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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고향집 가는 길...
▲ 거가대교 타고 고향집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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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달리는 거가대교...양쪽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 거가대교... 차를 타고 달리는 거가대교...양쪽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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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2월 14일에 개통되자마자 북새통을 이뤘던 거가대교. 엄청난 인파가 물밀 듯 밀려들어 여러 날 동안 거가대교를 통과하는 데 4시간, 6시간 시간 걸렸다는 기사와 개인 블로그나 카페 글이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거가대교를 타고 쌩쌩 달리는 꿈의 바닷길이 아니라 해저에 갇힌 채 몇 시간 동안 전진도 후진도 안 되는 진퇴양난을 겼은 후일담들도 속속 올라왔었다.

고향 가는 길을 단숨에 확 줄여줄 거가대교를 일찍 타 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벼르고 벼르다가 포기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차량들의 몰림이 식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연말까지 무료라 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 같다. 드디어 거가대교를 타고 고향집으로 가던 날은 2010년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2010년 12월 31일이 지나면, 밤 0시를 기해 유료화 된다고 했다. 가는 길이라도 무료로 가보자 싶어 토요일 아침에 갈 수도 있지만 저녁에 집을 나섰다.

부모님과 함께 휴게소에서, 거가대교를 뒤로 하고 서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얼어붙은 듯 한 표정들...ㅎㅎㅎ
▲ 거가대교... 부모님과 함께 휴게소에서, 거가대교를 뒤로 하고 서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얼어붙은 듯 한 표정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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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하는 탑들...
▲ 거가대교... 압도하는 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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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벗어나 가덕대교를 거쳐 가덕터널을 빠져나오면 거가대교를 진입하기 위한 톨게이트가 보였다. 그냥 통과. 전에 없던 가덕휴게소가 보였다. 새로 생긴 휴게소를 한 번쯤은 가 봐야지 싶어 오른쪽 휴게소로 빠지는 길로 나와서 가덕휴게소에 들렀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낮이라면 바다도 환히 보일 법하건만 어둠이 물든 저녁이라 깜깜했다. 제법 높은 언덕에 위치한 휴게소 주변에는 바람이 높아서 오래 서 있지도 못하고 곧장 출발했다.

조금 지나자 가덕해저터널 입구였다. 침매터널을 지나면 거가대교로 진입한다. 터널 안 중간 중간에는 해저 깊이를 표기한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 깊이 48m다. 터널은 처음엔 완경사로 서서히 내려가는 듯했다. 바다 속 깊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뒤로 물러갈 수도 없고 앞으로 전진 할 수밖에 없는 터널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터널은 꽤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다시 터널을 벗어났다. 

마을 입구...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 거가대교... 마을 입구...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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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막 벗어나서...거가대교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거가대교... 마을에서 막 벗어나서...거가대교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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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을 빠져나가자 곧 바로 거가대교로 진입했다. 불안과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어둠 속을 달렸다. 거가대교를 지나고 중죽도 터널을 통과, 두 번째 대교를 만났다. 거가대교 주탑은 엄청 높고 그것을 연결지은 여러 개의 줄은 어마어마했다. 거가대교 끝자락엔 장목터널이 나왔다. 터널을 통과하자 요금소가 나왔고 그 뒤에 갈림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바로 우리 고향 마을이었다. 허무하리만치 거가대교를 통과하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길,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젠 그렇게 먼 길로 여겼던 길이 바로 지척이다. 고향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교회가 먼저 반겼다. 양산 부산에서 거제도를 가려면 육로나 해로를 따라 갔다. 육로로 해서 갈 땐 김해를 거쳐 창원, 마산, 고성, 통영, 고현을 지나고 지나 고향마을에 도착하면 3시간은 족히 걸리던 거리였다. 배로 갈 땐 양산이나 부산 시내를 벗어나 진해 안골까지 가서 페리호를 타고 약 40분, 1시간 40분내지 2시간 걸렸다.

배 타고 가던 것만 해도 빨리 간다고 좋아했는데, 거가대교가 생기고보니 시간은 더 단축되고 거리는 훨씬 좁혀지게 되었다. 부산 거제 간 길이 140km에서 60km로 단축되고, 2, 3시간 넘게 걸리던 길을 넉넉히 1시간 20분이면 족히 건너고도 남는 길, 길은 기적이란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톨게이트 요금소 앞에서...2011년 1월 1일부터 요금 징수 중...
우리 경차라 5,000원 ^^*
▲ 거가대교... 톨게이트 요금소 앞에서...2011년 1월 1일부터 요금 징수 중... 우리 경차라 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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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0일에 착공한 거가대교가 2010년 12월 14일에 개통되었다. 언제쯤 완성될까 막연해 보이던 것이 현실로 된 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고향마을과 이웃마을의 산과 들 곳곳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건만, 거가대교가 완공되고 그 길을 연결하는 도로들도 새롭게 단장된 고향마을이나 이웃마을 길이 경이로웠다. 고향과 이웃 마을의 옛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고향 길을 좁혀주고 하루만에라도 오갈 수 있는 거리가 되니 그 변모가 신기했다.

깊은 물속처럼 적막한 어둠에 싸인 마을에 도착했다. 집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저기 닭섬 뒤로 거가대교 불빛이 휘황했다. 마치 성탄 트리를 두개 세워놓은 것처럼 어둔 바다 한가운데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은 깊은 물속처럼 고요했다. 나도 변두리에서 살기에 웬만한 고요는 익숙하건만 오랜만에 찾은 고향마을은 반가움도 잠시 적막감에 낯설었다. 하기야 부모님도 객지에 나가 살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이렇게 적막해서 어찌 살꼬 생각했지만 이젠 도시에선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가덕대교터널...
▲ 거가대교... 가덕대교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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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통과하고...
▲ 거가대교... 터널을 통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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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 끝...날은 맑고 푸르고...
▲ 거가대교... 거가대교 끝...날은 맑고 푸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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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부터 주일 이른 아침까지 2박 3일 동안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외포를 지나고 옥포 넘어서까지 새로 길이 났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주변을 구경하고 고현까지 나가보았다. 새로 생긴 휴게소에서 거가대교가 잘 조망되는 위치에 서서 망중한을 즐기기도 했다.

주일 이른 아침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밤에 보았던 거가대교를 이른 아침 밝게 솟아오른 찬란한 태양 아래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꿈의 바닷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 위로 차로 달리는데 찬란하게 떠오른 태양이 마치 은빛가루 뿌린 듯 한 아침 햇살이 눈부신 겨울바다가 쏟아져 내리고 하늘을 맑고 푸르렀다. 바닷길이 너무 짧게 느껴져 아쉬울 지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왕복으로 이 길을 달려보고 싶었지만 거가대교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 오늘만 날인가. 이젠 심심하면 전화하리라. '엄마, 지금 출발해요!" 전화 한통 하자마자 꿈의 바닷길을 달려서 고향집에 도착, 자주 부모님한테 치댈 것 같다. 부모님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말이다. 거가대교타고 쌩쌩 달려 환상의 섬, 꿈의 바닷길 따라 자주 자주 가야지.

덧붙이는 글 | 거가대교 요금
경차: 5,000원(1000cc이하)
소형: 10,000원
중형: 15,000원
대형: 25,000원
특대형: 30,000원



태그:#거가대교, #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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