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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토론회는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2년동안 9차례가 열렸다.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주민토론회는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2년동안 9차례가 열렸다.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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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취득 98%, 수몰예정지 주택이전 99%(549세대), 대체도로 건설 89%(36.2km).

이쯤되면 댐 공사는 다 된 밥이다. 한국 정부는 공정률 50%를 들먹이면서 4대강 사업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40여년동안 추진해 온 가와베가와 댐 건설은 중단됐다. 일본 최초의 '댐 건설 중단' 제 1호다.

참고로 가와베가와댐은 일본 삼대 급류로 알려진 구마천(球磨川) 최대 지류에 계획됐다. 1966년 발표됐으며 높이 107.5m, 총 저수량 1억3300만㎥(도쿄돔의 약 107 개분)로 규슈 최대의 댐이다. 건설 목적은 치수 (홍수 방지), 이수 (관개 농업 용수), 발전용 등으로 사업비는 2005년 기준, 4100 억 엔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2009년 당시는 주민 이주 등 모든 준비를 끝내고 댐 본체 착공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격의 없는 토론'이었다. 2년간 9차례에 걸친 토론회에 연 인원 약 1만 2000명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쏟아낸 질문만도 1000여 건.

4대강 반대론자들을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낙인을 찍은 뒤 귀에 대못을 박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랐다. 또 출입문을 봉쇄한 채 4대강 사업 '반쪽 공청회'를 열고 생색을 낸 한국 정부와도 달랐다.

댐 건설 막은 일등공신은 '주민토론회'

가와베가와댐 건설반대를 요구하는 주민집회.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가와베가와댐 건설반대를 요구하는 주민집회.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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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아사히신문이 구마모토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댐 건설반대 42%, 찬성 20%, 기타 38%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 구마니찌(구마모토현 지방일간지) 신문이 벌인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2001년 11월, 당시 구마모토현 시오타니 구마모토 지사는 "국토교통성은 가와베가와댐 사업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주민토론회를 주최했다. 그러자 국토교통성이 나머지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주민토론회는 2001년 12월 9일, 댐 상류쪽 마을인 사가라촌(相良村)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열기는 뜨거웠다. 예상보다 많은 3000명이 참여했다. 준비해 놓은 좌석이 부족하자 주민들은 복도를 메웠다. 댐 건설을 추진하는 측에서도 다수를 동원, 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토론에 앞서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홍수로부터 (댐 하류에 있는) 히데요시와 야스시로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반면 주민들은 "국토교통성이 설정한 홍수수치가 과장돼 있는 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는 치수뿐만 아니라 환경과 수생의 문제, 어업권과 이수의 문제가 망라됐다.

2년여 동안 9차례, 질문 건수만 약 1000여 건

가와가베와댐 관련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주민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가와가베와댐 관련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주민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츠르쇼코 (아름다운 구마강을 지키는 시민의 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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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2년 말까지 히데요시후생연금회관(1700명), 사가라 종합체육관(2500명), 구마모토현청지하대회의실(600명), 히데요시문화홀(1400명) 등에서 '치수'를 쟁점으로 주민토론집회를 이어갔다.

2003년에는 구마모토현청지하대회의실에서 3차례에 걸쳐 '환경'문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종합토론에는 국토교통성 측과 주민들이 하천 유량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주민들은 현재 하도수량이 초당 5400톤에서 9000톤이라고 주장하며 댐 건설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 반면 국토교통성 측은 3900톤에서 6900톤이라며 댐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년간 9차례에 걸친 토론회에 연 인원 약 1만 2000명이 참여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약 350여명. 질문건수는 약 1000여건에 달했다. 누구에게나 발언의 기회가 주어진 열린 자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토론회 이후 이견이 큰 숲 보습력과 유량문제와 관련해서는 민관이 공동 조사를 벌였지만 일본 정부 측이 숲의 역할을 낮게 평가, 댐 건설을 강변하면서 주민 측과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인식은 이미 토론회 이전과 크게 달랐다.

여기서 잠깐 가와베가와댐 건설예정지가 있는 자치단체인 히토요시(人吉市) 다나까 노부타까(田中信孝) 히토요시 시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2008년 8월에 공청회를 가졌다. 찬성-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나오라고 했고,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45명이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2시간을 비워뒀는 데, 불과 2명밖에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나는 댐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가바시마 현 지사 "댐 중단 선언 힘, 현민들의 지지여론"

구마모토현지사의 가와베가와댐 건설중단 선언에 대한 현민 85%가지지를 표명했다. 사진은 구마니찌신문 2008년 9월 15일자 관련보도
 구마모토현지사의 가와베가와댐 건설중단 선언에 대한 현민 85%가지지를 표명했다. 사진은 구마니찌신문 2008년 9월 15일자 관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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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토 마사미(木本雅巳, 아름다운구마천을 지키는 시민의회 사무국장)씨는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토론회는 댐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했다"며 "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은 누가 옳은 말을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토론회가 진행되던 지난 2002년 5월 구마니찌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댐건설 중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54.9%로 훌쩍 올라섰다. 토론회 이후 댐 반대를 요구하는 주민집회와 소송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 2008년 3월 치러진 구마모토 지사 선거에서 가바시마 이쿠오 현지사가 당선됐다. 그는 선거운동당시 '당선되면 댐 건설 여부를 밝히겠다'고 약속했고, 당선된 지 몇 달 뒤인 같은 해 9월 11일, 전격적인 댐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그가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은 주민들의 달라진 의식이었다.

가바시마 현 지사는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지사 취임 후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위해 현지시찰 등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주민들의 '지역의 보물이자 소중한 재산인 강을 지키고 싶다'는 가치관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댐 건설 중단 선언은) 현 지사로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며 "결국 댐 건설 중지를 결단하는 데는 현민들의 여론이 아주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바시마 현지사의 댐 건설 중지 선언에 대해 현민 85%가 지지했다(2008년 9월 구마니찌신문-지역방송사(RKK) 공동 여론조사). 가와베가와댐 건설 중지여론이 이처럼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가바시마 현지사는 국토교통성 장관을 면담하고 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댐에 치우치지 않는 치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9년 9월, 가와베가와댐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였고, 마에하라 국토교통성 장관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자연파괴해도 좋은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 줬다"

첫 주민토론화가 열린 사가라촌종합체육관. 아곳에서는 9번의 주민토론회중 모두 3차례가 열렸다.
 첫 주민토론화가 열린 사가라촌종합체육관. 아곳에서는 9번의 주민토론회중 모두 3차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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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사업의 재검토는 일본 민주당 정권의 중요 과제 중 하나가 됐고 가와베가와댐은 전형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가와베가와댐 논란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주시해온 구마니찌신문사의 다카미네 다케시 (高峰 武) 논설위원장은 주민대토론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댐 건설에 찬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는 일 자체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토론회는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끝났습니다. 하지만 가와베가와댐 문제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에게 '귀중한 자연을 파괴해도 좋겠는가'에 물음에 분명한 답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태그:#가와베가와댐, #댐건설 중지선언, #주민토론회, #환경, #구마모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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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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