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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 매를 치는데 매를 맞는 이를 동정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이 (토론회에)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사회를 맡은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말이 불씨가 됐을까?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린 '최시중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3년 평가 토론회'는 일방적인 발표장이 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토론자간에 날선 비판이 오갔다.

 

'종편 원죄' 민주당-시민사회 내부 비판 놓고 논쟁

 

발제를 맡은 김동민 동아대 강사가 '최시중 체제' 방통위를 비판하는 한편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과 민주당, 시민사회를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김동민 강사는 "내부 비판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과 최시중 방통위의 만행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그에 대처하는 우리 자세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매를 거꾸로 들었다.

 

김 강사는 "조중동 방송이라는 괴물의 탄생은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된 2009년 7월 22일 이전인 그해 3월 2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표결 처리에 합의하면서 이미 예견됐다"면서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가 여야 합의에 따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에 참여한 것도 여기에 동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경자 부위원장과 이병기 전 상임위원은 실패한 인사"라면서 "그래도 민주당 의원들은 소수라도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처절하게 싸워 국민에게 미디어법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남기기라도 했는데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종편(종합편성채널) 선정 때 아무런 역할도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언론플레이나 하고 있었다"면서 양문석 상임위원을 포함한 전현직 방통위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에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이경자, 양문석 위원이 (종편 관련) 회의에 불참한 건 항의 차원이었는데 민주당 추천 위원이면 민주당이 반대한다고 무조건 참여 않고 따라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방통위원은 정당 하수인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고 판단하도록 민주당이 더더욱 인정해 줘야 한나라당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지 아니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고 방통위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반면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는 "야당 추천 위원이라고 민주당 입장을 대변하라는 게 아니라 시청자 편에서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제대로 실천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오판한 게 있으면 짚고 넘어가야지 덮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비판론에 무게를 실었다.

 

"합의제 무시한 독임제 구조 탓" vs. "제도보다 최시중이 문제"

 

정부여당 추천위원 3명과 야당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형식의 합의제 기구이면서도 사실상 다른 정부 부처 장관처럼 최시중 위원장 '독임제'처럼 운영되는 방통위 운영 방식을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김경환 교수는 "최시중이 방통위에 와서 방송 자유와 공익성, 자율성을 훼손시키고 합의제기구를 독임제로 운영한 게 방통위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방통위를 아예 독임제로 하든지 위원회에 맞는 형식으로 제도를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상임위원들이 평소 생각을 실천 못한 것은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위원장 권한 강화를 위원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집권당 의지대로 무소불위로 할 수 있다"며 독임제 문제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다른 위원들이 논리적으로 저항할 힘이 필요한데 지금 위원들에겐 손발이 없다"면서 "방통위 직원들이 신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방통위원장 등 집권당 위원 정책에 반하는 자료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실질적으로 독임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동민 강사는 "최시중이 방통위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잘못 운영하면 소용없 듯이 결국 사람이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종편 정책을 정치적 계산으로 왜곡... 방통위 1기 최악"

 

방통위 스스로 지난 3년 최대 성과물(?)로 꼽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무더기 종편 선정에 대해선 모든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동민 강사는 "방통위 1기는 최악의 방통위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처음부터 조중동 3곳 모두에게 줄 생각이면서도 1~2곳만 선정할 것처럼 해 충성 보도를 이끌고 잘못된 정부 정책을 옹호하게 만드는 등 종편 사업자 선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며 "실제 종편 희망 신문사들에선 4대강 사업,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에서 정부 비판적 보도가 전혀 안 나와 정치적 목표를 120%, 200% 달성했다"고 비판했다.

 

김 강사는 "조중동 방송은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자신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한나라당 재집권을 위해 편파 왜곡보도를 더 필사적으로 자행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방송정책을 정치적 계산으로 심각하게 왜곡시킨 방통위 1기는 최악의 방통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편 특혜에 관해 김서중 교수는 "조중동매가 종편에 진출해서 특혜라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반대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문제"라면서 "의무 전송제 정도를 제외하면 광고 규제 완화, 직접 광고 영업 등은 종편 뿐 아니라 방송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과거 '조중동매'조차 반대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종편이 막상 출범하면 대중의 호응을 많이 얻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종편 출범 전에 특혜 정책을 실시하지 못하게 민주당, 시민단체, 학계, 방통위원이 모두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민 강사 역시 "조중동 방송은 언론 운동 차원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생 경제,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문제"라면서 "조중동 방송 저지 범국민대책위를 만들어 전체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오는 25일 방통위에 이어 '정치 심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3년을 '심의'하는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태그:#방통위, #최시중, #종편,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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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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