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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전점 지점장실 앞 복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대전점 집단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롯데백화점 대전점 지점장실 앞 복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대전점 집단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 민주노총대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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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사측이 동원한 용역에 의해 천막이 파손되어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 보도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롯데백화점 사측이 동원한 용역에 의해 천막이 파손되어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 보도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 민주노총대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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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찾아온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88일째 길거리에서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하청을 받아 시설 유지관리를 담당하던 엠서비스의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31일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24명이 집단해고 된 이후 지금까지 거리위에 앉아있다.

롯데백화점의 시설관리가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였지만, 외주를 줘야하는 작업은 물론, 지점장 사택 수리와 우수고객 집청소까지 시키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가 만연해 이를 견디다 못해 노조를 만들었던 것이 이들이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유다.

이들은 엠서비스와 원청인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용역업체를 동원한 사측에 밀려 롯데백화점 앞에 천막 하나를 치지 못하고 노숙투쟁을 벌여왔다. 현재는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7일 대전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롯데백화점지회 김경식 지회장을 만나 롯데와 엠서비스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노동탄압, 복직투쟁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김경식 롯데백화점 대전지회장.
 김경식 롯데백화점 대전지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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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투쟁 며칠째인가.
"지난해 10월 31일자로 해고됐으니 오늘로 88일째다."

- 왜 대전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나?
"우선은 이 사태 해결에 대전시가 나서달라는 의미가 있다. 지역에서 일어나 현안이기 때문에 시장은 물론, 시청 직원들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롯데백화점이 법원에 '영업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롯데백화점 인근 200m 내에서는 롯데를 직접적으로 규탄하지 못한다."

- 롯데백화점 앞에서도 농성을 하지 않았나?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는 롯데백화점 앞에서 노숙농성을 했었다.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 집단해고 초기에 롯데백화점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농성 물품을 옮기려 하자 롯데 측이 동원한 용역깡패들이 달려들어 천막과 농성 물품을 다 부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부서진 천막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노숙농성을 했었다. 이 엄동설한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비닐하나 덮고 자면서 28일 동안 투쟁을 했었다. 이로 인해 감기는 물론,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모두들... 그런데 그 나마도 법원의 결정으로 못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시청에서 언제 농성을 시작했고,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지난 22일부터 시작했으니 오늘로 6일째다. 하루 일과는 아침 9시 30분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에 맞춰 롯데백화점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직원 출근이 끝나면 팀을 나눠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서 선전전을 하고 또 저녁 퇴근시간에 나가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25일 밤 롯데백화점 직원들에 의해 부서진 천막.
 지난 해 11월 25일 밤 롯데백화점 직원들에 의해 부서진 천막.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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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몇 명이 농성에 참가하고 있나.
"처음에 24명이 같이 해고됐는데, 일부는 회사로 다시 들어간 사람도 있고, 이꼴 저꼴 다 보기 싫다며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선 사람도 있고, 아예 나오지 않는 분도 있고 해서 총 12명 정도가 농성과 선전전을 하고 있다."

- 노조는 이번 집단해고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왜 그렇게 주장하나?
"우리가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유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항의해 봤자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해서 한 목소리로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돈을 올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4일에 노조를 설립했고, 다음 날 회사에 통보했다. 그 이후 두 차례 엠서비스 사장과 전무, 이사 등과 상견례를 했다. 교섭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교섭날짜를 10월 15일로 정해놨는데, 27일 날짜로 롯데와의 계약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롯데는 계약이 만료됐으니 한시적으로 두 달만 일하라며 '한시적 촉탁계약서'를 내밀었다. 우리는 도저히 이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계약서를 보니 완전히 노비문서나 똑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거기에 사인을 할 수 있나."

- 대체 그 계약서에 어떤 조항들이 들어있었나.
"우선은 2개월 한시적으로 근로계약을 하라는 게 문제였고, 계약기간 종료 시는 별도의 사전 통보 없이 자동적으로 종료되며 더 이상 추가 갱신은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근무 기간 중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 '갑'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하라는 조항도 있고, 근무 기간 중 지시불이행 등의 경우가 있을 경우 '갑'의 조치에 대해 '을'은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못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완전히 노비문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문서에 사인을 거부했고, 그랬더니 바로 계약이 만료됐다고 해고통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아무 탈 없이 고용승계가 이루어져 왔었는데,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용승계없이 계약만료라면서 쫒아낸 것이다."

- 그럼 10년 동안 매년 근로계약서를 갱신해 왔나?
"매년 형식적으로 사인을 했다. 보통 10월에 사인하고 11월에 일을 시작했다. 롯데와 엠서비스의 하청 관계는 수위계약으로 이루어졌다. 중간에 대표가 바뀌고 회사이름이 바뀌기는 했지만 고용승계는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다. 지난해도 9월에 회사가 하청계약을 했는데 인력수출단가가 조금 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10월에 약 3.9%임금을 올려주기까지 했다. 이는 이미 내년에도 계약이 자동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갑자기 계약이 만료됐다며 쫒아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 노조를 만들자 회사가 탄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나?

