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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현의집에서 열린 '서울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노숙인들과 쉼터 종사자들의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현의집에서 열린 '서울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노숙인들과 쉼터 종사자들의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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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내세우는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게 저희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는지 의문이다."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인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3차례나 수료했다는 한 노숙인이 14일 '오세훈 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이와 같이 물었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일자리 없어 '자활' 못한다"

현장대화가 진행된 '보현의 집'에서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는 이 노숙인은 "희망의 인문학 수강생에게 공공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좌를 수강했지만 실제로는 공공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어렵게 구한 공공일자리에서도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과연 희망의 인문학이 무엇인지, 말로만 하는 전시행정이 아니고 진짜로 노숙인들을 위한 정책인지 궁금하다"고 쏘아 붙였다. 

그동안 오세훈 시장은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자립과 자활의 복지'로 소개해왔다. 노숙인 복지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 시장은 "노숙인 본인들이 자립과 자활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러분들께서는 재정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내 스스로 바로 서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탕이 되면 어설프게 경제적인 도움을 드리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위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현장대화를 통해 발언한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아무리 자립과 자활의 의지가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앞다투어 불만을 쏟아냈다. 

한 노숙인은 "일을 할 수 없으니 자활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서울시 공공일자리를 많이 부여해야 이런 부분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노숙인은 "공공일자리가 나서 하루 8시간 근로계약을 맺고 3개월 동안 일했는데 노숙자라고 무시하고,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일을 시키고, 불만을 이야기하면 '너 아니라도 충분히 데려다 쓸 사람들이 많다'며 부당한 대우를 했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부당한 사례가 있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때가 없다"고 토로했다.

'탁상행정'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한 노숙인은 "쉼터가 금천구인데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데서 일을 했다, 2개월을 다녔는데 아침 6시에 출발해서 가는 데 2시간, 오는 데 2시간이 걸렸다"며 "밥값 빼고 차비 빼면 한 달에 버는 돈이 20만 원이 조금 넘었다"고 답답해했다.

이 노숙인은 "일이야 더 힘든 일도 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오 시장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직접 와보고 정책을 세웠으면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숙인들의 '민원'에 대한 오 시장의 답변은 지극히 원론적이었다. 오 시장은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분들께는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드렸으면 하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라며 "말씀들을 들어보니 저희들이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원하는 분들이 노숙인분들만 있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 노인분들, 저소득층 수급자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현의집에서 열린 '서울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노숙인들과 쉼터 종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현의집에서 열린 '서울시장과의 현장대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노숙인들과 쉼터 종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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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세훈 , #노숙인과의 대화 , #희망의 인문학 , #보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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