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에서 개막한 2011 AFC 아시안컵이 예선 일정을 모두 마쳤다.

3회 우승에 빛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3전 전패로 몰락한 가운데 호주와 일본, 한국, 이란 등 다른 아시아의 강호들은 무난하게 8강행 티켓을 따냈고, 개최국 카타르와 복병 요르단도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며 8강에 진출했다.

반면에 작년 남아공월드컵에 아시아대표로 참가했던 북한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조별예선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컵은 20일 하루의 휴식일을 갖고 오는 21일 밤 10시 15분 일본과 카타르의 경기로 8강 토너먼트의 여정을 시작한다.

[일본 vs. 카타르] 되살아난 우승후보와 개최국의 대결

 '러브콜의 화신' 혼다 케이스케는 일본 대표팀의 간판선수다.

'러브콜의 화신' 혼다 케이스케는 일본 대표팀의 간판선수다. ⓒ KBS 화면 캡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일본은 예선 첫 경기에서 복병 요르단을 만나 고전하다가 추가시간에 터진 요시다 마야의 동점골로 간신히 1-1로 비기며 기사회생했다.

이후 시리아에게 2-1 승리, 사우디아라비아에게 5-0 대승을 거두며 결국엔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리아전의 결승골은 혼다 케이스케의 페널티킥이었다. 사우디는 일본과 맞붙을 당시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이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반면에 개최국 카타르는 첫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중국과 쿠웨이트를 차례로 제압하고 A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특히 중국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촘촘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이 다소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타르의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고, 개최국의 유리한 점까지 고려한다면 일본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4강에서 한국과 이란의 승자와 맞붙을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vs. 요르단] 이번 대회 최고의 복병을 가린다

 우즈베키스탄의 영웅 제파로프는 작년 시즌 K리그에서 활약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영웅 제파로프는 작년 시즌 K리그에서 활약했다. ⓒ FC서울

예상을 뛰어넘는 전력으로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의 격돌이다.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 카타르를 제압한 우즈베키스탄은 쿠웨이트마저 2-1로 꺾고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 지었다.

지난 해 FC서울에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예선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영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AF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던 제파로프는 공교롭게도 K리그에서는 16경기에 출장해 단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

반면에 태국, 싱가포르등과 경쟁해서 간신히 본선행 티켓을 따낸 요르단은 조별예선에서 2승 1무의 호성적으로 당당히 8강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7점을 따내고도 조1위를 놓친 나라는 한국과 요르단뿐이다.

우즈베키스탄은 A조 1위로 올라왔고, 요르단은 B조 2위로 올라왔지만, 양 팀이 조별예선에서 얻은 승점(7점)은 똑같다. 실점은 오히려 단 두 골을 내준 요르단이 3실점의 우즈베키스탄보다 적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이 될 경기다.

[대한민국 vs. 이란] 5회 연속 8강에서 만나는 지독한 악연

 '캡틴' 박지성은 존재만으로도 팀에 안정감을 주는 한국 대표팀의 기둥이다.

'캡틴' 박지성은 존재만으로도 팀에 안정감을 주는 한국 대표팀의 기둥이다. ⓒ KBS 화면 캡쳐


이란을 피하고 싶어서 애먼 인도를 향해 그렇게 많은 슈팅을 날렸지만, 결국은 이란을 피하지 못했다. 1996년 아시안컵부터 벌써 5회 연속이다. 그것도 모두 8강에서만 만났다. 관절염이 이보다 더 지긋지긋할까.

게다가 이란의 감독은 압신 코트비. 딕 아드보카드 감독이 이끌던 2006 독일 월드컵과 핌 베어백 감독이 지휘하던 2007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코치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한국과 이란은 믿음직한 해외파 선수가 정신적 지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는 점마저도 닮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박지성과 CA 오사수나(스페인)의 자바드 네쿠남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코트비 감독과 이란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조별예선에서 무려 6골을 합작한 'K리그산 황금 콤비' 구자철과 지동원이다. 8강전에서도 처진 스트라이커와 원톱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구자철과 지동원의 활약은 8강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과 이란은 지난 4번의 아시안컵 맞대결에서 사이 좋게(?) 2승 2패를 기록했다. 51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과 남아공월드컵 본선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아시안컵 우승으로 달래려는 이란. 8강전 최고의 빅매치가 아닐 수 없다.

[호주 vs. 이라크] 아시아의 유럽, 디펜딩챔피언을 만나다

 호주 대표팀의 팀 케이힐은 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몸값이 비싸다.

호주 대표팀의 팀 케이힐은 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몸값이 비싸다. ⓒ MBC 화면 캡쳐


'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리는 호주는 23명의 최종 엔트리 중 무려 19명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중에는 풀럼의 골키퍼 마크 슈워처, 에버턴FC의 팀 케이힐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아시안컵 참가국 중에서 가장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호주는 조별 예선에서도 6골을 넣는 동안 단 1실점을 기록하며 C조 1위로 가볍게 8강에 진출했다.

지난 2007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4강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이 호주의 유일한 불안요소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이란 같은 강팀을 모두 피한 '꿀대진'을 받았다.

이에 맞서는 이라크는 지난 대회 우승국이다. 이란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무릎을 꿇었지만, UAE와 북한을 나란히 1-0으로 제압하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힘과 높이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호주의 낙승이 예상되지만, '디펜딩챔피언'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대회에서도 이라크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꺾고 우승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8강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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