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리해고자 생계비 지원 차원서 하루주점을 열었습니다.
▲ 하루주점 벽보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리해고자 생계비 지원 차원서 하루주점을 열었습니다.
ⓒ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관련사진보기

12일 아침 6시. 저는 울산 구정문 앞으로 나가서 1인 시위 하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여전히 차가운 겨울 날씨였습니다. 어둠 속에 여기저기 쌓여 있는 흰 눈덩이가 보였습니다. 낮 기온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녹고 있지만 계속해서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직도 많은 눈덩이가 그대로 있습니다.

울산에 며칠 전 온 눈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몇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또 이렇게 추위가 계속되는 것도 몇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덜 추운 지역이란 뜻이겠지요. 하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습니다.

"해고자 생계비 지원 비정규직 노조 하루주점 합니다. 많은 바랍니다."

저는 아침 6시 일어나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시위 간판을 들고 나가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1인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8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5시부터 정오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하루주점을 한다기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102번 시내버스 타고 화봉동으로 갔습니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 있어서 그다지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벽보가 붙어 있었습니다.
▲ 후원 하루주점 벽보 행사장 입구에 벽보가 붙어 있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큰 건물 3층에 있는 맥줏집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문 밖에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하면서 찍은 사진과 설명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행사장 안에는 이미 수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탁자에 모여 먹을거리와 맥주를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음성 확성기에서는 계속해서 노동가가 흘러 나왔습니다. 모여든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도 더러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노조에서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 투쟁 벽보
▲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 투쟁 벽보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 투쟁 벽보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저는 탁자마다 돌아가며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이 후원주점이 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우상수 대의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우상수 대의원은 2공장 업체에 다니다가 2010년 7월 중순경 '공정해지에 따른 휴업통보'라는 공고문 하나 붙인 후 정리해고 되었다고 합니다. 그해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났고 힘든 가운데서도 굳건히 정규직 복직 투쟁을 진행시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울 집회에서 발언하는 사진
▲ 현대자동차비정규직 노조 우상수 대의원 서울 집회에서 발언하는 사진
ⓒ 윤지연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7월 중순 2공장 투싼 라인 단종이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66명이 정리해고되었습니다. 그 후 열심히 복직 투쟁을 진행해 왔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셔서 고맙기도하고 또, 2차 투쟁을 준비중에 있기도 합니다.

지금 2공장 정리해고자와 시트공장 정리해고자가 50여 명이 남아 있는데 모두 생계가 곤란합니다. 작년에 금속노조에 신분보장 신청을 했었는데 여의치 못한 문제가 있는지 보류되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금속노조 규약상 '공정해지일 경우 해당사항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가 봅니다. 다른 방법으로 6개월 후 장기투쟁 사업장 기금을 타서 생계비 보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잖아요.

곧 2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도 진행될 상황입니다. 함께 모여 2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공유하고 연대해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도 드리고 정리해고자 생계비 마련도 하려고 하루 후원주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정규직,지역 동지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 2공장 정리해고자 현수막 비정규직,정규직,지역 동지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저는 왜 신분보장이 보류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우상수 대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후 곧장 집으로 와서 금속노조로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담당자를 찾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도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인데 왜 정리해고자에 대해 신분보장이 안 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금속노조 윤금란 재정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2010년 10월 27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2공장 정리해고자에 대해 신분보장 신청을 해왔는데요. 마음 같아선 모든 신청 동지들에게 다 해드리고 싶은데 재원 한계 때문에 징계를 당하거나 해고·구속된 동지들에게만 우선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2공장 정리해고자의 경우 공격적 정리해고 여부가 불명확해 아직 미결정 사항으로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공정해제에 의한 정리해고는 공격적 정리해고에 대한 자료 제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금 불법파견 투쟁중에 있으므로 치료비 청구는 가능합니다. 또, 6개월 이상 투쟁이 지속되면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분류되어 기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는 달리 언제든지 공정해지가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가 아직 미흡한 거 같았습니다.

연대를 호소하는 현수막
▲ 시트사업부 현수막 연대를 호소하는 현수막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이번 25일간 1공장 점거파업을 겪으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재정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쪽에서 노조와 농성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지원한 정규직 노동자 대부분 손배가압류를 청구했고 법원에 의해 받아 들여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급여 통장과 노조회비 통장이 모두 가압류로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생계 곤란 조합원에 대해 생계비 지원을 못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2공장과 시트공장 정리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조가 함께 이번 후원 하루주점을 열게 된 것입니다.

오는 13일 목요일 제 4차 불법파견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진전된 안이 안 나올시 2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비정규직 노조는 밝히고 있습니다.

서로의 분쟁은 서로의 피해를 보게 됩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그 불명예를 씻을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울산 공장장이 새로 부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지혜롭게 이번 불법파견 문제가 풀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투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