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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고 8명, 진명여고 5명의 이사가 승인취소된 양천고와 진명여고의 감사처분서
 양천고 8명, 진명여고 5명의 이사가 승인취소된 양천고와 진명여고의 감사처분서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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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사학을 바로잡으려는 전교조 교사와 시민사회의 길고 긴 싸움이 일단락되어 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의혹으로 존재하던 양천고와 진명여고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감사 결과 양천고에서 35건, 진명여고에서 19건의 비리가 적발되어 양천고(상록학원) 이사 8명 전원과 진명학원 이사 5명에 대한 임원 승인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양천고] 금품수수, 횡령, 급식비리, 서류조작... 어떻게 이런 일이?

양천고(상록학원)의 비리를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상록학원 정아무개 이사장은 학교돈으로 옹벽공사를 하면서 계약상대자인 건설회사 회장에게서 3800만 원을 받았고 학교방송시설 공사업체 대표에게는 약1400만 원을 받았다 발각되었다. 또, 학교 소화배관공사를 시행하면서 공사비 2천여만 원을 과다 지출해 의혹을 사고 있다. 이렇게 시설공사 관련해 부정수수한 금액이 7천만 원을 넘는다.

또한, 정 이사장은 건축폐기물을 무단 매립해 받은 벌금 5백만 원과 법인수익용 재산 진입로 포장공사비 등 총 660여만 원을 학교회계에서 횡령해 지불하였다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사용하는 학교법인 상록학원 소유 승용차의 유류대금·자동차세 등 차량운영비 약 400만 원을 학교돈으로 지불하고, 법인에서 납부해야 할 토지세와 종합부동산세 및 법인협의회비 등 3600여만 원을 학교회계에서 집행했다. 이렇게 학교회계에서 추가로 횡령한 돈이 4600만 원에 이른다. 이후에도 자신의 변호사 선임료와 자문료를 학생들의 등록금인 학교회계에서 지출했다.

학교 돈만 횡령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밥값으로 급식비리도 저질렀음이 확인되었다. 정 이사장은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학교 급식실을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가장해 8억8000만 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얻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사학비리의 단골 메뉴인 교원채용 비리 역시 빠지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를 이중으로 임용해 수업을 맡기지 않고도 세금을 지원받아 보수를 지급해 사기죄로 기소되어 벌금 5백만 원이 선고되었다. 또한, 기간제를 과다 채용하면서 2008학년도부터는 신규교원 채용 시 공개전형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갖추어야 할 서류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회의록까지 조작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사회 운영은 코미디 그 자체였다. 2009년 이전의 이사회 회의록은 아예 제출하지도 않았고 그 이후의 회의록도 이사의 사인 없이 보관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사들끼리 서로 이름조차 모르고 있으며 공지나 경비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었다. 일부 이사들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았음을 진술해 일부 회의록은 허위 작성되었음이 드러났다.

이사회의 부정을 감시해야 할 감사는 이사회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한 적이 없으며, 감사보고서도 정 이사장 조카들이 작성한 것에 서명만 했다고 한다. 이사와 감사 역시 비리의 공범이거나 최소 묵인 내지 방조의 책임을 벗어날 길이 없어 이들 모두에 대해 이사 승인을 취소했다.

이외에도 시설공사 관련해 방수공사 3400만 원, 천정공사 약 300만 원을 이유없이 과다지출하였으며, 영어교실 인테리어공사와 행정실 및 교장실 보수공사에도 약 9400만 원의 과다지출 의혹을 사고 있다. 수위실 설치공사를 직영으로 실시하면서 화장실에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화장실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법정에 서는 신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이사 7명도 임원 승인이 취소되었으며 전 교장 등 7명은 해임 징계를, 6명은 경징계를 요구받았다. 또한, 전 교장과 행정실장 등은 검찰에 고발되어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5일 참여연대는 양천고 비리를 고발해 파면되었으나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교육위원으로 당선된 김형태 전 양천고 교사를 '제1회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필귀정에,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비리를 고발했다 파면당한 전 양천고 교사인 김형태 서울시교육위원이 참여연대가 수여하는 제1회 의인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비리를 고발했다 파면당한 전 양천고 교사인 김형태 서울시교육위원이 참여연대가 수여하는 제1회 의인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 김형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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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여고] 반복되는 회의록 위조, 배임 횡령, 채용비리... 막상막하

진명여고 역시 양천고에 조금도 뒤짐이 없었다. 변아무개 전 이사장이 법원에서 횡령으로 유죄선고를 받아 아들이 이사장이 된 이후에도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부정에 대해 수차례 방송과 신문 보도가 이어졌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가장 최근에는 수십억에 학교를 사고 판다는 의혹까지 보도된 지경이다.

진명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양천고와 마찬가지로 이전 비리가 청산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0월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이사회 허위개최 및 회의록 허위작성, 수학여행 계약․·행 부적정, 공사비 과다 계상 9건이 지적되었고 2006년 3월 감사원 감사에서 "수익용기본재산 무단 처분" 지적이 있었다. 특히 변아무개 이사장의 비위 사건에 대한 변호사 선임료 2천만 원을 학교100주년기념 사업비에서 지급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감사에서도 교원 신규채용 안건 심의를 위해 이사회를 한 것처럼 회의록을 허위 작성한 것이 다시 밝혀졌다. 2009년에도 1000만 원에 이르는 개인 변호사 선임료를 지급한 것이 밝혀졌고, 이사회 운영비 수백만 원도 학교회계에서 지급하는 등 이전 감사의 지적사항이 시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재발하고 있었다.

