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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무)급식을 주제로 한 EBS(교육방송) <지식채널e> '공짜밥' 편이 방송심의 징계 대상에 올랐다.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시청자의 민원 때문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 이하 방심위)는 지난 14일 이 같은 민원에 따라 이번 주 중에 방송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한중 EBS PD는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방심위로부터 통보받은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어떤 결론이 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기획 의도를 참작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처음 방영된 '공짜밥' 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2011년 새해 예산을 편성하며 무상급식 예산 책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됐다.

EBS <지식채널e> '공짜밥' 편.
 EBS <지식채널e> '공짜밥' 편.
ⓒ 교육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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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논란 피하려고 아이들 언어를 차용했다"

김 PD는 '공짜밥' 편 제작 동기를 묻는 질문에 "취재해본 결과 학교에서 급식 때문에 아이들의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여야는 물론이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며 "그런 결론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 당시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논란이 심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서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고 어느 한 쪽만의 의견을 담지 않고 아이들의 언어를 그대로 차용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정성 시비를 건 민원에 대해 김 PD는 "무상급식을 하자는 쪽의 의견만 반영한 것이라 오해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정말 오해에 불과할 뿐"이라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져야 하는데, 기획 의도와 다른 해석들로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식채널e> '공짜밥' 편은 무상급식 지원 대상자인 아이들이 직접 인터넷에 남긴 고민이 담긴 글을 제작진이 발췌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무상급식 문제를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아닌, 당사자인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여준 방식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방심위 징계 심의 소식에 누리꾼들 '다시보기' 이어져

이처럼 방심위의 징계 심의 사실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공짜밥' 편 다시보기 열풍이 일고 있다. EBS 홈페이지에 올려진 동영상은 16일 오후 6시 현재 조회수 2만8000여 회를 기록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도 같은 시각 7만4000여 클릭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지식채널e>의 다른 프로그램들은 2만~3만 클릭 정도였다.

사회 각계 인사들도 이 프로그램 '다시보기' 행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조국(@patriamea) 서울대 교수는 1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EBS '공짜밥'에 대하여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 '공짜밥' 다시 보기 운동이라고 벌여야 하나"라는 글을 남기며 동영상 사이트 주소를 함께 올렸다.

박원순(@wonsoonpark)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망국적 포퓰리즘의 실체. 방심위는 이 영상을 문제 삼아 EBS를 징계한다고 하네요"라는 글을 리트윗(RT) 하며 동영상 다시보기에 동참했다. 방송인 김미화(@kimmiwha)씨도 "저도 학교 다닐 때 '공짜밥' 먹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은혜를 갚아야지 생각했습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관심을 환기시켰다.

'공짜밥' 동영상을 다시 시청한 누리꾼 대다수는 내용에 문제가 없다며 방심위의 징계 심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이디 'imlusion'은 "'공짜밥'이 심의 대상이라면 이 동영상을 보고 마음 아파했던 우리 모두가 심의 대상이 되겠군"이라며 "이런 내용을 가지고 징계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세상"이라고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이디 'imsusanna'는 "민원이 들어와 심의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OK. 하지만 징계 결정을 내린다면 방심위는 해체 운동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아이디 'actwalk'는 "방심위가 동영상을 다시 볼 기회를 주고 있다"라며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들이 대박치니까, 불온영상으로 또 대박 내주시려는 듯"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소위원회는 심의 결과에 따라 방송프로그램 책임자와 관계자에 대해 행정지도 이하의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법정 제재 결정이 나올 경우에는 다시금 전체회의에 올려져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심위가 KBS <추적60분>을 징계한 것처럼 이명박 정권의 전위대가 되서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민간 독립기구로 세워진 방심위가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체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17일 방송된 <추적 60분>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해 지난 1월 5일 '경고'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태그:#무상급식, #지식채널E, #오세훈, #EBS, #방송통신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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