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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진영 의원들 사이에서는 손 대표가 자기 대선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들도 하던데, 너무 열심히 한 건 분명하니까 대놓고 말은 못하는 것 같다."

 

민주당 내 중립지대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를 규탄하는 20일간의 노숙투쟁을 마친 손학규 대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독감주사를 맞고 나선 손 대표의 투쟁을 전하는 기사 대부분이 '혹한정치', '풍찬노숙'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올 겨울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9일부터 지역순회투쟁을 시작한 13일까지 그는 4일 연속으로 서울광장 천막에서 잤다. 40대 의원, 당직자들도 앓는 소리를 했지만 28일 노숙을 마칠 때까지도 끄떡 않는 강단을 보여줘, 당내 경쟁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으로부터 "강인한 체력"이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정동영, 손학규에 "강인한 체력" 평가

 

장외집회가 본격화되면서 조중동과 문화일보 등은 수차례 '내부동력상실', '피로감' 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당내에서도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썼지만, 상황은 달랐고, 달라졌다. 한파가 몰아쳤던 26일 수원집회에는 전체 86명 의원 중 62명 이상이 참석했고, 장외집회 마지막인 28일 밤 서울역에도 71명의 의원과 700여 명의 당원이 모였다.

 

물론 이번 예산안 날치기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여론이 가장 큰 배경이었지만, 손 대표가 '고행을 통해 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전통적 투쟁방법을 완강하게 구사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전력을 털어내고 완전히 민주당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이 최대 당면과제인 손 대표쪽은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쪽의 한 핵심 당직자는 "손 대표로 보면 피할 수 없는 싸움인 동시에, (한나라당)출신과 정체성 논란을 털어낼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면서 "이번 장외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더 이상 한나라당 경력을 거론할 수 없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과정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5년 겨울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당내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했던 상황과 비교하기도 했다.

 

당 전반적으로도 이번에 손 대표가 보인 헌신성은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0월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의원을 지지했던 한 의원은 "우리는 지쳐있고, 손 대표는 '쌩쌩한' 상태로 당에 돌아왔다는 점은 있지만 그의 '칼잠'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고, '친노'인 부산의 한 지역위원장은 "완주할 수 있는 동력이 있을까 싶었는데 끝까지 했다. 출신문제는 희석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서울의 한 지역위원회 관계자도 "일반당원들도 상당히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고, 한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는 야권의 대표로 분명하게 인식됐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28일 서울역 집회에서 '우리는 승리하리라'는 70년대 운동가를 직접 부르면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이 단단히 뭉치게 된 것도 (이번 장외투쟁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4월 재보선, 야권연대에도 손 대표 개인에게도 중요한 무대"

 

 

 

손 대표의 '노숙 투쟁'을 놓고 "사실상 본인의 대선운동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지역집회 한 곳에 갔더니 손 대표 소개하는데만 1분 정도 걸리더라. 특정인 출정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는 경쟁진영의 '정파적 발언'일 수도 있고, 이 정도의 '대선운동'은 당 대표가 갖는 당연한 프리미엄 일 수도 있겠지만, 야권연대의 관점에서 보면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수도권의 다른 재선 의원은 "손 대표가 열심히는 했지만, 야권연대에 소극적이었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 예산안 날치기 문제는 야권연대의 좋은 매개였고, 지금부터 이런 작업을 해나가야 내년 4월 보궐선거의 전망이 나오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대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재보선이 현재 확정된 곳은 경남 김해을, 성남 분당을뿐이지만 대법원 재판 결과에 따라  전남 순천, 서울 강남을과 노원갑, 강원도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4월 재보선은 야권연대에도 중요한 무대지만, 손 대표 개인에게도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야권연대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손 대표쪽은 "지금은 예열기간이며, 우선은 민주당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하고 있다.

 

답보상태인 지지도도 손 대표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그가 당대표가 된 것은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8일과 1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그는 4.8%를 얻어 박근혜(25.1%), 유시민(8.4%), 김문수(6.2%), 오세훈(5..0%)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그는 같은 기관의 12월 1일 조사에서는 5.2%였다. 당 지지도도 한나라당이 다소간의 하락세(35.4%→32.7%)였지만 민주당도 19.3%로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손 대표쪽의 한 의원은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싸움만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안타까워했지만, 집토끼 결집이 미흡한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손 대표는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당대표가 된 이후 비교적 괜찮은 출발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대선에 나가려면 내년 12월에는 당 대표직을 내놔야 한다.


태그:#손학규, #노숙투쟁,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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