재산관리도 마찬가지다. 2006년 감사원 감사에서 교육청 허가없이 9억에 가까운 재산을 무단 처분, 수익용 기본재산 4억5000만 원 횡령, 학교 돈 8억8630만 원을 이사장의 인척에게 제공, 100주년발전기금 2억2500만 원을 개인채무 변제 목적으로 임의 소비한 것이 확인되어 2007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업무상 횡령으로 전 이사장이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고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되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도 교육청 허가 없이 3억3000만 원에 이른는 법인 재산 토지를 횡령하였고, 수억 원에 이르는 손실보상금도 수령하지 않고 있었으며, 재산목록과 그 권리에 관한 증빙서를 작성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정확하게 학교의 재산이 어디에 얼마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변아무개 전 이사장은 3억3000만 원이 넘는 돈을 변제해야하며 소유권을 무상이전하고 임의 처분한 토지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받게 되었다.

교원 인사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었고 학교에서는 인사위원회 회의도 없이 교사를 채용하기도 한 것이 지난 감사에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에서도 각종 인사 관련 부정이 발각되었다.

2010년 8월에는 법원이 교사를 폭행한 교감에 대하여 징역 9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200시간을 판결했는데 학교는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았다. 이 교감은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고 돈을 받은 이사는 2010년 9월 법원에서 징역 1월, 집행유예 2년, 6천만 원 추징의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 교감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10차례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이 밝혀졌음에도 학교는 이를 방치했다.

2010년 교원 신규채용 안건 심의 의결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회의록을 허위 작성했으며 이사장이 채용인원을 임의로 정하고 인사위원회 심의 없이 이사장·교장·교감이 임의로 공개전형 방법을 정해 채용하는 등 이전 감사 지적사항이 반복되었다. 결국 이런 부정에 개입된 이사 5명은 임원승인이 취소되고, 교직원 2명은 중징계, 1명은 경징계를 받게 되었으며, 7억4500만 원의 회수 또는 반환 조치가 내려졌다.

서울교육청은 학교 운영권 매매와 관련해 이사장과 현 교장(이사) 사이에 금품 수수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어 결국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 진입한 류 교장(이사 )측이 승인을 신청한 강성락 안산공과대 총장(80억 횡령으로 구속된 강성종 의원의 형)에 대해서는 현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제출할 때까지 승인을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가파' 사학에 철퇴 내린 서울시 교육청

이번 양천고와 진명여고에 대한 철퇴는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들 학교가 물의를 일으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형태 교육위원이 양천고 비리를 고발한 지 무려 3년이 지났고, 진명여고 역시 2000년대부터 계속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그 때마다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봐주기 감사로 일관했고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그 결과 양천고는 비리를 제보한 교사를 2차례나 파면했고, 진명여고 역시 현 이사장에 문제 제기하던 행정실장(고모)을 해임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는 이런 '막가파' 사학들에 내려진 철퇴로 사학비리 척결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상습적으로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사학법인에 대하여 특별감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며, 비리가 적발되는 학교법인의 이사·감사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어 사학의 자정 능력을 높이고, 아울러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고 단호한 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환영할 일이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지난 선거 기간 내내 교육비리 척결, 특히 사학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양천고와 진명여고에 대한 처분은 그 공약에 대한 첫 실천으로 대단히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전 공정택 전 교육감과 대조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리 사학들에게는 비리를 저지르는 순간 자신들도 언제 진명여고와 양천고처럼 학교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양천고 비리척결' 관련기사 정정 반론보도문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2010년 12월 17일자 '양천고·진명여고 비리척결... 곽노현과 공정택의 차이' 라는 제목의 기사와 관련하여,

(1) '이사와 감사 모두에 대해 승인을 취소했다', '나머지 이사 7인에 대해서도 이사승인을 취소했다'는 보도내용은 2011년 3월 22일 현재 이사승인이 취소된 바 없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2) 또한 상록학원 정아무개 이사장은 "시설공사 관련 7천만원 부정수수" 건 관련, "건설회사 회장에게서 38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옹벽공사를 하면서 계약 전에 선지급한 포클레인 등 중장비 사용경비를 계약이 체결되어 공사대금이 지급된 후 이사장 개인이 선지급한 대금을 돌려받은 것이고, 방송시설 공사업체에게 1400만원을 받았다 발각되었다는 것은 방송실 공사 중 인테리어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금액을 절감하기 위해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현금결제 한 것을 전체공사가 완료된 후 선 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학교 소화배관 공사비 2천만 원을 과다 지출해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 계약담당자가 집행한 일로 신청인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급식실 위탁운영 비리', '교원채용 비리', '이사회 운영' 등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보도에 대해서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 왔습니다.


#양천고#진명여고#사학비리#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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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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