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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성금입니다. 정부는 '2005년까지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끌어올리겠다'며 수도권 시민들에게 물부담금을 강제징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물부담금은 징수근거조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도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자발적이지 않게' 징수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과 오마이뉴스는 이의 문제점과 대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8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1999년~2009년 한강 수계 물이용부담금 수납액 3조 741억 원. 약 700만 가구, 2000만 시민들이 분납해 왔다.
 1999년~2009년 한강 수계 물이용부담금 수납액 3조 741억 원. 약 700만 가구, 2000만 시민들이 분납해 왔다.
ⓒ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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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용부담금.

박운기 서울시의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 85%가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이것'을, 수도권 주민들은 지난 11년 간 가구당 총 38만 원, 1인당 총 13만 원씩 납부해 왔다. 말 많은 TV 수신료(월 2500원)보다 많은 금액인 월 3100(가구당)원을 왜 내는지도 모르면서 꼬박꼬박 낸 셈이다.

'가구당 38만원, 1인당 13만원' 어떻게?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팔당호 물을 사용한 수도권 주민들이 1999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납부한 물이용부담금 총액은 3조 741억 원이다.

통계청 추계 2010년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가구와 인구수는 각각 836만 5959가구, 2433만 6199명인 것에 비춰볼 때, 물이용부담금이 면제된 상수원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면 수도권 주민들은 가구 당 약 38만원, 1인 당 약 13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이용부담금은 수도요금과 함께 청구되지만, 수도요금이 아니다. 수돗물의 생산, 공급,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 정부의 상수원 수질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시민들이 내는 '기금'이다. 세금이나 요금이 아니라, 적십자사 회비, 불우이웃 돕기 성금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이다. 따라서 별도로 관리되고, 평가되고, 시한이 지나면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물 부담금은 존재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징수되고, 환경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의 2011년 예산안이 날치기 때, 물이용부담금 요율도 170원/㎥으로 인상되었다(기존 160원/㎥). 가구당 부담이 연간 3000원 정도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날치기에 대한 사과가 없었듯이, 물이용부담금 인상에 대한 계획이나 결과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야당의원들이 반대했음에도, 환경노동위원회를 생략한 채 예결위와 본회의 예산안에 포함해 날치기 한 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금'이라는 물이용부담금, 강제로 11년간 징수

물이용부담금이 도입된 것은 1998년이었다. 그해 3월, 봄철 팔당호의 수질이 갑자기 악화되자(BOD 2ppm), 정부는 팔당특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물이용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정부의 예산이 부족하니, 사업비 일부를 팔당의 수돗물을 이용하는 수도권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팔당호특별대책과 물이용부담금 제도 도입을 알린 신문기사 (1999. 8. 21)
 팔당호특별대책과 물이용부담금 제도 도입을 알린 신문기사 (1999. 8. 21)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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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기금을 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2005년까지 한강수계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1급수(BOD 1ppm 이내)'를 달성할 테니, 사업비 2조 6385억 원 중 1514억 원을 시민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수변구역 및 보안림의 지정', '오염총량관리제의 조기시행', '규제지역 내 주민지원 강화', '오염원 집중관리' 및 '비점오염원 저감'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05년, 팔당호의 수질은 1등급에 도달하지 못했고(BOD 1.1ppm), COD 기준으로는 3.5ppm(98년 COD 2.9ppm)까지 악화됐다. 특히 2006년 이후,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시작 즈음부터, 팔당호의 수질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팔당호 보전 대책을 '공산당보다 더한 규제'라던 김문수 지사의 규제완화 정책의 결과였다.

최근의 규제 완화 사례만 보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취수지점 상류 7㎞ 밖까지 골프장을 허용했고(2010. 7), 환경부는 이천 하이닉스 공장 증설 허가의 근거를 마련했고(2010. 1.),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팔당 상수원 인근에 단순조립 등의 공장을 가능케 했다(2008. 10. 30). 경기도는 용인시에 삼성 에버랜드 콘도 건설계획안을 승인해(2009. 11.) 상수원 상류 자연보전권역에 1323만㎡의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하루 3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팔당호 북한강 방면의 대규모 개발 현장
 팔당호 북한강 방면의 대규모 개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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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변에 들어서고 있는 타운하우스
 팔당호변에 들어서고 있는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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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의 주변은 바야흐로 개발붐이다. 마치 도시의 유흥가처럼 어지럽게, 또 주택단지 공사장처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이라며, 자전거길, 생태 공원 조성사업, 댐공사, 준설 공사 등이 한창이다. 특히, 날치기 국회가 통과시킨 수변개발 특별법에 의해, 상수원 내에 대규모의 도시(?)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질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고, 물이용부담금을 폐지할 계획은 더더욱 없다. 물이용부담금 부과율은 처음에는 80원/㎥이었으나 이제 170원/㎥까지 올랐다. 환경부는 자기 예산의 4분의 1을 물이용부담금으로 충당하고 있고, 서울시민들에겐 수도요금(320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기금으로 부과시키고 있다(수도요금 320원/㎥ + 물부담금 170원/㎥ = 590원/㎥).