김경식 롯데백화점 대전지회장.
 김경식 롯데백화점 대전지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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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회사 부전무와 부장, 이사 등 간부들이 대전으로 내려왔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직접 민주노총만 탈퇴하면 '소장'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두 명의 부지회장 집으로 갈비세트와 과일세트를 사들고 찾아가 탈퇴를 종용했다. 그리고는 노조원들 개인 개인에게 접근해 회유했고, 그렇게 해서 전체 노조원 34명 중 24명만이 남게 됐다. 그래서 24명이 집단으로 해고된 것이다."
- 부당한 업무지시 때문에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어떤 사례가 있나?
"그야 말로 말도 못하게 많다. 또 어이가 없다. 우선은 외주를 줘야 할 업무를 우리에게 시킬 때가 많았다. 우리 고유 업무는 전기, 설비, 건축물 유지보수, 바닥 타일, 문이나 방화시설 점검 등이다. 그런데 거기에 벗어나는 업무를 많이 시켰다.

일례로 옥상에 올라가 인조잔디를 깔다가 붙은 본드를 떼어내라고 하지 않나, 페인트칠에 지붕 보수를 시키질 않나, 심지어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비오는 날 외부의 벗겨진 전선피복을 이으라고 해서 이를 작업하던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또 백화점 지점장 개인사택의 화장실 변기나 세면대가 막히면 우리들을 불러서 뚫게 하고, 우수고객이 이사를 했다고 그 집에 가서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롯데 지원팀장이 내려왔을 때는 그 사람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집에 와인바와 와인찬장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또 한 번은 롯데 직원이 주차장 출구쪽 벽을 들이받았는데, 그렇게 되면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처리를 해 수리하면 될 것을 우리보고 보수를 시켰다. 말로는 나중에 보험사에게 돈을 받아서 회식시켜 주겠다고 해 놓고 입을 싹 씻었다. 얼마나 치사한지, 우리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왜 하청업체 직원인데 롯데 직원들이 그렇게 업무를 지시했을까.
"사실상 대부분의 일은 롯데직원이 직접 시켰다고 보면 된다. 원래대로라면 롯데가 소장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소장이 우리에게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데, 실제는 롯데 시설관리팀장이 앞장서서 진두지휘를 하면서 일을 다 시켰다. 여차하면 점장 지시다, 팀장 지시다 하면서 우리가 할 일이 아닌 일까지 엄청 많이 시켰다.

한번은 5층 골프매장에 골프시타시설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골프공을 때리다 보니 석고보드가 많이 깨졌다. 그런데 우리보고 그 것을 수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아니, 그것은 그 매장에서 보수해야 할 일이지 시설관리와 유지를 하는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냥 우리를 종처럼 부렸다고 보면 된다. 아무 일이나 다 시켰다. 그래서 그런 부당한 일을 막아보자고 노조를 만든 것인데, 그 대가가 이 엄동설한에 거리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 그런데 롯데 측에서는 왜 고용주는 엠서비스인데 롯데를 상대로 투쟁을 하고 불매운동을 하느냐,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왜 롯데를 상대로 투쟁하나?
"하청이라는 구조는 그저 재벌 밑에 기생충처럼 붙어서 살아가는 구조다. 원청의 한마디에 수십 명의 하청 노동자와 회사의 생사가 달려있다. 이 문제도 원청이 묵인하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노동자를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 롯데가 키를 잡고 있는 것이다. 롯데 본사 노무팀에서 전화 한 통화만 하면, '그냥 해 줘'라고만 하면 끝이다. 우리가 임금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롯데가 꽉 쥐고서 못하게 하는 것이다. 롯데는 대전에서 이 요구를 들어주면 전국으로 확대될까봐 절대로 용납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 본사 노무팀에서 내려 온 사람이 '여기에서 인정해 주면 전국적으로 파장이 클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면 롯데도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 없으니 인정해 줄 수 없는 것이다."

- 세 달 가까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우리는 당당하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주위의 시선이 곱게 보지 않는다. 우리의 이 아픔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왜 백화점 앞에서 그러느냐, 왜 불매운동을 하느냐 그렇게 보는 시선이 있다. 그런 시선이 가장 힘들게 한다.

또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조합원들 모두 가정이 있고, 처자식이 있다. 노부모도 모시고 있는데 일을 할 수 없으니까 너무 힘들다.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지난해 1달분을 받았었는데, 그 것도 원래 적은 임금의 절반이니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이번 달에는 신청을 하려니까 안 된다고 하더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큰 걱정이다."

-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천막농성과 롯데백화점 및 롯데마트 순회 선전전을 계속해서 롯데가 손을 들 수 있도록 여론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고 있으니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롯데가 더 불리해 질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면 정말 죄 없는 비정규직이 짓밟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냥 물러설 수 없다. 반드시 싸워서 이길 것이다."


태그:#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해고, #롯데백화점대전점, #김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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