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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창원에서 볼 일 마치고 어스름 저녁 순천에 도착했다. 요금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잠시 딴 생각을 하며 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아차! 구제역 방제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하얀 액체가 내 볼을 힘차게 때린다. 운전석 창문 올라가는 속도가 오늘따라 거북이 걸음이다.

솔직히 내 실수는 인정하지만 생면부지에게 따귀 맞은 듯 기분이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나 감정을 추스르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하얀 액체는 소독약일 텐데 인체에 무해할까?

구제역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입니다.
▲ 구제역 이동통제초소 구제역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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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예방을 위한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 모습입니다.
▲ 이동통제초소 구제역 예방을 위한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 모습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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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구제역 광풍이 심상찮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9일 구제역 발생이후 '경계'단계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 중인데 5일까지 경기지역에서 살처분된 가축 수만 38만 6268마리란다.(2011년 1월 5일자 '구제역, 파묻을 땅도 인력도 부족' <한겨레>)

또, 전국 방방곡곡에 이동통제 초소가 설치됐다. 초소 한 곳에 비치된 소독조(물통)는 6톤 이상이란다. 많은 양의 방제액이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그래선지 먼 길 다니다 보면 요금소를 지나는데 불편한 시설물은 어김없이 운전자를 기다린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의무적이다. 하얀 액체 맞기를 거부하면 구제역 옮기는 매개체라는 누명이라도 쓸까 두려운 듯 모두들 아무 말이 없다.

중앙재난안전본부 차린 정부, 설명 문구 정도는 달아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전라남도에 하얀 액체가 무슨 성분인지 인체에 해는 없는지 물었다. 속 시원히 알려 주는 곳이 없다. 다만,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봐 달라는 말뿐이다.

지난 12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담화문에도 '차량소독과 이동통제는 구제역 차단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주시고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있다.

구제역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입니다. 세차가 걱정입니다.
▲ 구제역 이동통제초소 구제역 이동통제 초소를 지난 후 차량입니다. 세차가 걱정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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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터넷과 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피해를 살펴보니 어떤 이는 하이패스 통과 후 추운 날씨로 차량 전면 유리창에 뿌려진 소독약이 얼어 서행하는 앞차와 추돌했고 또 다른 경우는 새 차 뽑았다가 소독약 맞고 지워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단다. 방제기간이 늘면서 구제역이 또 다른 형태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양상이다.

구제역 광풍에 전 국민이 숨죽였다. 방역시설 설치한 곳에 차량과 인체에 피해 유무를 알리는 안내 문구정도는 보태야 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바쁜 중에 일거리 하나 더 얹는 것일 수 있으나 소독약으로 인한 피해가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방역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러나 피해 입은 당사자들 구제에도 신경 써야한다. 대책본부가 내놓은 '구제역긴급행동지침(SOP)' 어디에도 차량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어 아쉽다. 요금소에서 친절하게 돈 받는 분이 방역에 대해 한마디 던져주어도 좋겠다.


태그:#구제역, #이동통제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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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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