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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이 30일 '증세 없는 복지'를 천명한 가운데, 복지 정책을 둘러싼 '증세 논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논란을 배제하더라도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보편적 복지국가'에 동의하는 다른 야당들도 증세 문제에 있어선 민주당 기획단의 방침과는 다른 각도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발간될 계간 <광장> 10호의 '2011년, 복지국가를 말한다' 특집좌담에서도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각 야당의 시각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9일 열린 이 좌담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등 야4당의 대표 인사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 모두 '보편적 복지'가 "시혜적 관점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자 "삶의 불안을 사회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데 동의했다. 또 이 같은 복지담론이 기초가 되어, 2012년 총·대선의 야권연대가 더욱 '풍성한 내용물'을 갖고 강한 결속력을 확보할 것이란 데도 이견은 없었다.

결국 쟁점은 '재원조달 방안'이었다. 정세균 최고위원과 유시민 원장은 '점진론'을 개진한 반면,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는 '증세론'을 폈다.

[점진론] 유시민 "부유세 신설이 아닌 '조세 정의 실현'이 낫다"

국민참여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자료 사진)
 국민참여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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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론'을 전개한 유시민 원장은 복지를 '사회연대'의 원리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했다. 능력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혜택은 필요에 따라 얻는 '사회연대'의 구조 안에서 재원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단 얘기였다.

유 원장의 이 같은 생각은 '부유세' 신설이 아닌 '조세 정의 실현'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세 제도 안에서 '사회연대' 원리가 충분히 구현되지 않는 만큼 이를 바로잡는다면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단 얘기였다.

유 원장은 이어, 지금 현재 개별 정책 혹은 재원조달 방법 등으로 분화돼 논쟁이 전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현 단계에선 국민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받을 수 있는 논리와 정책 내용, 우선순위를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개별 사항으로 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위험하다는 것은 공감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OECD 평균 국가복지지출을 2030년까지 달성하는 장기 재정계획인 '국가비전 2030'의 좌초 사례도 덧붙였다.

당시 증세계획도 없는 '국가비전 2030'에 '세금폭탄론'이란 낙인이 찍히면서 집권여당마저 손사래를 쳤던 상황을 감안할 때 '세금폭탄론'으로 연결지어지는 '증세론'은 현 야권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했다. 또 이런 사례를 볼 때도 섣불리 '증세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야권 안의 공감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이 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복지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승인을 받기도 전에 증세부터 들고 나가면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감면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으로 상당한 규모가 되는데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고 거기서 5~10조 원을 확보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저항도 무지 클 것"이라며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 최고위원은 "우리가 지혜롭게 접근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도 못하고 정책을 시행할 기회도 갖지 못한다"며 부유세 신설 대신 이명박 정부 들어 감면된 법인세를 '원상회복'할 것을 주장했다.

[증세론] 조승수 "증세 논의 피할수록 보수진영에게 '세금폭탄' 역공당할 것"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자료 사진)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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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승수 대표는 정부·여당의 '복지포퓰리즘'·'세금폭탄론'이 곧 복지 프레임에 포섭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때문이라도) 민주당이 진보신당과 같은 작은 정당보다 더 공세적으로 증세 논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야권이 만든 '복지 프레임'이 단단히 구축된 이상 증세 논쟁을 회피해선 안 된단 주장이었다.

전략상의 이유도 있었다. 조 대표는 "(국민들이)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에 대해 가장 정서적으로 반발하고 있고 실제로 지방재정에도 부자감세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한데 일단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들에게 증세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 상당수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이미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부유세'를 신설해 '한국형 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보편적 증세'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또 "(유 원장이 언급한) 트라우마가 자칫하면 '자기검열의 기제로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처음부터 보편적 증세까지 다 얘기하긴 힘들더라도 증세에 관한 논의를 피할수록 보수진영으로부터 '세금폭탄'이란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대표도 "증세 논의는 재정 책임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증세론'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 임시투자공제세액 ▲ 다자녀 추가소득 공제 ▲ 교육비 공제 등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비과세 감면 문제를 통과시키는 것부터 실현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는 "실질적인 증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2013년이 지나고 새로운 정부가 주도하기 시작했을 때, 앞으로 1~2년은 흘러야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비과세 감면문제나 증세를 적극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사회복지 쟁점들에 대한 집중적인 동의를 구해가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새로운 세목을 만들 경우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세금의 최고 구간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 등을 '증세'의 또 다른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태그:#복지국가, #야권연대, #광장, #유시민, #조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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