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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자료사진)
 손학규 민주당 대표(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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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복지 논쟁이 재원 조달 방안에만 집중되면 '복지 하지 말자'는 쪽으로 논의가 흐를 수 있다. 소요 재원은 만들어가면 된다. 예산 구조를 바꾸면 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는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이고 시혜적으로 시행되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창조형 복지국가'를 위한 실천적 정책목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0일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 보편적 복지정책'의 소요재원 조달 방안을 밝혔다.

현재 복지논쟁의 주요 쟁점이 된 '증세'는 없었다. 민주당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단장 이용섭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자감세 철회'와 '재정·복지·조세 부문 3대 개혁'을 기반으로 한 복지정책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기획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할 경우 연간 18조 원(5년 간 90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고 4대강 사업예산 22.2조 원과 같은 비효율적 예산을 5%만 절감해도 연간 15조 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또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화할 경우 연간 4.2조 원, 국세 수입에 대한 비과세 감면비율을 2007년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연간 6.5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간 43.7조 원의 추가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는 셈. 앞서 민주당이 추산한 '3+1 보편적 복지' 소요 재원은 충분히 마련되는 셈이다. 기획단은 2013년부터 2017년가지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정책을 5년 간 연차적으로 추진하게 되므로 첫 해에는 최소 비용이 소요되고 최종 5년 차엔 약 16.4조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용섭 단장은 소요재원 규모에 대해선 외부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거쳐 객관적인 산출근거를 제시해 재원규모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 재원 위해 '증세' 명쾌하긴 하지만 부작용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단장은 "증세는 명쾌한 방법이긴 하지만 급격한 재정지출 규모의 증가를 가져오고 재정건정성 훼손 등 부작용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고 있는 '증세'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증세'보다 "현행 지출구조 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자구 노력을 선행하고 세입면에서 왜곡된 조세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의 이러한 주장은 기획단의 '재정·복지·조세' 3대 개혁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기획단은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SOC(사회기반시설) 등 물적자본에 대한 지출 비중을 줄이고 교육·의료 등 인적자본에 대한 재정지출 비중을 높이는 구조 개혁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예산사업에 대한 사전·사후 평가와 공기업·지방재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너진 예산규율을 재정립하기로 했다.

'복지개혁'은 앞서 예로 든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합리화'로 대표됐다. 기획단은 현행 9개 부처에서 28개 복지급여가 지급되는 복지전달체계를 혁신해 중복되고 낭비되는 복지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현재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지역가입자는 자동차 배기량을 근거로 하는 등 상세한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 마련된 반면, 직장가입자는 직장 외 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즉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현실화해 기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시키겠단 얘기였다. 

'조세개혁'은 곧 '부자감세 철회'였다. 기획단은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고 재산보유과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2009년 31조 원 규모로 확대된 비과세·감면을 철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단장은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세제의 누진적 구조로 현재의 조세부담률은 21%를 상회했을 것이고 국가재정수입이 해마다 평균 20조 원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며 "이 정도라면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충분히 실천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손학규 "보편적 복지 정책 정착시키려면 국민적 동의 얻어야 해"

2010년 10월 4일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실시'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10월 4일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실시'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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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률을 원상회복 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증세'가 아니냔 지적에 손 대표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등 급격한 증세가 없을 것이란 뜻"이라고 답했다. 현재 복지논쟁 구도가 '감세 대(對) 증세' 논쟁으로 짜이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이어, "보편적 복지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국민적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증세'로 인한 '조세저항'에 부딪혀 복지정책이 좌초될 수도 있음을 염려했다.

이 단장 역시 "전통적으로 신세(新稅)는 악세(惡稅)란 말이 있다"며 힘을 실었다. 그는 "새로운 세목이 신설될 땐 엄청난 저항이 수반된다"며 "신세는 가장 마지막에 검토해야 할 카드"라고 못 박았다.

김진표 의원 역시 "MB정부 4년 동안 국가부채가 114조 증가했는데 부자감세로 인한 줄어든 세수가 총 90조 원이고 4대강 사업으로 지출하는 재정이 약 30조 원 가량"이라며 "이런 것들을 바로 잡으면 적어도 연간 20조 원의 재정은 충분히 확보가 된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의 3+1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공직 생활 당시 조세 정책을 수립하고 세제를 개혁할 때 새로운 세제나 세목을 신설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조세저항을 불러와 오히려 세수 효과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3+1 보편적 복지정책에 이어, 일자리·주거 복지정책을 추가로 마련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되는 창조형 복지국가"의 구체적 뼈대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일자리·주거 복지정책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이 이번 발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정책 시행에 따른 사회적 일자리 확대와 그 지속성 등을 감안할 때 큰 재정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주거 복지 역시 참여정부 당시 시행했던 '재개발사업시 임대주택 건설 법정기준' 등을 원상회복하면 기본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의 전·월세금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재정만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에 불신 표했던 '증세론자' 정동영의 선택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복지는 세금이다'를 주제로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복지는 세금이다'를 주제로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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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내 '증세'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최근 당이 꾸린 '복지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이 증세에 반대하는 관료 출신들로 편파적으로 구성됐다"며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이 인터뷰에서 "기획단이 뭔가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재원대책 역시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향후 기획단의 재정조달 방안을 놓고 문제를 제기할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이날 이 같은 당내 사정을 꼬집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은 기구가 국민에게 어떤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공격했다.

또한 민주당 '보편적 복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임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해당 특위 위원장을 맡고자 하는 가운데 '증세와 부유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정세균 최고위원도 해당 특위 위원장을 맡길 희망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특위는 조만간 구성할 것"이라며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의견과 철학이 경쟁하는 가운데 더 큰 에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복지 논쟁 , #손학규, #정동영,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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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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