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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 대목을 맞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이 있다. 4년 전에 귀농한 내가 사는 지역의 농악단 단장인 이상길(59세)씨다.  나도 지역 농악단  단원이라 몇년 전 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다.

 

그는 경남 의령군 칠곡면이 고향이지만 돈을 버느라 그동안 외지인 도시에 나가 살았다.  그러다 최근 다시 고향으로 찾아들었다.

 

그는 재인이다. 원래 흥이 많고 재주가 뛰어나 역마살을 타고났었는지 모른다. 시장 장터가 좋았고 풍물 소리가 밥보다 더 땡겼었다. 지금은 사라진 지역 장터는 어린시절 그의 무대였고 어른이 되어 도시살땐 마산 산호동 시장이 무대였다.

 

"마산 산호동 시장에서는 돈도 많이 벌었지."

 

그때를 회상하는 이상길씨의 눈빛이 어느덧 아련해진다. 산호동 시장에서 쌀로 튀겨낸 강정은 그를 '돈좀 만지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는 돈을 모으고 쟁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부산에서 마산으로 마산에서 부산으로 , 다시 고향인 의령칠곡으로 그를 밀어 온것은 딴따라 풍물이었다. 꽹가리치고 북치는 소리가 좋아 시작한 풍물은 그에겐 이제 뗄 수 없는 그 무엇이 돼 있다.

 

" 풍물 배울라꼬 참 많이 돌아 댕깄어요. 내가 스승을 찾아 오만데를 다 댕깄다 아인교."

 

경상도의 이름난 농악이란 농악은 두루 배웠다 한다. 그는 다른 지역 농악을 배우면 배울수록 고향의 소리, 고향의 농악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졌다 한다. 

 

비록 도시에서 풍물을 배운고 도시에서 농악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그는 늘 돌아갈 고향을 생각했었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고향인 의령 칠곡으로 돌아가 사라져가는 지역 농악을 자기손으로 살려내리라 결심을 했다한다. 

 

그렇게 오랜 바램이 있었지만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건 최근에 와서야 가능했다. 고향의 농악단에서 그를 단장으로 모시게 되었고 그도 고민끝에 단장직을 맡으면서 아예 고향으로 들어오게 된 거다.

 

그런 그가 요즘 부업을 하느라 한참 바쁘다. 무보수 농악단장직으로는 먹고살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 도시에 살때 그를 지탱해준 쌀강정 사업을 고향에서도 벌이게 되었다.

 

강정판을 벌인지 한 달 정도만에 벌써 솜씨가 소문이나 이 지역뿐 아니라 주문이 많이 밀려든 한다.

 

"옛날 마산 산호동 시장에서 먹어본 사람들 한테서 주문이 제법 와요."

 

연신 강정판을 밀어야 하기에 힘들텐데 주문이 많아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쌀은 이 지역 쌀을 사용한다고 한다. 칠곡면에서 쌀농사 잘 짓는 사람, 장세중(50세)씨 쌀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다. 의령 쌀연구회 소속이다. 이 형님 쌀이라면 비교적 믿을만 하다 본다. 요즘은 촌에서도 보기힘든 게 로컬푸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불필요한 이동경로없이 지역에서 선순환되는 구조이기도 하겠다.

 

우리집 두딸과 함께 강정집에 들러 내가 농사지은 쌀도 맡기고 뻥튀기 하는 풍경도 스케치 해봤다. 도시에서만 자랐던 두 딸에겐 낯설지만 신기한 풍경이었던 모양이다. 일하는 할머니한테서 공짜강정도 여러번 얻어먹으며 좋아했다. 나도 먹어보니 많이 달진 않은 편이것 같다.

 

약간 기다린 끝에 강정 한포대를 샀다. 이왕 사야할 강정을 동네에서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사니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촌에서도 보기 힘들어진게 이런 풍경이 아닌가 싶다.

 

설 대목이라 농악단장이 바쁜것 같아 더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또 오겠다는 인사를 뒤로 남기고 강정집을 나왔다. 쌀강정 한포대를 안고 딸들과 함께 강정집을 나오는 골목에선 계속해서 설명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뻥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뻥튀기, #강정, #농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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