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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동생이 라식수술을 받은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라식과 라섹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고, 라식수술의 절차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라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으면 나빠진 시력이 좋아진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광명을 되찾는 수술인 셈이다.

그 동생의 경우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모양이다. 수술이 끝나고 눈에 붕대 같은 것을 감아두고 회복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나서 간호사가 붕대를 풀면서 "눈 떠보세요"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에 그렇게 겁이 나더란다. 혹시 눈을 떴는데 앞이 안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상상 해본 적 있는가?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상.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세상이 온통 캄캄하다면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책도 읽지 못한다면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옛말에도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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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온종일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조사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끔은 게임도 한다. 타인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인터넷으로 보낸다. 전부 눈을 혹사시키는 일이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목과 어깨가 결린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목과 어깨가 멀쩡한 대신에 눈이 걱정된다. 온종일 모니터와 책을 들여다보고 밤이 되면 확실히 눈이 피로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날이면 맞은 편 벽에 걸려 있는 시곗바늘조차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겁이 벌컥 드는 것이다.

'이러다가 시력을 망치겠구나….'

눈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이를 먹고도 안경이나 수술 없이 좋은 시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들은 어떻게 눈 관리를 해왔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저들은 오랫동안 모니터를 들여다봐도 나보다 눈이 덜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눈의 피로를 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씩 안경을 벗고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눈을 마사지한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몇 분간 눈을 감고 나면 한결 시야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두 차례 바깥 공기를 쐬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물론 요즘같이 추울 때는 그것도 크게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라식수술이 무슨 주사 한 방 맞는 것도 아닌데...

"선배도 라식수술해요!"

라식수술에 성공한 후배는 이렇게 가볍게 말을 꺼낸다. 라식수술이 무슨 주사 한 방 맞는 것처럼 간단하다는 듯이. 라식수술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라식수술의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그것도 꺼려진다. 소심한 나에게는 내 눈에 칼을 들이댈 배짱이 없다.

모니터가 아니라 이런 경치를 보면서 생활하면 눈도 덜 나빠지지 않을까
▲ 러시아 바이칼 호수 모니터가 아니라 이런 경치를 보면서 생활하면 눈도 덜 나빠지지 않을까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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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내가 스스로 내 눈을 보호하는 수밖에는 없다. 눈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고 인스턴트 커피 대신에 녹차 또는 결명자차를 챙겨둔다. 눈의 피로는 간의 피로와 직결된다. 그래서 술을 퍼마신 다음 날이면 더 눈이 피곤해진다. 술 마신 다음 날 거울을 통해서 벌게진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간이 아니라 눈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술을 안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술을 마시면서도 의식적으로 안주를 가려먹게 된다.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는다. 이쯤 되면 스스로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병의 힘이 더 셀지 약발이 더 강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말장난 같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직업'이 없다면 '직업병'도 없을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직업병을 갖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직업 없이 살기란 쉽지 않다. 직업이 없다면 직업병 대신에 다른 병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던가. 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리더라도 눈의 피로를 막을 수는 없다. 눈이 나빠진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눈이 나빠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 나의 마음의 병이다. 이것도 직업병일까.

덧붙이는 글 | 응모 <'직업병'을 말한다>



태그:#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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