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AFC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 호주를 맞아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2007 AFC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 호주를 맞아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 MBS SPORTS+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가 졌다.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끈 아시안컵 2연패 도전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라크의 패배에 대해 비난을 할 축구팬은 많지 않아 보였다. 막강 전력의 호주를 상대로, 멋지게 싸운 이라크는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박수 받을 만한 이유. 이라크는 비록 연장 혈투 속에 체력이 달려 패했을 지언정, 중동 축구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시간 끌기식 침대 축구를 하지 않았다. 거친 반칙도 없었다. 이라크는 챔피언답게 깨끗이 경기했고 깨끗이 패했다. 졌지만, 훌륭했다. 그리고 멋졌다.

이라크의 축구를 보면, 그리고 그 실력을 보면 놀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신음하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그런 고통을 딛고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 스포츠가 국민에게 미친 자긍심을 생각한다면 이라크의 선전은 가슴 뭉클한 일이다.

비록 이라크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이라크의 아시안컵 2연패는, 호주와의 8강전 패배로 이룰 수 없는 꿈이 됐지만 22일 밤에 열린 호주와의 8강 명승부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승자 호주, 아름다운 패자 이라크

22일 밤, 열린 2011 AFC 아시안컵 8강전, 이라크와 호주 경기의 승자는 호주였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호주가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를 연장 혈투 끝 1-0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호주는 지난 2007 AFC 아시안컵 8강 탈락의 수모를 털어내며 대회 첫 우승을 향한 힘찬 향해를 계속해 나가게 됐다.

경기는 박빙이었다. 당초, 이날 경기는 호주의 우세가 점쳐지는 경기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진출국, 게다가 유럽 리그 경험이 풍부한 팀 케이힐과 헤리 큐얼, 그리고  K-리거이자, 2010 AFC 올해의 선수상에 빛나는 샤샤 등 23명의 엔트리 중 19명이 해외파인 호주는 참가팀 중 단연 으뜸의 전력이었다. 

호주는 전후반 내내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돌파와 중거리 슛으로 이라크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28분 메케인이 이라크 골키퍼와 맞선 상황, 42분 해리 큐얼이 이라크 수비를 등지고 로빙슛한 상황 등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만약 그게 골로 연결됐다면 경기는 호주의 낙승으로 쉽게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 이라크도 만만치 않았다. 2007 AFC 아시안컵 4강에서 대한민국,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라크는, 디펜딩 챔피언답게 호주의 파상공세를 잘 견뎌냈다. 골키퍼 모하메드 카시드의 선방에 힘입은 이라크는 단단했다. 호주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도 전후반 90분을 실점 없이 버틴 이라크의 끈기는 놀라웠다.

 <2011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멋진 결승골을 성공시킨 호주의 해리큐얼.

<2011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멋진 결승골을 성공시킨 호주의 해리큐얼. ⓒ MBC SPORTS+


하지만 전후반에 호주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체력을 많이 소모한 이라크는 연장전에서 체력 고갈을 드러내며 여러 차례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골키퍼 모하메드 카시드의 연이은 선방으로 연장 후반까지 무득점 경기가 이어졌다. 많은 축구팬들이 승부차기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장 후반 종료 3분 전, 해리 큐얼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키면서 2011 AFC 아시안컵의 8강 명승부는 호주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경기 결과는 승자와 패자로 나눠졌지만, 축구팬의 눈에 두 팀은 모두 승자였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이라크의 아름다운 패배는, 승리 이상의 감동을 전해줬다.

이날 호주와 이라크의 경기는 전반에는 강력한 수비를, 후반에는 예리한 공격을 선보이며 아시아가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보여줬다. 유럽 축구의 라이벌전 못지 않는 공방전은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승자 호주, 아름다운 패자 이라크도 모두 박수를 받을만한 멋진 경기였다.

이라크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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