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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판은 지금 정치의 계절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찾아온 것인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린 SBS 드라마 <대물>은 30%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치의 대중성(?)에 일조했다. 곧이어 KBS에서도 젊은 3선 의원 출신 대통령을 앞세운 정치드라마 <프레지던트>가 방영되었다.


출판계에도 정치 이야기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와 오연호 기자(오마이뉴스)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이 나온 데 이어, 최근에는 정치학자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폴리테이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정치바로 아카데미>(원장 심상정)에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2010년 11월 13일~12월 11일까지 총 5회에 걸쳐서 진행한 강연내용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정치의 발견>은 정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막스 베버나 마키아벨리, 토머스 홉스 등의 저작을 분석하는 한편, 샤츠슈나이더와 알린스키 등 현대 정치학자들의 저작도 곁들였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의 자서전도 비중 있게 다루며 소개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정치'라는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 오랜 시간 할애하며 직접 민주주의보다는 저자가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와 사회 갈등을 공론화 또는 조직화하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환기하고 있다.

 

특히 1장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 중 '정치'와 '정치가'를 정의하는 대목에서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다. 정치가란 모든 폭력성이 잠재돼 있는 악마적 힘들과 기꺼이 관계를 맺는 사람이므로 열정과 균형감각이 모두 필요하단다. 선한 목적과 도덕적으로 의심될 만한 수단을 결합해야 하는 정치의 운명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대담한 인물이라는 것. 실제로 강의를 듣는 동안 수강생들은 몹시 불편한 표정들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촛불집회에 대한 재해석과 김문수, 박근혜 등 현직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논란거리다. 저자에 따르면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의제를 수행할 정치 결사체(정당)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국면이 지났을 때 다시 탈정치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됐고 이것이 다시금 보수체제를 공고히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힘들게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봤자 변화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만 깊어지고, 그것이 탈정치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정치학뿐만 아니라 사회의 복합적인 총화이므로 정치학적으로만 해석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촛불을 정치학적으로 해석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단다.

 

김문수, 박근혜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시민단체, 노동단체도 비판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정치인들을 실명으로 비판한 부분이다. 김문수와 박근혜가 가장 큰 비판을 받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울대학교 70학번으로 현재 경기교육감인 선배 김상곤의 권유로 후진국사회연구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듬해 박정희의 위수령에 의해 제적당한 후 노동현장에 들어가 복학을 거부하고 노동자운동가로 변신, 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다가 공안사건으로 구속된다. 모진 고문을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96년 총선 때 함께 민중당을 하던 선배 이재오, 이우재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신한국당에 들어가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공개서한을 썼다. 박상훈은 이에 대해서 '자기기만'이라고 일축했다.

'사회주의라는 이상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구수련 붕괴로) 결국 그것은 잘못된 환상이었다는사실을 알게 되어 이제 보수정당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은 인간의 이해라는 정치의 기본을 전혀 모르는 사고방식이며, 자신의 변심에 대한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 비판한 것은 박상훈뿐만이 아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서울대 70학번 동기이자 71동지회 멤버인 손호철 교수(서울대)는 한 인터넷언론의 칼럼에서 "먹고 살라고 들어간다"면 될 것을 구구절절 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애석해 했다( 관련기사- "김 지사, 자네 해도 너무 하네").

한편 조국 교수는 <진보집권플랜>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에 대해서 비교적 호평을 해 미묘한 입장차가 보인다. 원희룡 의원 역시 대학 시절 교내 시위로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보수당에 입당한 정치인이다. 조국 교수는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을 '수구·꼴통'이 아니라 '개혁적 보수'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 정치를 위해서나 좋은 일일 것"(<진보집권플랜> 290쪽)이라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근혜에 대해서는 아예 '이명박보다 더 위험한 정치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보인 실정에 대해 반사이익만 챙길 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무엇을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호함을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박상훈은 "정치적 투기 세력이 모호함의 전략으로 시민의 잘못된 선택을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박근혜의 주변인물의 면면을 살핀 후, 전두환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던 최병렬과 친박연대라는 기이한 이름의 당을 만들었던 서청원 등 한물간 인물들을 모아둔 퇴행적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상훈은 이들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 진보진영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보수만이 아니다. 오히려 반민주적 좌파 내지 혁명적 좌파와의 싸움이 더 힘들고,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민주주의하에서 진보는 성장, 집권하기 어렵다(141쪽).

박상훈은 반민주적 좌파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 이전에 인간적인 매력과 자기기만이 없는 정직한 정치를 주문했다. 그동안 촛불집회 등 많은 정치이벤트가 있었지만 대중과 진보세력이 좀처럼 연대하지 못한 이유를 박상훈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내가 운동권 내지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분명 그들 역시 정치를 하고 권력을 이용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다투고 있는데도 늘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145쪽).


태그:#정치의 발견, #박상훈, #김문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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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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