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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비아북
▲ 독서 김열규/비아북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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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혹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제법 읽은 것 같은데 많은 책이 다양한 빛깔로 계속 출판되는 걸 보면 책 읽기는 끝이 없고 그 중요성 또한 여전한가보다.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독서>(김열규.비아북)는 유년시절부터 한국학의 석학이 되기까지, 또 노년의 현재까지 동서양 고전의 그 짜릿한 탐닉과 탐독, 탐식의 책읽기 과정과 열정, 독서방법이 담겨 있다.

책은 1부 '서-책, 내게로 오다'와 2부 '읽기의 소요유'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1부에서 유년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자체가 된 독서의 발전 과정을 조근 조근 이야기하듯 풀어놓는다.

'내 생애 첫 고전 듣기-유년시절, 낭독의 즐거움-아이 시절, 몰입의 유혹-소년시절, 책 읽기의 미학-청년 시절, 농익은 책 읽기-노년 시절'로 구성 되었고, 2부는 산책하며 거닐 듯한 지적 놀이의 독서를 만난다.

저자가 읽기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것은 이야기 듣기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첫 스승은 할머니다. 밤마다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옛날 옛날, 그 옛날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하고 운을 떼는 이야기보따리 들으며 내러티브의 미덕을 배웠고 어머니의 제문 읽는 소리에서 애달픔의 시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에 계시던 두 분 스승 외에 처음으로 집 밖 스승을 만난 것은 유치원. 매주 일요일 교회 만화교실의 경험은 소학교에 들어가서도 저자의 공부 밑거름이 되어 주었고, 소학교에서 글을 깨우치면서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에서 문자 시대, 곧 유사시대가 열렸다. 그 순간은 '재탄생의 순간'이었단다.

독서하는 인생, 글 읽기가 삶이 되었다는 저자는 독서의 성장 과정을 그의 육체적 성장과 함께 나날이 진보되어 갔음을 보게 된다. 8.15해방 때, 일본인은 한국 땅에서 쫓겨 가면서 부산 부평동 국제시장에 경매 붙이는 일이 잦았고 그 중에서 책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경매장에서 얻은 책들은 주모 문학책이었다.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한스 카로사, 앙드레 지드, 아나톨 프랑스, 도스토예프스키 등등과 무더기로 첫 대면을 하게 되었을 가슴이 설렜노라고 말한다. "그것은, 내게 비로소 시작된 서구 문학으로의 행보였고, 전진"이었단다.

해방 후 2주일도 지나지 않아 가을 새 학기인 광복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고국어로 절규하듯 책을 읽었다. 읽을거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친구들끼리 서로 책을 돌려 읽거나 대본 가게에서 책을 빌려 읽었고 도서관 출입이 잦았다. 부산시내의 용두산공원에 자리하고 있던 작은 시립 도서관엔 열람실도 한 칸 뿐이었던 시절. 책의 보물창고인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공업학교에 다니면서 인문사회계의 교양 과목이나 수학 과목 외에는 날마다 저수지 둑에 나가 혼자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소설과 시를 읽어댔다. 시인이나 작가, 평론가가 되리란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 이 무렵이었다.

그는 말한다. "읽는다는 것은 '아는 것'도 '아는 짓'도 아니었다. 그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뭔가가 되는 것. 그렇게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노라고. 또한 단순히 지적인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무엇으론가 바뀌는 변신이었다고.

삽과 괭이로 농부가 논밭을 갈 듯, 지식의 논을 가꾸고 마음의 밭을 일궈 온 것을 한데 모은 이 책에서 또한 그의 삶, 회고록적 고백을 읽는다.

독서방법 면에서는 여느 책과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첫 사랑 책읽기로 변함없이 사랑하며 읽기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삶이 묻어난다. 또한 그만의 노하우가 읽힌다.

저자는 책을 읽지 않는 건 영혼을 등지는 일(국민일보)이라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 대한 무서운 경고가 있다. '유지무지교삼천리'(有智無智校三千里)' '지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거리로 따지면 삼천리나 된다'는 의미이다.('글쓰기의 전략'중에서) 책을 읽자.

저자는 '굶주림의 시대에도 책이 있어 행복했다'고 했던가. 책 읽기로 마음의 밭을 일궈온 노교수의 독서, 그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 방식 등 노교수의 읽기 인생을 책을 통해 만나보면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독서 인생은 어떠했는지 읽었던 책들을 반추해보면서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되돌아보고, 독서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책: <독서>
저자: 김열규
펴낸 곳: 비아북
값: 14,000원
2010년 4월 2일 초판 6쇄 발행



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비아북(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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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열규, #독서,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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