더구나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악화가 우려되면서, 환경부는 2011-2012년에 막대한 환경기초시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수도권의 가구들은 6만원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물부담금 추가 소요액 4693억원/820만 가구). 또 막무가내로 늘어놓은 환경시설의 가동과 민간자본을 유치해 외상으로 벌여 놓은 하수관로들까지 감안하면, 물 부담금은 어디까지 올라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팔당호의 수질 (1995년~2009년) BOD는 정체, COD는 크게 악화되었다.
 팔당호의 수질 (1995년~2009년) BOD는 정체, COD는 크게 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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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 수질 1급수 만든다더니, 개발자들만 이익

이렇게 통제 불능의 상황이 도래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기금을 관리하는 한강수계위원회가 환경부,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충북도, 강원도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모두 한나라당으로 채워진 결과였다. 수질관리에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혹여 4대강 사업에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까 자료 공개를 극도로 꺼렸고, 경기도는 상수원 인근의 규제완화와 개발에 몰두했다.

반면 서울시와 인천시는 철저히 침묵했다. 친환경무상급식 예산 700억 원을 망국적포퓰리즘이라 주장했던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민들이 매년 내고 있는 1700~1800억원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낭비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수계관리위원회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질 개선을 위한 의견조차 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수원 주변 주민들이 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것도 아니다. 물부담금 도입 초기 36%까지 달했던 주민지원비율은 16% 수준으로, 절대 금액으로도 772억원(2008년)에서 660억원(2010년)으로 줄어들었다. 무원칙한 개발과 정책 탓에 생활은 불편하고 미래는 불안해서 주민들 대다수가 떠나고 있다. 이익은 대규모로 벌인 토목공사(환경시설)와 규제 완화 과정에서 재벌들과 투기꾼들에게 집중됐을 뿐이다.

팔당호변의 4대강 사업
 팔당호변의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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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변의 4대강 사업. 광주군 자연습지를 없애고 인공습지를 만들고 있다
 팔당호변의 4대강 사업. 광주군 자연습지를 없애고 인공습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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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시민들에게 '갈취'한 물부담금, 계속 내야 하나

'수돗물 이용자와 상수원 거주자의 이익을 함께 지키자'며 도입했던 물부담금제도는 12년이 지난 지금 완벽히 실패했다. 수질은 최악이고, 국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수원 주민들의 분노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거기에 4대강 사업의 영향이, 또 수변개발특별법에 의한 도시개발 계획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이 담합하여 규제완화와 4대강 사업을 위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해 온 결과는 너무도 끔찍하다. 한강의 수질은 미래를 알 수 없고,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도 보장할 수 없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깨끗한 수돗물을 먹을 권리가 있는 시민들이 깨끗한 수돗물은커녕, 부당하게 기금을 갈취당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 통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5년까지 물이용부담금 1514억원을 지원키로 했던 계약은 이미 끝났다. 아니 20배를 부담했다. 더구나 계약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고, 시민들은 계약을 갱신한 적이 없다. 따라서 시민들은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해야할 이유가 없으며,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고, 성과를 약속할 때까지는 대화할 이유도 없다. 국민의 기금을 쌈짓돈처럼 낭비하고, 폭력적으로 약탈하는 행위에 맞서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근거가 충분하다.



 <수도권 시민들, 가구당 38만원씩 갈취당하셨어요 > 보도 관련 정정보도문 
오마이뉴스는 2011.1. 4자 <수도권 시민들, 가구당 38만원씩 갈취당하셨어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환경부가 징수근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지난 11년간 물이용부담금을 강제로 징수하였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물이용부담금은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근거하여 부과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이를 알려 드립니다.



태그:#물이용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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