사 현장 체불사태에서 공통점이 발견됐다. 하청업체가 부도가 나 임금을 못주는데, 원청은 "공사대금을 줬으니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적 발주처 LH공사 현장에서도 연이어 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내놓은 '발주자의 하도급업체 임금지급 지도강화' 대책이 성실히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토해양부와 노동부는 체불업체에 대해 공공공사 참여를 배제한다고 한 만큼 즉각 각종 법제도를 개선해 다시는 (체불업체들이) 대한민국 현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도·폐업 건설업체, 전년대비 70%, 67% 늘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사 수는 총 322개로 2009년 362개보다 감소했다. 건설공제조합은 종합건설업체 85개가 부도난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1개에 비해 6.6%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전문업체 쪽 사정은 다르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해 4분기 부도난 업체는 56곳, 폐업한 회사는 1044곳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70%, 67% 늘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현재 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 사태 등으로 볼 때 전문업체 부도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가 건설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돼선 안 된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지적이다.

 

2009년 12월 총 3만7914개의 전문건설업체가 등록했다. 2010년 등록 업체 수는 3만8426개. 건설노조는 "부도와 폐업이 줄지어 일어나는 상황에서 전문업체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국토해양부는 전체 전문업체 4만3840개사 중 6.1%인 2067개사를 부적격 건설사로 적발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사들에 대해 즉각 밀린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부와 국토해양부에 대해서도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금융거래 등 불이익 부여, 상습 체불 시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실천에 옮기는 등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풀뿌리 의정포럼은 지난 27일 시의회 의사당 세미나실에서 건설공사 현장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상습적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울산시 임금체불 없는 관급공사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도 울산지역 민간공사는 물론 관급공사 현장에서도 건설일용노동자와 건설기계 노동자에 대한 임금(임대료) 체불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풀뿌리 의정포럼은 상반기까지 관급공사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 울산시가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임금직불제 등 내용을 담은 가칭 '관급공사 임금 체불 없는 운영조례'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온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민주노총, #체불, #유보임금,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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