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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전국의 나눔 인심은 썰렁했다. 연말을 앞두고 <사랑의 열매>의 비리 사건까지 터져 기부 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전국의 기부액은 예년과 대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피해는 우리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닥쳤다. 사회의 외면 속에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은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평택 시민들의 성금으로 운영되는 '평택연탄나눔은행'도 차상위계층 연탄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연탄나눔은행은 매년, 평택 지역 연탄 사용 이웃 300가구에 연탄을 공수해 온 온정의 파수꾼. 하지만 올연말, 예년에 비해 연탄 구매량이 부족한 어려움에 처할 뻔했다.

 

어느 독지가의 1000만원 기부가 아름다운 이유

 

그런 상황에서 한 지역 독지가의 기부가 지역사회에 따뜻한 난로가 됐다. 주인공은 평택 상공회의소 이보영(66) 회장,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1천 만원의 성금을 <평택연탄나눔은행>에 쾌척했다. 그는 기부를 결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사실, 그동안 번듯한 대학, 직장을 가진 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녀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 반성에서 나부터 교훈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초, 자녀의 결혼식때 하객들에게 축의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는 이보영 회장, 하지만 생각을 바꿔 좀 더 좋은 곳에 쓰고자 결심을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자녀의 결혼식 축의금 중, 1000만 원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 보태는 행동이었다.

 

"가족과 상의 끝에 이를 소중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 축의금을 받아 기부하게 됐다.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더 많은 성금을 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경제발전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손영희(51)씨는 이번 성금이 부진했던 지역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기부가 활성화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음이 움직여서 누군가를 돕는, 이런 자발적 기부가 반갑고 고맙다. 그동안 (평택에서는) 지역사회를 이끄는 기업가 분들의 기부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이 하나의 모범적인 예가 될 것 같다. 이번 기부가 출발점이 돼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종영(평택사회복지협의회장) 평택연탄나눔은행 공동대표의 생각도 같다. "모금을 하다보면, 가진자보다 없는 분들의 정성스런 기부가 더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는 그는 " 이번 일이 사회지도층의 아름다운 결혼 축의금 기부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온정은 식지 않았다. 2010년, <평택연탄나눔은행>은 평택 시민들이 정성스레 모은 5000여만 원의 성금을 연탄 사용 차상위 계층 이웃 300가구에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워진 한파를 맞은 이들에겐 어느때보다 따뜻한 연료였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한 독지가의 1000만 원 기부가, 그리고 평택 시민들의 작은 성금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래서였다. 평택시민들이 모은 8만여 장의 연탄은 그들의 사랑의 높이였기에.


태그:#연탄나눔은행,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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